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학원의 사무실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이 공간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들과 정리되지 않은 펜들이 흩어져 있었다. CC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모습이 신경 쓰여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 "CC, 요즘 힘들어 보여요. 괜찮아요?"
CC는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의자에 몸을 살짝 기대며 대답했다.
CC: "괜찮아요. 그냥 일이 조금 많아서요."
나는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지친 감정을 눈치챘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문서 더미와 빈 커피잔이 있었고, 피곤한 눈빛이 그녀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잠깐의 여유를 줄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오후에 퇴근을 하면서 CC와 나는 근처에 있는 작고 아늑한 커피숍으로 장소를 옮겼다. 벽에는 따스한 브라운 톤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곳곳에 놓인 화분이 공간을 생기 있게 채우고 있었다. 창가에 앉으면 바깥의 분주한 거리와는 대조적으로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대화를 시작했다. CC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천천히 마셨다. 그녀의 손은 가늘고 길었고, 특히나 손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그 나이의 여성들이 붙인 손톱을 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나는 그녀의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 "가끔은 이렇게 잠깐 쉬는 것도 필요해요."
CC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CC: "맞아요. 요즘은 바쁘게만 지내다 보니 이런 여유를 잊었어요."
커피숍 안에서는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다른 손님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에 더 몰입했다.
나는 그녀의 긴장을 풀기 위해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물었다.
나: "CC, 내몽고가 고향이라고 했죠? 거기는 어떤 곳이에요?"
그녀는 처음엔 놀란 듯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얼굴에 생기가 돌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CC: "내몽고는 정말 특별한 곳이에요. 끝없이 펼쳐진 초원, 맑은 하늘… 어릴 땐 그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그리워요."
그녀의 눈은 초원을 떠올리는 듯 반짝였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끄덕였다.
나: "언젠가 꼭 가보고 싶네요. 추천하는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CC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CC: "좋아요. 가게 되면 제가 안내할게요."
커피숍에서 나는 그녀를 배웅하며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저녁 햇살로 물들어 있었고, 가로수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주변에는 서둘러 퇴근하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가끔씩 옷깃을 여미며 바람을 막았다.
CC: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 "별말씀을요. 언제든 힘들면 얘기해요. 제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줄게요."
그녀는 살짝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들, 저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CC와의 대화가 계속 떠올랐다. 커피숍에서 그녀가 보여준 미소, 고향 이야기를 할 때 반짝이던 눈빛, 그리고 거리에서의 부드러운 바람까지 모든 게 머릿속에서 선명했다. 나는 그녀와의 시간이 단순한 동료와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중요한 순간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