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은 겨우 한 달. 학생들은 교내 한국어시험의 문형은 이미 익숙했지만, 온라인 시험이라는 말 앞에서는 쉽게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선생님, 온라인으로 어떻게 봐요? 혹시 녹화돼요?”
“시험할 때 옆에 누가 있으면 안 되죠?”
… 학생들의 질문은 불안이 그대로 묻어났다.
나도 이해했다. 평소 한국인과 직접 대화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던 학생들에게, 컴퓨터 화면 속 1:1 상황은 생각보다 더 큰 압박이었다. 더군다나 그 낯선 긴장감은, 말 한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목을 조여올 수 있다.
나는 곧장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여러 대학들의 안내문을 비교하다가 깨달았다. 이 학교는 Zoom을 이용해 시험을 본다. 감독관, 학생, 그리고 한 명의 선생님이 한 방에 들어가, 준비된 PPT를 공유하며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그래, 실제처럼 해보는 거야.”
모의시험의 준비
나는 교실 컴퓨터와 내 개인 노트북을 연결해 시험실 상황을 연출했다. 녹화 기능도 켜 두었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 오늘은 진짜 시험처럼 해볼 거예요. 그냥 연습이 아니라 녹화까지 해서, 다 같이 보고 피드백을 줄 거예요. 어색해도 괜찮아요. 지금 해봐야 시험장에서 긴장하지 않아요.”
학생들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번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결전을 앞둔 병사처럼, 조금은 굳은 표정이었다.
첫 번째 학생의 도전
첫 주자는 샤오왕이었다. 화면 앞에 앉은 그는 평소 활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감독관 역할을 맡은 내가 질문을 던졌다.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저는… 저는… 중국… 학생입니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눈동자는 자꾸만 옆으로 흔들렸다. 대답은 간신히 끝났지만, 화면 속 모습은 누구나 보기에도 지나치게 불안했다.
피드백의 순간
잠시 후, 녹화를 틀었다. 학생들은 빙 둘러앉아 화면 속 샤오왕을 보았다. 영상 속 그는 자꾸만 눈을 옆으로 돌렸다. 나는 정중히 말했다.
“봐요, 이럴 때 눈이 너무 다른 곳을 보면, 감독관이 ‘혹시 누가 도와주나?’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눈은 반드시 정면, 카메라를 바라보는 게 좋아요.”
샤오왕은 얼굴이 붉어진 채 웃음을 터뜨렸고, 다른 학생들도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함께 웃었다.
두 번째 학생의 어려움
이번에는 메이린이 나섰다. 그녀는 평소 성실했지만 발음에 약간 약점이 있었다. 내가 문장을 제시했다.
“저는 한국에 가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메이린은 또박또박 읽으려 했지만, ‘경영학’의 ‘경’ 발음을 ‘갱’으로 잘못 굴렸다. 모두가 영상에서 그 부분을 보자, 나는 멈추고 말했다.
“좋아요, 이 부분은 시험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발음은 모든 문장에서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첫 번째 문형에서 제시된 세 문장을 읽을 때는 정확해야 합니다.. 그다음 두 번째, 세 번째 문형에서는 발음보다 문법과 내용의 정확성을 더 보거든요. 그러니까 첫 문형은 ‘정확한 발음’, 나머지는 ‘정확한 문법’.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메이린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실수가 오히려 그녀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세 번째 학생의 순발력 부족
세 번째로 나온 학생은 진즈였다. 평소 글쓰기는 뛰어났지만 말할 때는 늘 속도가 더뎠다. 질문은 간단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저는… 사과… 좋아해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어야 할 ‘이유’가 멈춰버렸다. 긴장과 동시에, 글쓰기로는 할 수 있었던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맛있어요”라는 짧은 대답만 남겼다.
녹화를 보고 난 후, 나는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봐요, 이런 경우가 가장 흔해요. 질문의 첫 번째 부분만 대답하고, 두 번째 이유 부분은 빼먹는 거죠. 시험관이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주어진 문제에 맞게 끝까지 답했는가’ 예요.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발음이 좋아도 점수가 높지 않아요.”
진즈는 고개를 떨궜지만, 다른 학생들이 함께 끄덕이며 메모하는 모습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교실의 변화
모의시험이 끝나고 나자, 교실은 전과 달리 활기가 감돌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며, 긴장과 부족함을 똑바로 직시했다. 나는 그들이 웃으면서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그래,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강해지고 있구나.”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분명 오늘의 모의시험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연습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경험, 그리고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