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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작은 공간 속 이야기

by leolee

이사와 새로운 인연

씨씨와 함께한 동거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새로운 숙소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TJ가 떠난 후 지금 살고 있는 방을 정리하면서, 나는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방을 나눠서 쓸 수 있는 집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찾아낸 곳은 화장실과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비교적 작은 공간이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씨씨와 함께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샤오왕과의 첫 만남


이사를 한 첫날, 짐을 정리하다가 옆방에서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안녕하세요, 저는 샤오왕입니다. 옆방에 살고 있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말투와 표정이 친근해 보였다. 나도 인사를 돌려주며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나에게 큰 인연으로 다가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샤오왕은 이후 종종 우리 방에 들러 씨씨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둘은 같은 고향 출신은 아니었지만,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공통점을 찾아갔다. 나와도 간단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점점 편해졌다.


갈등과 조율의 나날들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와 정리였다. 나와 씨씨 모두 청소에 소홀한 편이었고, 청소를 미루다 보니 집이 금세 어질러졌다. 처음에는 서로 양보하며 잘 타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쌓였다.


“너는 청소를 왜 이렇게 안 해?”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너도 안 하잖아!”

서로 핑계를 대다 보니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주말마다 함께 대청소를 하기로 약속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샤오왕도 이를 보며 “둘이 너무 귀엽다”며 웃었지만, 우리에겐 꽤 심각한 일이었다.


씨씨의 한국어 공부


씨씨와의 갈등은 청소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지나치게 오래 보는 것도 나를 답답하게 했다. 중국의 인기 있는 SNS와 짧은 동영상을 보느라 시간을 보내는 씨씨에게 나는 여러 번 한국어를 배워보라고 권했다.


“외국인이랑 연애하는데 외국어 하나쯤은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나중에 해볼게.”

하지만 그녀의 ‘나중에’는 쉽게 오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중국어 공부에 열심이었기 때문에 더 서운했다. 대화의 주제가 부족해질수록 우리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왕은 우리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는 가끔 씨씨와 중국어로 장난을 치며 내게 번역해주기도 하고, 내가 중국 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으면 성심껏 대답해 주었다. 그의 유쾌한 성격 덕분에 우리 셋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왕이 지나가는 말로 던졌다.

“너희 둘, 정말 잘 어울려. 하지만 서로 좀 더 배려하는 게 좋아 보인다.”

그의 조언은 나를 돌아보게 했고, 씨씨와의 관계를 더 성숙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다.


이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공간뿐 아니라 새로운 배움과 관계를 가져다주었다. 씨씨와의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점차 함께 맞춰가는 방법을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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