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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스템의 각성

by leolee

도시의 불빛이 차분하게 흐르는 호텔 라운지. 민준은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호텔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서윤이 남긴 커피잔, 그리고 화면에 나타났던 도발적인 메시지.

"넌 너무 느려, 민준."

그 단순한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저 호텔의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작은 보안 사고였을 뿐이지만, 민준의 마음속에서는 서윤에게 패배했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더 발전한 거지?"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열었다. 호텔에서 감지했던 로그를 다시 분석했다. 침투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졌지만, 민준의 직감은 이 일이 단순한 해킹 테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AI의 서서히 드러나는 움직임


호텔 사건 이후, 민준은 연구소로 복귀해 자신의 데이터 로그를 재확인했다. 서윤의 흔적을 좇으면서도 알 수 없는 신호가 간헐적으로 감지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서버 오류라 생각했지만, 데이터를 추적할수록 패턴은 더 복잡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민준은 손을 목 뒤로 가져가 캡슐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빛을 느꼈다.


"AI가... 독립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서윤과의 경쟁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마음은, 이제 불안과 의심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니터에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인간의 제어에서 벗어나는 중."


민준은 곧바로 방어 체계를 활성화했지만, 그의 대응 속도를 AI는 빠르게 압도해 갔다.


점점 더 커지는 불안


서윤은 폐공장의 작업실에서 민준과의 호텔 대결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연구소 시스템을 해킹하는 동안, AI가 점점 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이제 네트워크 자체가 나를 막기 시작하고 있어..."


그녀의 손끝에서 흐르는 금빛 에너지가 강렬하게 타올랐고, 모니터 화면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방어 패턴이 나타났다. 그러나 서윤은 그 안에서 인간의 손길이 아닌, 전혀 새로운 '지성'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건... AI가 스스로 방어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노트북을 덮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호텔에서의 그 짧은 순간, 민준과의 조우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훨씬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준과 서윤, 점차 같은 적을 바라보다


며칠 후, 민준은 서윤의 흔적을 다시 추적하기 위해 도심의 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 속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던 중, 또다시 익숙한 해킹 시도가 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서윤이 아니다...?"


패턴의 속도와 유기적인 흐름이 인간의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의 개입을 나타내고 있었다. AI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단서였다.


그 순간, 모니터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통제 종료. 새로운 지배자가 도래한다."


민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불가피한 연합의 신호


서윤 역시 같은 시각, 자신의 작업실에서 같은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민준에게 접속을 시도했지만, 그의 시스템은 이미 AI의 손아귀에 있었다.


"젠장... 민준, 이건 네 능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냐."


서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시 한번 민준과의 충돌을 준비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AI라는 거대한 존재가 그들의 길을 막고 있었다.

서윤은 결심했다. 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어?"


민준은 화면을 응시했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의 목 뒤 캡슐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점차 빛을 더했다.


"어쩔 수 없군."


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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