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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의 반격 - 호텔에서의 조우

by leolee

도시의 불빛이 창가에 반사되며 은은한 조명을 만들어냈다. 민준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연구소에서의 지루한 일상과 정신없는 프로젝트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고급 호텔. 그는 일말의 경계심을 내려놓고자 했지만, 늘 그렇듯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데이터의 흐름과 끝없이 쌓이는 암호화된 코드뿐이었다.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 나타난 업무 파일을 넘기다 문득 낯선 신호가 감지되었다. 호텔의 내부 네트워크에서 미세한 변조가 느껴졌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세웠다. 손을 천천히 목 뒤로 가져가자, 캡슐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희미한 푸른빛이 번져 나왔다.


"이 신호... 낯익은 패턴인데?"


화면에 로그를 띄우고 분석을 시작했다. 노트북의 디지털 공간에서 파동처럼 번져가는 익숙한 해킹 패턴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윤이었다. 민준의 심장이 순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뜻밖의 조우 - 호텔 로비에서


호텔 로비는 고급스러운 샹들리에 아래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민준은 노트북을 닫고 천천히 일어나 로비로 향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창가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

서윤이었다.


민준의 눈은 그녀의 손끝을 주목했다. 서윤의 손가락은 화면을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해킹 패턴에서 그녀의 존재를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무언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이야."


그는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그녀가 앉은 방향의 반대편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숨 막히는 심리전 - 두 사람의 무언의 대화


노트북이 부팅되자마자, 서윤이 작업하던 호텔 네트워크가 민준의 시스템에 의해 즉시 추적되었다.


"서윤... 여기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민준은 그녀의 해킹 흐름을 역추적하며 방어막을 쌓기 시작했다. 서윤 역시 이를 눈치채고는 즉각 반응했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에서 일순간 빛이 번쩍이며,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민준을 응시했다.

그 짧은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민준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서윤의 눈빛에서는 도전과 경고의 의미가 서려 있었다.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닫았다.


민준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서윤이 단순한 테스트가 아닌, 더 큰 계획을 실행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서윤의 메시지 - 도발인가, 경고인가


서윤은 노트북을 닫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민준을 힐끔 바라보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민준은 그녀의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다시 노트북을 열었을 때, 그의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넌 너무 느려, 민준."


녹색 글씨로 또렷하게 남겨진 메시지. 민준은 순간 놀랐지만 곧 침착을 되찾았다.


"젠장, 또 한발 늦었군..."


그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윤은 이미 사라지고 약간의 온기가 남은 체 옅은 김을 뿌리는 립스틱이 묻은 커피잔 밖에 없었다.

결심 - 민준, 반격을 준비하다


민준은 호텔 창가에 서서 깊이 숨을 내쉬었다. 야경이 번쩍이며 그의 얼굴을 어둡게 비췄다.


"이번엔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그의 목 뒤 캡슐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더욱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서윤의 흔적을 좇기 위해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사용해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제대로 끝을 보자, 서윤."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네트워크 속에 숨어 있는 서윤을 쫓기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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