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힘, 대답의 부담

by leolee

다음 주 말하기 수업이 시작되자 나는 먼저 칠판에 커다란 글씨로 문장을 적었다.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어요?
→ 저는 ___을 먹었어요. ___ 맛이었어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해요?
→ 저는 ___을 좋아해요. ___ 때문에 좋아해요.


“여러분, 오늘은 질문과 대답 연습을 할 거예요. 단어만 말하지 말고, 문장을 완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빵 먹어요’라고만 하면 부족해요. 아침은 이미 지났으니까 ‘빵을 먹었어요, 맛있었어요’라고 과거형으로 말해야 맞습니다. 이해했나요?”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약간의 불안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는 꼭 이유를 붙여야 합니다. ‘저는 사과를 좋아해요’에서 끝나면 안 돼요. ‘왜냐하면 건강에 좋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연결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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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리샤를 불렀다.
“리샤 씨,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어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는 오늘 아침에… 빵 먹어요. 맛… 좋아요.”

교실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곧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학생들도 그녀 스스로도 틀렸다는 걸 느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웃음을 멈추고 차분히 말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아침은 이미 지났죠? 그러니까 ‘먹었어요, 맛있었어요’라고 해야 맞습니다.”

칠판에 다시 ‘먹다 → 먹었어요 / 맛있다 → 맛있었어요’라고 변화를 써주자 리샤는 고개를 숙이며 따라 읽었다.

다음은 샤오왕 차례였다.
“샤오왕 씨, 어제저녁에 누구와 함께 있었어요?”
그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어제 저녁에 친구 같이 있었어요.”

나는 곧바로 수정해 주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같이 있었어요’라고 해야 자연스러워요. ‘-와/과’라는 조사가 빠지면 어색합니다.”

칠판에 굵은 글씨로 ‘친구 와 같이’라고 써주자, 학생들이 한 번 더 따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좋아하는 것’ 문형으로 넘어갔다.
“메이린 씨, 어떤 과일을 좋아해요? 왜 좋아해요?”
그녀는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수박 좋아해요… 맛… 시원.”

나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
“시원… 뭐예요? 시원해요? 시원해서 좋아해요?”
그제야 메이린은 얼굴이 붉어지며 “시원해서 좋아해요”라고 대답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환호가 터졌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왜?’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 막혀버렸다. 단어는 쉽게 떠올리지만, 그걸 문장으로 이어가는 순간 긴장해서 침묵이 길어졌다.

수업이 끝난 뒤, 나는 교무실에 앉아 오늘 노트에 메모를 했다.

경험 질문 → 과거형, 의문사 연결 필수

좋아하는 것 질문 → 대표 단어 + 이유 확장 - 지금도 좋아하면 현재형, 아니라면 과거형

학생들이 가장 약한 부분은 ‘이유 말하기’


책상 위에 엎드려 있자니 씁쓸함이 몰려왔다. 분명히 단어는 알고 있는데, 대답이 한 문장을 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순발력’이었다.

그날 저녁, 리란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단어는 잘 아는데 이유를 못 이어가더라. 그냥 ‘맛 좋아요’에서 끝나는 거야.”
리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학생들 잘못이 아니야. 아직 한국어로 자기 경험을 말하는 훈련을 안 해봤기 때문이지. 네가 문형을 먼저 주고, 빈칸 채우기처럼 연습하게 하면 훨씬 나아질 거야.”

그녀의 말은 내가 오늘 하루 종일 고민하던 결론과 맞닿아 있었다. 문법은 알고 있어도, 실제 말할 기회가 없으면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날 밤, 나는 다시 질문지를 만들었다. 질문은 더 단순하게, 답변은 패턴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저는 ___을 좋아해요. 왜냐하면 ___.”


“저는 오늘 아침에 ___을 먹었어요. ___은/는 매웠어요.달았어요.셨어요....”


학생들이 더 쉽게 말할 수 있도록, 빈칸만 채우면 되는 형식으로 바꿨다. 그렇게 하면 단어만 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조금씩 문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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