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민주연대 공작왕 사후

by 또 래 호태

공작왕 한 축이 사라졌다.

그의 장례식은 겉으로는 조용했다. 검은 양복들이 줄지어 섰고, 애도는 절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언론은 조용하지 않았다. 조문객 명단이 분석되었고, 상주의 동선이 해석되었으며, 누가 더 오래 머물렀는지가 기사로 만들어졌다. 의도를 감춘 상주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같은 말을 했다.
“그가 남긴 책을 읽어보라.”


권력의 판 위에서 중심이 비었다는 사실은 곧 질문이 된다.
누가 먼저 주류를 달 것인가.
누가 그의 언어를 계승한다고 선언할 것인가.


사라진 공작왕의 후계는 누가 될 것인가.
후계가 없다면 단일대오는 가능한가.
아니면 보수처럼, 내부의 싸움에 지쳐 지리멸렬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체스판 위에서 킹은 한 칸씩 움직인다.

하지만 판의 중심은, 킹을 움직일 ‘손’을 고르는 여인들의 시선이었다.


1991년, 그는 처음 등장했다. 누구도 그를 선출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를 임명하지 않았다. 그는 직함보다 먼저 구조를 보았다. 대통령이 바뀌고, 당명이 바뀌고, 구호가 바뀌어도 그는 판을 읽는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는 전면에 서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지 않았지만, 마이크의 방향을 정했다. 공천을 받지 않았지만, 공천의 기준을 바꾸었다.


그의 공작은 늘 계산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계산을 배반했다.


그는 마지막 작품의 결말을 보지 못했다.


출국 전, 몸은 먼저 신호를 보냈다. 거동이 불편할 만큼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가 설계해 온 판은 그를 멈추게 두지 않았다. 순방은 취소될 수 없었고, 일정은 비워질 수 없었다. 역할은 마지막까지 그를 붙들었다.


그는 평생 변수를 관리해 온 설계자였다.
그러나 가장 원초적인 변수, 자기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했다.


공작은 늘 계산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적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는 판을 떠났고,
그가 보지 못한 끝이 나지막이 입을 벌렸다.


그 입은 누군가의 음모가 아니었다.
그가 평생 쌓아 올린 구조와 책임,
그리고 인간이라는 한계가 만든 빈자리였다.


이제 판은 다시 열린다.
말은 그대로지만, 중심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직 움직이지 않은 채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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