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였다. 퇴근길의 사람들로 거리는 묘하게 붐비면서도, 바다 쪽으로는 고요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푸산완의 해안 도로를 따라 작은 카페가 줄지어 있었고, 우리는 늘 그렇듯 그중 한 곳, 해가 기울 때 잘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유리창에 비친 노을빛이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리란은 오늘도 늦게 도착했다. 회사 일 때문이라며 짧게 웃었지만, 그 웃음이 어쩐지 피곤하게 보였다. 나는 그 표정을 잘 안다. 매일 반복되는 퇴근 후의 만남, 늘 비슷한 대화. 그녀는 일 얘기, 나는 학교 얘기.
하지만 오늘은 문득, 이상하게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을까?’
그 생각이 들자 마음이 서늘해졌다.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그러나 항상 늦은 오후, 혹은 퇴근 이후였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커피 한 잔, 혹은 간단한 식사.
함께 여행을 간 적도, 친구들과 어울린 적도 없었다.
그건,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란, 혹시… 나에 대해서 누구한테 말한 적 있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컵을 내려놓았다.
“무슨 말이야?”
“그냥… 네 친구들이나 동료들한테. 내가 있다는 걸 말한 적이 있냐고.”
리란은 시선을 피했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고, 커피 향이 묘하게 싸늘하게 느껴졌다.
“그런 얘기를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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