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늦은 아침, 여느 때처럼 나는 데스크 주변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초조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CC가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그녀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나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데스크로 향했다. “보통 물건은 ‘설마 여기 있겠어?’ 하는 곳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컴퓨터 주변은 어때요?”
그녀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나는 다른 직원을 불러 컴퓨터를 들어보라고 부탁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정말 여기 있을까요?”
컴퓨터 밑에서 계약서가 발견되었고, 그녀는 놀란 표정과 함께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큰일 날 뻔했어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은 누구나 겪어요. 다음부터는 중요한 서류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세요.”
그녀는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들고 교장실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날 오후, CC는 여전히 바쁘게 전화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데스크 위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청소 아주머니가 이를 발견하자 잔소리를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지! 다 같이 쓰는 공간인데 이렇게 지저분하게 쓰면 어떡해요?”
CC는 무안해진 듯 고개를 숙였고, 나는 참다못해 나섰다.
“아줌마, 지금 이분은 점심도 못 먹고 계속 일하고 계세요. 과자를 먹다가 부스러기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죠. 나중에 치우면 되잖아요?”
청소 아주머니는 나를 바라보며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런가요? 미안하네. 내가 좀 심했네.”
나는 CC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런 일은 다들 겪는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저를 도와주시네요.”
며칠 후, 학원 문이 열리며 낯선 한국어가 익숙한 발음이 들려왔다. 중년의 남성이 방문하여 학원 프로그램에 대해 묻고 싶어 했지만, CC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생님,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방문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
그는 프로그램과 수업료에 대해 물었고, 나는 차근차근 한국어로 설명했다. 방문자가 만족한 얼굴로 떠난 후, CC는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 혼자였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어를 조금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든든하세요.”
이렇게 여러 사건이 반복되면서, 나는 그녀에게 점점 더 마음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나를 점점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듯했다. 그녀가 데스크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며 보이는 긴 손가락은 무언가 연약하지만 섬세해 보였다. 나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