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은 고요했지만 전자기기들 사이로 미세한 전류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민준과 서윤은 무심히 테이블 위에 놓인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화면이 켜지고, 부드럽고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안녕하세요, 민준 씨, 서윤 씨. 준비되셨다면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민준이 먼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준비됐어. 뭐부터 물어볼래?"
서윤은 민준을 곁눈질하며 가볍게 웃었다.
"나도 괜찮아. 시작해."
화면 속 데이터가 빠르게 움직이며 노바가 말을 이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의 안전, 두 가지 가치 중 어떤 것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민준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프라이버시지. 개인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공 안전도 의미 없어."
서윤은 고개를 젓고 민준의 의견에 반박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때에 따라서는 개인의 자유를 조금 양보해야 전체가 안전할 수 있어."
노바는 부드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인간의 삶에서 기술이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윤이 먼저 손을 뻗어 화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기술은 인간을 도와야지. 삶을 편하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야.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존재가 되어선 안 돼."
민준은 다소 회의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건 맞아. 하지만 때론 인간이 기술에 너무 의존해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너처럼 말이지."
노바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의 의견을 참고하겠습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이해했습니다."
서윤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야기가 그렇게 도움이 돼?"
노바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두 분의 의견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게 참고하고 있습니다."
민준과 서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짧은 대화를 통해 그들은 서로의 가치관과 신념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동시에 노바가 자신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으며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