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나는 타이베이역에서 작은 기차를 탔다.
목적지는 스펀(十分).
사람들 말로는, 그곳에서 풍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지우펀보다 덜 유명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정직하게 마음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차는 도시를 빠져나와 산 속을 달렸다.
창밖으로 작은 마을들과 이끼 낀 담장이 스쳐 지나갔고,
바람은 조금 선선했으며,
마치 기억 속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펀역에 도착했을 때, 철길 바로 옆엔
붉고 파랗고 노란 풍등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풍등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진지하게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한 가게에 들어가 풍등 하나를 골랐다.
네 면으로 구성된 붉은 풍등이었다.
가게 직원이 물었다.
“문구 쓰실 펜 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풀이나 테이프도 있나요?
풍등에… 종이를 하나 더 붙이고 싶은데요.”
직원은 의아한 눈빛을 잠시 보냈지만,
이내 웃으며 서랍을 뒤적여 풀과 테이프를 내주었다.
“감동적인 편지인가 봐요?”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말했다.
“하하하 그런 셈이죠.”
나 같은 사람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풍등의 네 면 중 한 면,
나는 그 가장 넓은 붉은 면 위에
따로 준비해간 얇은 편지지를 살짝 펼쳐 붙였다.
테이프가 약해 자꾸 들뜨자, 풀을 여러 번 덧바르며 조심스레 눌렀다.
그렇게 완성된 첫 면.
그 안엔 한글로 조용히, 이렇게 적었다.
“누나, 나 아직도 누나가 바다를 무서워하던 얼굴을 기억해.
하지만 누나. 누나는 누구보다 멀리 떠나려고 했고,
결국 정말로 떠났지.
나는 이제야, 이별을 보내.
누나 이름을 처음으로 하늘에 띄운다.
부디, 나 없이도 평안하기를.”
그 문장을 쓰고 나니 손끝이 떨렸다.
그녀의 이름을 종이에 적는 일조차
이제는 어색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걸
그제서야 실감했다.
나머지 세 면에는
조금 더 명확하고 따뜻한 소원을 담았다.
두 번째 면엔
아빠의 건강과
오래 하시던 일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적었다.
세 번째 면엔
엄마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
늘 다정하면서도 걱정을 입술에 담고 사는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아,
“엄마도 이제 자신을 돌볼 시간이에요”라고 썼다.
마지막 면,
나는 그 어떤 문장보다 진심을 담아
여동생의 행복을 적었다.
그 애는 늘 내 앞에선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안다.
그 속에 눌러두는 불안과 외로움을.
“세상 누구보다 너의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결혼할 나이도 되었고,
나는 너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아.
꼭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라고
나는 항상 너의 편이야.”
그 문장을 쓰고 나자
붓 펜 끝에 잉크가 조금 번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번진 자국조차
풍등의 색과 어우러져 따뜻해 보였다.
드디어 풍등을 들고
철길 한복판에 섰다.
주변엔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였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그게 전혀 외롭지 않았다.
점원이 풍등 안에 불씨를 넣었다.
풍등이 천천히 부풀고,
나는 양손으로 그것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자, 이제 놓으세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두 손을 천천히 풀었다.
풍등은 불빛을 머금은 채
느릿하게 하늘로 떠올랐다.
종이 위에 썼던 글자
于丽.
그 이름이 담긴 편지의 면이
구름 너머 희미한 빛과 함께
하늘 위로 조용히 사라져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걸 오래도록 바라봤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아주 긴 한숨처럼
내 안에 눌려 있던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느낌.
‘이제는 진짜 괜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누나… 꼭 행복해야 해.
이제 헤어지자! 안녕!.”
스펀의 하늘은 어둑했고,
풍등은 멀리 떠나면서
마치 작은 별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기차를 타기 위해 천천히 플랫폼으로 걸어갔다.
손에 남은 풀 자국, 그리고 번진 잉크 자국.
그것들이 오늘 하루의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