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5권 7장-1)

플래시몹 전국대회 공고문에 대한 각계 반응 모음

by 또 래 호태

공고 이후


흥겨움이 돌아오기 시작한 증거들


공고가 나간 직후, 조회 수보다 전화가 먼저 늘었다.

“학교 전체가 한 팀이어도 되나요?”

“군부대 단위로 촬영해도 문제없습니까?”
“휠체어 팀도 참여 가능한가요?”


답은 모두 같았다.

“같은 리듬이면 됩니다.”


광주의 어르신들

광주에서는 젊은 사람들보다
어르신들이 먼저 반응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경로당 한쪽에서 공식 율동 영상을 틀어놓고
몇 분을 그냥 바라보다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거…

죽기 전에 이런 축제 한 번 열리면 좋겠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다음 말은 더 진지했다.


“우리 맺힌 한, 이 동작으로 한 번 풀어보자.”


누가 주도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의자를 밀고, 몸을 조금 일으키고,
서로 손을 맞췄다. 동작은 느렸고, 박자는 맞지 않았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이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또 이런 흥겨움을 느껴보겠나.”


그 말에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학교에서 먼저 움직인 건 아이들이었다


각급 학교에서는 교사보다 학생들이 먼저 말을 꺼냈다.


“선생님, 우리도 플래시몹 같이 찍어요."

체육 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에, 동아리 모임에서
아이들이 영상을 들고 왔다.


“이거요, 이 영상 보고 동작 그대로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거래요.”


교사들은 처음엔 안전부터 생각했다.

넘어지지 않을지

너무 과하지 않을지

수업에 무리는 없을지

그런데 아이들이 말했다.

“잘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선생님. 우리도 같이 해요.”


그 말에 교사들도 같이 서게 됐다.

결국 학생이 요청했고, 교사가 동참했고,
학교 전체가 한 팀이 됐다.


몸이 불편한 분들의 자리


복지관에서는
서로 먼저를 양보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한다.

“자네가 먼저 해보게.” “아니, 내가 잡아줄게.”


휠체어에 앉아서 팔만 움직이는 사람,
의자에 앉아 상체만 따라 하는 사람.

누구도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말이 오갔다.

“힘들면 여기까지만 하자.” “괜찮아, 조금만 더 해보자.”


동작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분명했다.

힘들어도 표정은 환했다.


해외 문의와 추가 요구


공식 해외 공지가 없었는데도 연구소에는 많은 메일이 도착했다.

“재외 동포도 참여 가능한가요?”

“해외 학교 단위도 되나요?”


업로드 영상이 늘자 다음 요구가 나왔다.

“공식 티셔츠는 없나요?”


그래서 공식 티셔츠 디자인 공모 예고가 나갔다.
색상과 기능만 제시하고, 상징은 최소화했다.


기업에서도 연락이 왔다.


“참가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습니까?”


논의 끝에 정리됐다.

기업 참가팀: 참가비 납부

대가: PCC(공공기여 인증) 기록

상금 대신 최다 인원 참가 상 신설(기여 기록)


방송과 김천


방송은 쫓아왔다.
학교 편, 군부대 편, 마을 공동체 편, 장애인 포함 팀 편.


김천 리허설 무대에는 출연 희망 가수 공모전 병행 검토가 시작됐다.
조건은 하나였다.


“같이 부를 수 있는가.”


김천과 광주는 수시로 통화했다.
회의록엔 남지 않는 실무 대화가 이어졌다.

“리허설 범위는 여기까지로 합시다.”

“안전 동선은 김천 기준으로 먼저 점검할게요.”

“본행사 기준 정리는 광주에서 맡겠습니다.”


그래서 반응은 이렇게 정리됐다


이 공고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지 않았다.
대신 각자의 자리를 축제의 자리로 바꿨다.

경로당이

교실이

체육관이

복지관이

잠깐씩 같은 리듬으로 연결됐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게 진짜 축제지.” “무대 없어도 되네.”


확인


이쯤 되면 흥겨움이 줄어든 게 아니라, 다른 리듬의 흥겨움이 생긴 것이다.

소리 높이지 않아도, 불꽃을 터뜨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면 그 자체로 충분했다.


김천과 광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섰고,
그 사이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웃고 있었다.


이 공고 이후의 반응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해보자”가 아니라 “이미 축제를 즐기고 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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