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준비된 자에게

by leolee

중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한국어 능력시험 TOPIK이 4월과 10월에 두 번 열린다. 그래서 대학에 가기 위한 친구들은 이 두 번의 기회를 정말 잘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코로나 시즌이 끝나고 본 첫 번째 시험이 끝난 지 한 달여, 기다리던 시험 성적이 발표된 날, 교실은 숨 막히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켜거나 학교와 아는 게임방에 가서(중국은 미성년자는 게임방에 출입을 할 수 없다.) 성적 발표 페이지에 접속했다.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 후 화면에 뜬 대기인 숫자를 보는 순간, 학생들은 긴장이 가득했다.

30분이 지났을까? 어느 곳에서는 환호가, 또 다른 곳에서는 탄식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 저 점수가 세 자리도 안 나왔어요…”

“사…. 삼백 점 만점에??”


한 여학생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그 옆자리의 친구는 입술을 깨물며 화면을 계속 새로고침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몇몇 학생은 눈이 붉어진 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속삭이듯

“엄마가 알면 큰일 난다…”


라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동안 학생들의 노력을 알고 있는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이 학생들에게는 이번 시험이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꿈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3급은 최소 기준이었지만, 현실은 그 문턱조차 넘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교실 안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고, 울음과 한숨이 뒤섞여 마음을 더 짓눌렀다.

하지만 나는 그냥 무너지는 얼굴들을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내 마음속에는 이미 하나의 비밀 같은 묘안이 있었다.

사실 나는 몇 달 전부터 각 대학교 국제처 사이트를 꼼꼼히 검색해 왔다. 입시 요강과 공지사항을 거의 매일같이 확인하며,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덕분에 누구보다도 빨리 알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서 TOPIK 시험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몇몇 대학들이 교내 한국어시험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고 싶어 하는 모 대학교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기막히게도, 우리가 평소에 해오던 수업의 말하기 문형이 바로 그 대학의 시험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나는 울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리우 씨, 진짜 한국에 유학 가고 싶은 거 맞아?”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리우웨이가 대답했다.


“선생님… 저 어떻게 해요… 엄마가 알면 정말 큰일 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방법이 있어. 지금부터 나랑 같이 준비하면 돼.”

순간 학생들의 울음이 멈췄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교내 한국어시험 이야기를 꺼내자 여기저기서 눈빛이 번쩍였다.


나는 시험을 망친 학생들, 그리고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학생들 몇 명을 빈 교실로 불러 모았다. 물론 이미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함께였다.

그리고 칠판에 커다랗게

교내 한국어시험


이라고 쓰고, 우리가 배운 문형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봐, 전에 우리가 수업시간에 봤던 이 문형들 기억하지? 이게 바로 그 학교 말하기 시험의 형식이야. 여기를 통과하면 TOPIK과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어.”

그 말을 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놀라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진짜요?”

“그럼 우리 아직 기회 있는 거예요?”


어떤 학생은 두 손을 맞잡으며 감격한 듯 눈을 반짝였고, 또 다른 학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마치 이미 합격 통보라도 받은 듯한 과도한 환호였다. 교실 안은 울음이 웃음으로 바뀌었고, 방금 전까지 흐느끼던 얼굴들은 한순간에 환희로 물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아이들은 내가 만들어줄 작은 길 하나에도 이렇게 살아나는데, 나는 그 길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검색하고 준비해 왔던 거구나.”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생들의 눈물 젖은 얼굴과 환하게 웃던 순간이 교차해서 떠올랐다.

절망과 희망이 맞닿아 있는 자리에서, 내가 그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묵직하게 울렸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더 큰 절망으로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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