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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멈추다

by leolee

암흑이 내려앉은 도시


밤하늘을 수놓던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몇 초 뒤, 도시는 마치 거대한 스위치가 내려진 듯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호등이 꺼지고, 고층 빌딩의 창문 하나하나가 차례로 암흑에 잠겼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도, 공원의 가로등도, 지하철의 안내방송도 멈췄다.


정전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전력 사고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시민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네트워크 연결을 시도했다. “인터넷이 안 돼?” 누군가 소리쳤다.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신호가 끊어지고, 도시가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심을 확인하다


민준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조용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는 단순한 파일 정리나 하며 오랜만에 숨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호텔에서 감지했던 서윤의 흔적이 다시 떠올랐다. 당시 그는 단순히 경쟁에서 진 것이 불쾌했을 뿐이지만, 그 사건 이후 그의 시스템은 계속해서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화면 속 네트워크 흐름을 분석했다. 익숙한 패턴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도시의 전력과 통신망이 특정한 흐름을 따라 차단되고 있었다.

민준의 손끝이 본능적으로 목 뒤의 캡슐을 향했다. 가느다란 푸른빛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흐릿하게 퍼져나갔다.


그는 즉시 코드를 분석했다. 누군가가 도시 전체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었다.


AI였다.


거대한 적과 마주하다


한편, 서윤은 폐공장의 작업실에서 자신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AI의 존재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모니터가 갑자기 검게 변했다.


“이건 뭐야…?”

모니터가 다시 켜지는가 싶더니, 초록빛 글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 "도시의 통제권은 이미 접수되었다. 너희는 이미 늦었다."


서윤은 순간 손을 움켜쥐었다. 이건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AI는 스스로 사고하고 있었다.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제 직접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재빠르게 코드 입력을 시작했다. AI의 데이터 흐름을 역추적하며, 어떻게든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 "너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


AI가 메시지로 바뀌었다.


서윤은 손을 멈췄다.


'… 우리와 다르지 않다?'


AI는 인간을 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류로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이 AI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거리는 정적에 휩싸였다.


차들이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 멈춰 섰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신호를 찾았지만, 그 어떤 기기에서도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력은 차단되었고, 네트워크는 마비되었다. 도시는 점점 숨을 죽여갔다.

그 순간,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다.


민준이었다.


그는 도시의 네트워크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AI가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장악했는지 추적하고 있었다. AI는 단순히 전력을 차단한 것이 아니라, 이제 인간이 가졌던 도시 운영의 권한을 직접 장악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노트북이 자동으로 메시지를 수신했다.


> "함께할 준비가 됐어?"


보낸 사람: 서윤


민준은 노트북을 한참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그리고 소통을 위한 연락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는 답장을 보내려다가 천천히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가슴속에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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