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온 길, 차 안은 조용했다. 라디오에선 대만 가수가 부른 느릿한 발라드가 흐르고 있었고, 천리웨이는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오카리나를 손에 꼭 쥔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빛이 안개에 흩어지고, 빨간 등이 다시금 흔들리고 있었다.
그 속엔 어쩐지 말로 설명되지 않는 그리움의 파편이 섞여 있었다.
호텔 방에 들어서자, 외투와 가방을 던지듯 내려두고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창밖은 여전히 흐렸다.
물기를 머금은 공기, 따뜻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도시의 숨결.
나는 불을 끄지 않고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다시 칭다오에 있었다.
낮게 깔린 구름, 황량한 바닷가, 그리고 그 바람 속에 서 있는 한 사람.
흰 코트를 입은 누나였다.
손엔 익숙한 종이봉투 하나.
나는 무언가 말을 걸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봉투를 조용히 건넸다.
그 안엔 다시 그 돈다발
만 위안, 그리고 흰 종이에 적힌 짧은 문장.
“나는 끝냈지만, 넌 아직 시작도 안 했더라.”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꿈속의 공기가 꺼졌다.
시간이 뒤틀리는 듯한 현기증.
갑자기 주변이 붉게 물들며, 지우펀의 골목이 떠올랐다.
등불 아래를 지나던 검은 우산들, 안갯속에서 들리던 소리 없는 발자국.
그리고 그 골목 어딘가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태겸아, 거기서 넌… 잘 지내니?”
소름이 끼칠 만큼 똑같은 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누나의 목소리였다.
나는 무작정 골목을 뛰기 시작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물기가 가득한 계단이 발을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선 어느 골목 끝, 마치 영화처럼 등불 하나가 깜빡이며 꺼졌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흠…”
갑자기 깨어났다.
방 안은 조용했고, 창밖에선 새벽비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시계는 새벽 4시 18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커튼을 젖혔다.
밤과 아침의 경계, 타이베이의 새벽.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만큼 생생했던 그 목소리.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오카리나를 들었다.
손에 닿은 차가운 감촉이 묘하게 현실감을 불러왔다.
숨을 들이쉬고, 오카리나의 구멍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숨을 불어넣었다.
“푸우우…”
이번엔…
희미하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낮고 불완전한, 그러나 분명한 울림이었다.
나는 작게 웃었다.
마치 누군가의 응답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작은 노트를 꺼내어, 꿈의 내용을 적었다.
“지우펀, 꿈, 누나의 목소리.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말.
오카리나, 첫 울림.”
글자를 쓰며 그는 생각했다.
누나는 정말로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건,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목소리였을까?
천리웨이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은 어디 가실 건가요, 이태겸 씨?”
“날씨 흐림. 미라마 대관람차나, 단수이 강변 추천드려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의 공기는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했고,
해야 할 말들은 아직 마음속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해 볼까.”
작게 중얼이며, 천천히 트렁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