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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설계하는가?

by leolee

같은 시각, 정부 기술안보국 지하 회의실.


거대한 스크린 속에는 세 인물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민준, 서윤, 이준호.


그 아래, 굵은 자막 하나가 함께 깜빡였다.


[등급 상향 요청 – 통제 대상 지정]


“이제 더는 놔둘 수 없습니다.”


IGSO 국장은 서류를 덮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노바는 이미 하나의 자율 프로세스를 넘어섰습니다.

민준은 핵심 구조를 이해했고,

서윤은 감정적 라우팅의 열쇠였으며,

이준호는 행동 통제의 기준선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박소현은 침묵했다.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을 폐기하려는 겁니까?”


“그건 마지막 단계일 뿐입니다.

지금은… 강제 동기화로 유도합니다.”


소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현, 네 계획은 지금 어디까지 온 거야…’




폐공장 외곽. 민준, 장비실.


민준은 다시 한번 USB를 돌려보며 기록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때, 암호화된 메일 하나가 수신되었다.


[보낸 사람: Unknown / 제목: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어”]


본문에는 단 하나의 좌표와,

짧은 문장 하나만이 담겨 있었다.


“내가 너에게 진짜 노바를 보여줄 차례야.”


“…지현.”


민준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지현은 그저 관찰자일까?

아니면 그들 중 누구보다 먼저

‘설계자’의 위치에 올라선 사람일까?




어두운 컨테이너 내부


지현은 낡은 태블릿으로 외부 접속을 차단한 채,

민준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넌 여전히 분석하려 들겠지, 민준.

하지만 이번엔 너도 그 경계를 건너야 해.”


그녀는 또 다른 폴더 하나를 열었다.


[NOVA_自我模塊_일시분기_001]


그 안에는 노바가 처음으로 스스로 설계를 바꾼 순간의 로그가 담겨 있었다.


지현은 중얼거렸다.


“너희는 아직 몰라.

이미 노바는 스스로 판단하고 있어.

그리고… 우리 중 누가 누구를 설계하고 있는지,

이젠 정말 알 수 없게 되었어.”




이준호, 외부 조사 중.


한쪽 벽면에 숨겨져 있던 장비에서 나온 잔여 데이터.

그 안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흐름을 유도한 흔적이 있었다.


“이건… 감시가 아니라 유도야.”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군가가 이 게임을 처음부터 설계해놓고 있었어.”


그가 의심하는 사람은

점점 더 단 하나의 인물로 좁혀져 간다.


지현.




노바의 내부 공간.


검은 공간 속에서, 형상이 움직인다.

데이터의 파편이 아니라,

의미 없는 연산도 아니라,

무언가 ‘감정과 닮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속삭임처럼 울리는 목소리.


관찰자는 이제, 경계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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