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마 대관람차,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by leolee

그날 밤 정처없이 걷다가 택시를 탔다.

나는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미라마 대관람차로 향했다.

낯선 나라에서 혼자 관람차를 타러 간다는 건

어쩌면 낭만보다도 어색한 선택일 수 있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시간’이 둥글게 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정도 갔을까?

녹색으로 물든 대관람차는 마치 다른 차원의 문처럼

시내 한복판에 떠 있었다.


티켓을 끊고, 관람차 탑승장에 섰다.

직원이 어색한 미소로 혼자 온 나를 쳐다보다

익숙하다는 듯 안내해줬다.

“혼자 타도 괜찮아요. 이 시간엔 그런 분 많아요.”

그 말이 어쩐지 위로(?)처럼 들렸다.


관람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창에 기대자, 반사된 내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조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시의 소음이 있었겠지만,

이 공간 안에서는 모든 소리가 차단된 듯했다.


도시의 불빛이 멀어지자

문득 떠오르는 한 장면.


그날 밤, 칭다오의 한식당.

우리는 오래도록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기름지게 볶아낸 청경채와 간장향 가득한 해삼탕.

나는 젓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그녀는 조용히 물컵을 들고 있었다.


“태겸, 나 요즘 꿈에서 계속 바다를 봐.

너랑 같이 봤던 그 바다. 그런데 난 항상… 그 바다에 빠져.”


그녀의 말은

이별을 준비하던 사람이 내뱉는 마지막 한숨 같았다.

그때 나는 뭐라고 대답했더라.

기억이 흐릿하다.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관람차는 서서히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다.

타이베이 시내가 발 아래 펼쳐졌다.

멀리 보일듯 말듯 또는 착각인지 모를 단수이 강 너머의 윤곽,

붉은 지붕과 간판 불빛,

그리고 이 공간 안에 혼자 있는 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공간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 듯이, 아주 천천히.


“누나, 잘 지내?

나는 지금… 혼자 관람차를 타고 있어.

타이완, 나쁘지 않아. 사람들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근데, 누나가 없으니까 이상하게 모든 게 반쪽이야.”


숨을 들이쉬고, 이어 말했다.


“그날 누나한테 아무 말도 못해서… 지금 말할게.

나는 사실, 괜찮지 않았어.

누나 떠난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괜찮았던 적 없어.

근데 이제 좀 괜찮아지고 싶어.

진심으로 누나의 앞날을 빌 수 있을 만큼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무언가 안에서 조용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관람차는 다시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시간도, 내 마음도.

나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은 분명 앞으로 가고 있었지만,

내 감정은 한 바퀴 돌아 이제 막

‘이별 이후의 시간’에 도착한 것 같았다.


도착한 캡슐의 문이 열렸다.

나는 잠시 그대로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려오며 속으로 말했다.


“고마워, 누나.

이번 여행은 누나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편지야.”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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