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단박에 나를 알아본

주는 것 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by 또 래 호태

중년의 사랑은

어쩌면
천천히 알아가는 일이 아니라

단박에 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와서다.


왜 좋은지, 왜 편한지 굳이 말로 붙들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아는 사람.


그중에 그대를 만나처럼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본다.

현실인데도 현실 같지 않은 방식으로.


중년이 되면
사랑은 늘 주는 쪽에 익숙해져 있다.


참는 것도, 맞추는 것도 어느새 능숙해진 나이.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주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 사람이 편해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사랑을 받는 쪽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겨지는 순간이 있다.


애쓰지 않았는데 챙김을 받고,
잘하려 하지 않았는데 괜찮다는 말을 듣는다.


“그대로도 충분해요”라는 말이
부담이 아니라
숨처럼 들어오는 경험.


중년의 사랑은
내가 더 잘해야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덜 애쓰게 하는 관계다.


그래서 더 깊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단박에 알아본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뒤흔들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내 하루를 내려놓게 한다.


아, 이 사람 앞에서는
굳이 버티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 나도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중년의 사랑은 다시 소녀가 되어

사랑받는 법까지 다시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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