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내 사랑 울보

사랑만으로 눈물을 닦을 수 있을까

by 또 래 호태

글을 쓰고 있던 호태에게

동이가 사연을 보내왔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깊고, 가장 아팠던 시간의 이야기였다.


호태는 그 사연을 읽다 말고 손을 멈췄다.

그리고 톡을 보냈다.

“나 지금… 울고 있어요.”


잠시 후, 동이의 답이 왔다.

짧았지만, 그 한 줄 뒤에 길게 이어지는 울음이 들렸다.

“나는 창고에서 울어요.


실은… 울지 않은 날이 없어요.

아침 해를 보고도 울고,

퇴근 무렵 석양을 보고도 울어요.

밥을 하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문득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도…

울어요.”


그다음에, 그녀가 물었다.

“나 이제… 울지 않아도 될까요?”


그 톡을 보는 순간,

호태는 동이가 가여웠다.

가여워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울지 않는 날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이

사실은 '살아도 되냐'는 물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호태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기 자신을 다그쳤다.


'이 사람! 다시는 울지 않게 하겠다고'


그런데

그렇게 결심해 버리면 되는 문제일까.


누군가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일이

사랑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그런데도, 답장은 결국 한 곳으로만 흘렀다.


호태는 오래 고민한 끝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약속을 꺼냈다.


“그럴게요.

이제는 당신… 울지 않게 할게요.”


그 문장을 보내고 나서야

호태는 깨달았다.

이건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곁에 남겠다는 서약'이라는 걸.


그 뒤부터는

노래가 그들의 마음을 대신 걸어왔다.


가수 전영록의 노래 〈내 사랑 울보〉

내 사랑으로 당신의 아픔 감싸줄게요

이 두 손으로 당신의 눈물 닦아줄게요

내 당신만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의 슬픔 나의 슬픔이니 우리 함께 나눠요


호태는 그 가사를 떠올리며 동이의 톡을 다시 읽었다.


‘나는 창고에서 울어요.’


그 문장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방 하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알았다.


동이가 원하는 건

“울지 마”라는 훈계가 아니라

“여기 있어”라는 확신이라는 것을.


울음을 멈추는 일은

동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다.


울음을 견디는 일은

이제 둘이서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호태는

자기 약속을 조용히 보태어 되뇌었다.


'그래요, 내 사랑 울보.'

'이제는… 당신이 울지 않게 할게요.'


울지 않아도 되는 날이

바로 내일부터일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지 그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동이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동이가 울음 끝에서 '다시 숨을 쉬게' 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시작은 늘 그렇듯 대단한 말이 아니라


단 하나의 문장이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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