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 더머 그리고 덤터기
콘 대기실에는 세 명의 ‘덤’이 있다. 덤 & 더머(덤어), 그리고 덤터기.
머저리 둘이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바로 ‘덤과 더머’다.
덤터기는 억울하게 떠안게 된 허물이나 걱정거리를 뜻한다.
서로 옥신각신하는 덤 앤 더머,
그리고 그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덤터기.
‘덤’ 셋이 공존하는 대기실, 그래서 이름 붙여봤다.
'쓰리 덤 하우스'
주로 고만고만한 둘 사이에 마찰이 생길 때 쓰는 말로 ‘자. 강. 두. 천’이 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의 줄임말로, 수준 낮은 싸움을 비꼴 때 쓰는 신조어란다.
‘천평 형’과 ‘늘보 형’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과연 자강두천인지, 덤 & 더머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둘의 다툼은 경력과 일머리의 차이에서 비롯된 듯했다.
팀장인 ‘천평 형’은 채석장 근무 경력이 오래됐고,
‘늘보 형’은 다른 업종에서 단련된 일머리가 있다.
그러니 서로 자기 방식이 옳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야,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어.”
“아니 형,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빨라요.”
연장자인 ‘천평 형’ 입장에서는 채석장 후배인 ‘늘보 형’이 자기 뜻대로 고분고분 따라주길 바란다.
그런데 후임은 불쑥불쑥 시비를 걸 듯 자기주장을 들이민다.
선임 눈에는 당연히 되바라진 후임이다. 괘씸하고, 함께 일하기도 껄끄럽다.
반대로 ‘늘보 형’도 불만이 많다.
팀장 형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으면 좋으련만, 허허실실에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태도.
거기다 일머리는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럴 때마다 입을 삐죽거리거나, 안 보는 틈에 주먹밥을 날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습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고참 둘이 찰떡궁합의 ‘환상의 콤비’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환장하는 콤비’다.
이를 지켜보는 신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둘 중 하나만이라도 한 발 물러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입맛만 떨떠름해진다.
티격태격하든, 아웅다웅하든, 옥신각신하든 어쨌든 기계는 고쳐지고 장비는 돌아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괘씸해도 참고, 못마땅해도 따라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묘한 케미, 가히 덤 앤 더머라 부를 만하다.
둘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폐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억울하게 넘겨받은 허물, 말 그대로 덤터기를 뒤집어쓴 것이다.
팀장인 ‘천평 형’이 되바라진 ‘늘보 형’과 함께 일하기를 꺼리던 차에 신참이 들어왔다.
그것도 ‘군말 없는 동행’을 생존 원칙 제1번으로 삼은 초짜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기계 수리나 부품 교체는 설비가 멈춘 시간에만 가능하다.
청소도 대부분 그때 해야 한다.
그런데 ‘천평 형’의 시도 때도 없는 동행 요구가 이어지면서, 내가 청소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에 발생하는 석분의 양은 거의 일정하다.
기계가 멈춘 시간에 청소를 못 하면, 결국 설비가 돌아가는 와중에 청소를 할 수밖에 없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불평.
'군말 없는 동행'의 결심이 무색해졌다.
채석장 생존원칙 제1번에 위기가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