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첫날, 나는 모니터 앞에서 학생들이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화면에 학생들의 얼굴이 나타났고, 나는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잘 지냈어요?”
수업에는 다섯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었고, 이들의 목표는 저마다 달랐다.
먼저 화면에 나타난 리우는 베이징에서 온 대학생으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라고 인사했다. 나는 그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농담을 건넸다.
“리우 씨, 요즘 어떤 한국 드라마 보고 있어요?”
“‘SKY 캐슬’이요!” 리우의 대답에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다음으로 상하이에서 온 직장인 위안이 입장했다. 그는 비즈니스 한국어를 배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 실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들을 배우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좋아요, 오늘 수업이 딱 맞을 거예요!”
장난기 많은 메이가 뒤따라 입장했다. 그녀는 “선생님, 오늘 수업 끝나고 퀴즈 있어요? 선물 있으면 더 열심히 할게요! “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나는 웃으며 “오늘 특별 미션 준비했어요! “라고 응수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샤오밍은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는 노트를 준비하고 꼼꼼하게 수업을 들으려고 했다.
“좋아요, 오늘 수업은 ‘상대방과의 대화’입니다.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학생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자, 여러분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요?”
리우가 손을 들었다. “대화를 시작하는 게 어려워요. 처음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사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예요.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죠.”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관심을 보이자, 나는 예를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제가 중국에 처음 왔을 때,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작은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어 즐겁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뭔지 너무 궁금했죠. 그래서 용기를 내서 다가가 물어봤어요. ‘이게 뭐예요?’라고요. 그러자 그분이 웃으면서 ‘차예단(茶叶蛋)이라고 해요. 계란을 간장과 여러 재료와 함께 삶은 건데, 중국에서 아침에 많이 먹는 간식이에요.’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나는 손짓을 더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분이 차예단을 하나 주시면서 ‘한번 먹어봐요’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한 입 먹어보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더라고요. 그 후로 저는 이 차예단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만들까? 어떤 재료를 쓸까? 그리고 사람들이 왜 이렇게 좋아할까? 이런 질문들이 계속 떠올랐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를 보였고, 나는 계속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잘 모를 때, 작은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은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져요. 이게 바로 대화에서도 적용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작은 호기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조금씩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은 자신이 아는 것들을 공유하며 더욱 대화가 깊어지게 됩니다.”
리우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건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거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소지품이나 습관, 취미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요. 작은 호기심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메이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중국에 처음 왔을 때, 호기심 때문에 이상한 질문도 해보셨겠네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지. 한 번은 식당에서 주문을 하려는데, 메뉴에 있던 ‘마라탕’이 도대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종업원에게 ‘이거 매운 가요?’라고 물었더니, ‘매운데, 많이 매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봤죠. 결과는… 음, 엄청 매웠어요!”
학생들은 크게 웃었고, 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여러분도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호기심을 가지세요. 어떤 표현이 왜 이렇게 사용되는지, 단어의 어원이 뭔지, 문화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궁금해하면 언어 실력이 빠르게 늘어날 거예요.”
위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 뭘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나는 조언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옷, 액세서리, 휴대폰 케이스 같은 작은 것들부터 관심을 가지세요. 예를 들어, ’이 가방 멋진데 어디서 샀어요?’처럼 간단한 질문이 좋아요. 상대방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며 학생들은 점점 더 대화 기술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이 핵심 요소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실은 한 가지가 더 있어요.”
“네? 또요??
위안이 대답했다.
“예전에 한국에서 시계를 고치러 갔던 적이 있어요. 작은 시계방이었고, 주인아저씨는 나이가 많으셨죠. 처음엔 서로 어색해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저씨의 관심사가 뭘까 생각하다가, 시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죠.”
학생들은 귀를 기울였고, 나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아저씨에게 ’ 제 나이에 어울리는 시계가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어요. 그 순간 아저씨의 눈빛이 반짝이더라고요. 얼굴이 환해지고 말을 빠르게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저는 깨달았어요. 아, 이분은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학생들은 흥미로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상대방이 좋아하는 주제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정확해요! 상대방이 좋아하는 주제를 찾으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위안도 질문을 던졌다. “그럼 대화할 때, 우리가 먼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나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먼저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듣는 게 중요해요. 많이 들으면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어요.”
학생들은 노트를 하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다양한 대화 기법을 설명하며 실습을 진행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리우 씨,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 관심 있어요.”
“좋아요. 그러면 대화할 때, 상대방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학생들은 서로 가상의 대화를 만들어가며 실습을 진행했고, 나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격려했다.
수업이 마무리될 무렵, 나는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내고, 그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거예요. 여러분도 연습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학생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라고 인사했다.
수업을 마친 후 옆에서 듣던 씨씨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와.... 오빠, 오늘 학생들 반응 좋은데? 특히 시계 이야기가 재미있었어.”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역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가장 공감이 가나 봐.”
그렇게 하루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온라인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