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웃음

어이없음이 선물한 미소

by 또 래 호태

저녁이 조금 늦어졌다.


가스 불을 줄이고 국을 한 번 저은 뒤,

그녀는 휴대폰을 들었다.

창밖은 깜깜했고, 부엌엔 끓는 소리만 조용히 남아 있었다.


평소보다 답이 늦는 날엔 마음이 먼저 분주해진다.


걱정은 늘 상상력이 좋아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장면을 미리 펼쳐 놓곤 했다.


그녀가 톡을 보냈다.


“자기야 어디야?”


잠깐.

마침내 답장이 왔다.


밖이야.”


그 순간 그녀의 눈썹이 확 올라갔다.

밖? 밖이라고?

밖이라면 어디 밖인데?

집 밖? 회사 밖? 술집 밖?


아니면… 잠깐, 잠깐만. 내 상상력아 진정해.

“밖? 어디 밖?”


이번엔 공백이 조금 길었다.


그 길이가 불안의 연료가 되는 걸 그녀는 잘 알았다.

국 끓는 소리가 괜히 더 크게 들렸다.

그녀는 폰을 꽉 쥐고, ‘어디야’를 다시 칠 뻔했다.


그때, 답장이 도착했다.


“음… 뜻밖이야.”


그녀는 한 박자 멈췄다. 뜻밖?


의미가 머릿속에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밖’이 장소가 아니라…

‘뜻밖’이라면… 예상 밖… 계획 밖…?


“뜻밖?”


곧바로 이어진 그의 메시지.


응 나도 몰랐어.

오늘 내가 일찍 들어갈 줄은…

전혀 뜻밖이었어.”


그녀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먼저 터졌다.

아니, 방금까지 어디 밖인지 지도 켤 기세였는데, 이 사람은 국어사전을 들고 있었네.


그녀가 “진짜야?”를 보내려는 순간—

현관문에서 찰칵 소리가 났다.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또 한 번 뜻밖을 맞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얼굴이 너무 태연했다.

바깥 공기랑 같이 들어온 그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봐요. 뜻밖이지?”


그 말에 그녀는 결국 국자까지 내려놓고 웃었다. 국은 살짝 탔다. 하지만 그날 저녁의 결론은 분명했다.


사람이 걱정으로 복잡해질 때,

가끔 가장 좋은 해답은 “설명”이 아니라

“뜻밖의 농담”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밖’은 거리일 수도 있지만,

어떤 날엔 이렇게—

사랑을 안심으로 돌려놓는 의미의

바깥일 수도 있다는 걸.


그날의 제목은, 당연히 이것이었다.


뜻밖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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