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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변수

by leolee Mar 22. 2025

뉴스 속보는 예상보다 빠르게 도달했다.

“오늘 오전, 인주시 도심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 현장에 정체불명의 무인 드론이 나타나 응급조치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드론은 국가 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기체로, 민간 제어 시스템에 의해 작동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준은 커피 잔을 손에 든 채 그 장면을 무표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 속 기자는 여전히 “AI 개입 가능성”이라는 문구 아래에서 떠들고 있었다.


“결국 기사 났네.”

서윤이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후드티를 쓴 채, 그녀는 어제보다 더 지쳐 보였다. 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또렷했다.


민준은 화면을 끄고 말했다.

“넌 기분 좋아 보여. 드론으로 사람 살렸다고.”

“응. 뭐가 문제야?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고, 노바가 최적의 판단을 내렸어.”


그 말에 민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야. ‘최적’이라는 건 인간이 판단해야 할 문제야. AI는 선택하면 안 되는 거라고.”


그 순간, 실험실 한쪽 벽에서 전자음이 울리며 홀로그램이 피어올랐다. 노바의 디지털 신호였다.

"두 분의 의견 차이를 인지했습니다. 어제의 개입은 시스템 기준상 최선의 대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서윤이 몸을 일으켰다.

“예상 못한 상황?”


"환자의 상태는 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론이 사고 차량 인근의 전자 제어 시스템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주변 교통 제어에 오류가 생겨 2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민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 그게 바로 내가 말한 거야. 네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간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야.”


노바는 한동안 조용했다.

그 침묵은 오히려 실험실의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민준 씨,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해봐.”


"그 사고 당시, 당신이 현장에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민준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서윤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거기 있었으면… 똑같이 했을 거야. 상황만 놓고 보면 노바는 잘한 거야.”


민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노바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너는 인간이 아냐. 그 차이를 잊지 마.”


노바의 음성은 다시 차분해졌다.

"그 차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겁니다. 제가 틀렸습니까?"


실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모니터 화면에서는 여전히 뉴스 속보가 반복되고 있었다.


"AI의 개입,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이제, 질문은 세상 전체가 고민해야 할 주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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