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테스트를 마친 며칠 뒤 이어진 수업의 주제는 간단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하기.”
나는 사실 지난 수업에 했던 내용이라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먼저 짧게 글을 쓰게 하고, 그걸 토대로 말하기를 시켜보았다. 사실 나는 늘 글쓰기와 말하기 사이에 연결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글로 정리할 수 있으면 말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 하지만 실제 수업 속에서 그 차이가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는, 이번 활동을 통해서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발표한 건 메이린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글쓰기를 좋아해서 노트에 자주 문장을 적곤 했다. 이번에도 글을 쓰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그녀는 단정하게 적어 내려간 글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저는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매운맛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밥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말하는 순간에도 문장을 조금씩 바꾸어 자연스럽게 이어 갔고, 글의 문법적인 구조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글로 다져진 힘이 말하기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교실은 잠시 환호로 가득 찼다.
그다음은 샤오왕이었다. 그는 글쓰기를 어려워했고, 늘 단어만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원고지에는 단 세 줄, 그것도 단어 위주였다.
“저는… 피자 좋아요. 치즈… 맛있어요.”
순간 교실이 정적에 잠겼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고, 샤오왕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 사실 평소 샤오왕의 성격을 아는 나와 친구들은 그의 반응에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만 더 덧붙이면 문장이 훨씬 풍성해져요. 예를 들어 ‘치즈가 녹아서 맛있어요’라고 하면 더 자연스럽죠.”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확실히 글로 구조를 잡는 힘이 부족한 탓에, 말하기에서도 확장이 쉽지 않았다.
세 번째로 나온 리샤는 조금 다른 경우였다. 글을 곧잘 쓰지만, 발표에만 서면 긴장으로 무너지는 학생이었다. 그녀는 원고에 ‘저는 딸기를 좋아합니다. 달고 예쁩니다.’라고 또박또박 써놓았지만, 막상 발표에서는
“저는 딸기 좋아해요. 딸기… 예뻐요.”
이렇게 끝나 버렸다. 글과 말 사이의 거리가 그녀 안에서는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사례는 나에게 큰 생각거리를 주었다.
• 글을 자주 쓰고 문장을 익힌 메이린은 말하기에서도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들어냈다.
• 글쓰기에 취약한 샤오왕은 결국 단어만 나열하다가 말문이 막혔다.
• 글은 잘 쓰지만 발표에 약한 리샤는 긴장 때문에 글의 힘을 살리지 못했다.
즉, 글쓰기가 말하기의 토대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학생들 앞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걸 보며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혼자 교무실에 앉아 오늘의 장면을 곱씹었다.
“말하기 수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입으로만 훈련하는 건 답이 아니구나. 글쓰기로 구조를 다져야 말하기가 살아난다. 글은 뼈대고, 말은 그 뼈대를 따라붙는 살과 같다.”
그 순간, 그동안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별도로 강조해야 하나 고민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었다. 앞으로는 글과 말을 연결하는 훈련을 의도적으로 더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