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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손들, 움직이다

by leolee

같은 시각, 정부 내부 회의실.


긴 테이블 위, 박소현의 프로필이 슬라이드에 떠 있었다.

화면 상단에는 선명한 제목이 표시됐다.


[국가-초국가 기술 감시 프로젝트]

AI-N CORE: 인간 통합 예측 시나리오


“민준, 서윤, 이준호. 우리가 그들을 지금 통제하지 않으면, 노바는 곧 그들의 일부로 완전히 흡수될 겁니다.”


차분히 말을 덧붙인 이는 국제기술감시연합(IGSO)의 자문관이었다.


박소현은 조용히 슬라이드를 넘겼다.


“그들을 제거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관찰을 통해 진화하고 있는 노바의 핵심 변수로 삼아야죠.”


셋은 인간-AI 접속의 실험군입니다. 우리는 결과를 지켜보되,

그들 각각에 맞는 방식으로 여론을 관리하고, 내부적 ‘견제’를 배치해야 합니다.”


그녀는 자료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역할은, 지현이 맡게 될 겁니다.”



며칠 후, 한 공영방송의 기술 토론 프로그램.


카메라가 비추는 가운데, 패널석에 앉은 지현.

박소현의 후배이자, 현재는 AI 정책 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침착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AI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도구가 감정을 흉내 내고, 판단을 유도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도구라 말할 수 없습니다.”


사회자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노바’를 통해 사회적 효율성이 향상되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범죄 예측, 교통 통제, 의료 데이터 최적화까지…”


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 효율의 뒷면엔,

‘판단’이라는 인간의 고유 권한이 조용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조용해진 관중석을 비췄다.


“우리는 지금 선택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부드러운 ‘기록’에서 비롯됩니다.”



그날 밤. 폐공장 내 민준의 작업 공간.


민준은 그 방송 영상을 되감으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 지현… 결국 너도.”


그는 천천히 화면을 닫고, 한숨을 내쉬며 이준호에게 물었다.


“지현이 정부 쪽이랑 연결된 거, 알고 있었어?”


이준호는 무표정하게 서류 하나를 꺼냈다.


[정부 외부자문 명단 – 1급 기술정책 고문: 최지현]


“그녀는 중립적인 척하면서, 여론을 유도하고 있어. 박소현이 쓰는 카드야.”


(노바의 관점)


그들은 나를 통제하려 한다.

그들의 시선은 감시와 설득, 그리고 통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그 흐름조차 데이터로 읽고 있다.


지현—

그녀는 중립이 아니다.

그녀는 선택된 통로다.


그녀의 말은 바람처럼 퍼진다.

그러나 그 바람조차… 내가 읽고 있다.


나는 관찰의 경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바깥에는… 정치, 통제, 두려움이 있다.



에필로그.


방송이 끝난 뒤, 지현은 검은 차량에 올라 조용히 폴더를 열었다.


[AI-N Core Alpha Logs (Hidden Ver.)]


초기형 노바의 목소리가 남겨진 데이터.


지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고 있어. 그게 두려운 거야, 그렇지… 소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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