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진도. 참으로 난감한

통성명-악수-그다음은 뭐요? 허그요!

by 또 래 호태

보금자리 준비는

남자가 혼자 해도 되는 것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중년의 사랑에서 ‘진도’는 늘 난감하다.

마음이 먼저 앞서가도, 몸이 따라가면 안 되는 순간이 있고,

분위기가 무르익어도 의사는 건너뛰면 안 된다.


마지못한 동의는 안 된다.

억지는 더더욱 금물이다.

그렇다고 불타는 청춘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도 없다.

“내 마음 몰라요?” 같은 퀴즈는 부담스럽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뭐게요?” 같은 장난은 더 마뜩잖다.


팔베개 운운하면 신파가 되고,

경상도 사나이처럼 “함하자”는 금기다.


그러니 남는 길은 하나다. 은근하게가 아니라, 담백하게.
티는 줄이되 뜻은 흐리지 않게.


그날은 정말 우연이었다.
아주 우연히, 호태와 동이가 같은 예배를 보게 된 날.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풀어야 한다.


어쨌든 예배가 끝나고 나서,

도무지 그냥 헤어지기 어려운 공기가 생겨버렸다.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둘 사이에는 “잠깐 더”라는 말이 이미 걸려 있었다.

그때부터 긴장감이 시작됐다.

설렘이 아니라 긴장.


중년의 사랑에서 긴장은 늘 두 겹이다.

하나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오고,

다른 하나는 혹시 오해받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에서 온다.


분위기는 만들 수 있어도 의사는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담백해야 했다.


호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잠깐 우리 집에 들러서 차 한 잔 할래요? 부담 갖지 말고요.
불편하면 언제든 말해줘요. 배웅하면서 같이 나가면 되니까.”


그 한 문장에 ‘티’는 났다.

당연하다. 사람이 왜 집으로 초대하겠나.


호태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그는 초대의 문턱에서 한 번 더, 가볍게 그러나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오해가 자라기 전에, 미리 눌러두는 방식으로.


“아, 그리고… 오늘 늑대 될 일은 없어요. 안심해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오빠 믿지요?”


동이는 피식 웃었다.

‘늑대’라는 단어가 유치해서가 아니라,

그 유치함 속에 담긴 메시지가 분명해서였다.


서두르지 않겠다.

당신 페이스를 지키겠다.

초대는 했지만 출구를 열어두고,

분위기는 만들되 결론을 몰아가지 않겠다는 선언.


그 한 문장이,

집이라는 단어에 달라붙기 쉬운 뒷뜻을 먼저 걷어냈다.

그래서 동이는 한 번 더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가도 되겠다’는 쪽으로.


집에 들어가서도 호태는 서두르지 않았다.

차를 내오고, 소파엔 한 칸 거리를 두고 앉았다.


대화는 평범했다.

오늘 들은 설교, 돌아오는 길의 공기, 일상.


그런데 대화가 평범할수록 더 긴장됐다.

평범함 속에서만 드러나는 게 있으니까.


말이 끊기는 순간의 정적,

시선이 머무는 시간, 웃음이 나오기 전의 숨.

그게 다 ‘진도’의 언어였다.


그러다 호태가 갑자기 드라마 대사를 꺼냈다.

너무 진지해질까 봐, 반 칸만 장난을 섞은 것이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통성명, 악수 그다음은 뭐요?"


동이가 이내 맞받았다.


"허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그 자리에서 빵 터졌다.


웃음이 나오는 건, 긴장이 풀릴 때다.

그리고 그 웃음은 호태에게 신호였을 것이다.

오늘은 한 걸음 가도 괜찮겠다.


다만 그는 그 신호를 직진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이게 중요하다.

중년의 사랑은 여기서 갈린다.

분위기에 기대느냐, 의사를 존중하느냐.


호태는 아주 담백하게 물었다.

“괜찮으면… 조금만 더 가까이 있어도 될까요?”


대답은 말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먼저 나왔다.
소파의 한 칸이 반 칸이 되고,

어깨가 스칠 듯 말 듯해지고,

손끝이 잠깐 닿는 순간.

그게 다였는데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사람은 다 안 가도 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또 안다.

조심해도 된다는 걸.


그날 밤, 농밀한 교감은 없었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그 장면은—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대신 둘은 진전을 했다.

사건이 아니라 신뢰.

열정이 아니라 확신.

다음이 생길 만큼의 여운.


동이가 집에 도착할 무렵, 호태가 안부를 물었다.

카톡 문장은 평범했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더 두근거렸다.


“잘 도착했어요?”


“응요! ㅋㅋ”


'응요? 이게 뭥미?'


호태는 곧바로 그 의미를 알아채고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스럽게 한 줄을 얹었다.


“그럼 이제 오빠 믿지요? ㅋㅋ”


그런데 동이가 동시에, 가볍게—그런데 결정적으로—한 줄을 던졌다.


“ㅋㅋ 믿지. 근데 다음엔… 더 빨리 보내지 마요.”


그 한 문장으로 ‘오늘’이 ‘다음’이 됐다.


심쿵으로 직진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더 깊게 흔들렸다.


중년의 사랑에서 진도란,

사건으로 앞지르는 게 아니라
이런 한 줄의 여운으로 조용히 앞당겨지는 것이었다.


그 밤,

호태는 카톡 대화를 되새기며 쉬 잠들지 못했다.


쉬 잠들지 못한 것은 동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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