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5권 5장)

광개토연구소

by 또 래 호태

호태의 고백_연구소 입구에 서서


** 지금 우리는 분열인가, 아니면 아직 균열인가.**


나는 이 질문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지금의 상태는 분열이 아니다.
아직은 균열이다.
통합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갈라진 사회라면 이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도,
같은 기준을 말하려는 언어도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묻고 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같은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균열의 편에 선다.


나는 그 아픔을 몸으로 겪지 않았다.
그날의 거리에도 없었고, 그 선택의 순간을 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안다.
이 사회가 아직 아프다는 것을.


그 아픔은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대물림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설명되지 않은 아픔은
사건으로 끝나지 못한 채 말해지지 않은 이유로 남아
다음 세대로 넘어왔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서 선택이 어긋났는지,
무엇이 달라졌어야 했는지.

이 질문들이 끝까지 정리되지 않은 채
사회 안에 남았다.


그래서 광주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기준점이 되었다.


이후의 사건들에서도 순서는 늘 같았다.

먼저 버텼고, 그다음에야 설명을 찾았다.


세월호에서도,
이태원에서도,
오송에서도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늦었다.


그 사이에
아픔은 해소되지 않고
감정의 형태로 굳어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설명되지 않은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지 못한 채 쌓여 원한이 되고,

원한은 다시 말해지지 않으면 증오로 대물림된다.


그래서 묻게 된다.


나는 왜 아파하는가.
겪지 않은 일에
왜 분노하고,
왜 불신하고,
왜 설명을 요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이 증오를 아이들에게 넘겨줄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가.


이 균열은 새로 생긴 상처가 아니다.
설명하지 않은 채 넘겨온 오래된 질문의 결과다.


그러나 이 사회에는 다른 기억도 있다.

국민이 스스로 메웠던 순간들이다.


IMF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고
그 행동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보았다.


2002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환희에 찼었다.


코로나의 시간에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선택이 공동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갈라지지 않았다.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국민이 아니다.
문제는 길이다.


지금은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멈춰 서 있고,
서로를 향해 화를 내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아직 분열되지 않았다.

통합의 기초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가장 먼저 손대야 했고 가장 오래 걸리는 기반이었다.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흐르며 교실은 다시 제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정치는 더 느리다.
제도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고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트리거는 한 번 당겨졌다.
국공위원장 후임을 국민 공모 추천으로 열어젖힌 순간부터,
정치는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길로 들어섰다.


뒤따라 붙는 경쟁이 생긴다.
** 선출직 공직자 고해성사법**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
명분, 속도, 설계의 주도권을 두고
정치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누군가가 밀어서 가는 변화가 아니다.
한 번 열린 길이 자기 강화의 관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되레 탄력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

말이 아니라, 선언이 아니라,
참여하면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현실에서 제공하는 일.


그 기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민 참여 로드맵을 실행할 준비다.


그 준비 없이
통합을 말하는 것은
또 하나의 지연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연구소로 들어간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아픔의 대물림을 여기서 끊기 위해서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자격의 문제다.


그리고
이 판단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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