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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0. 2024

침묵의 대가

며칠 동안 아무 연락이 없던 벨라에게서 갑작스러운 전화가 왔다. 나는 그녀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화 속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너 정말 뻔뻔하다. 기다려, 학교 앞으로 갈 테니까,”


벨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20분 정도 지났을 때, 교문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나는 수업 중이었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달려 나갔다.

학교 앞에서는 벨라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야, 이러지 마. 여긴 학교야. 우리 밖에서 얘기하자,”


벨라는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소리쳤다. “놔! 네가 내 말 듣지도 않고, 이젠 학교에서까지 망신을 줘야 알아듣겠어?”


나는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이 멀찍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벨라를 데리고 근처의 작은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은 비교적 조용했고, 창문으로는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고 있었다. 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벨라는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책임지라고 했잖아.  어떻게 할 거야? 빨리 대답해”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뭐야?”


벨라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좌절감이 서려 있었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왜 이렇게 둔해?” 


나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한 척 물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뭘 원하는 건지 말해줘야 내가 해결할 수 있지. 대체 뭘 원하는 건데?”


벨라는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잘 생각해 봐. 난 지금 학교 앞에서만 얘기했어. 다음은 교장실로 가서 얘기할 수도 있어.”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커피숍 문을 박차고 나갔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교장실까지 가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들겠다는 협박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곧바로 라이언의 집으로 갔다. 라이언과 TJ, 그리고 라이언의 부인이 거실에 모여 앉아 있었다. 나는 벨라와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벨라의 협박과 요구, 그리고 그녀의 태도를 모두 털어놓았다.


TJ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 문제는 네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한 번 나쁜 이미지가 고정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특히 교육자로서 신뢰가 무너지면 큰일이야.”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아. 벨라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내고, 너무 자극하지 않는 게 좋아. 괜히 더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어.”


그때 라이언의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요즘 SNS에 이런 일이 많아. 한 번 소문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어. 그래서 네가 입막음을 하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깔끔할 거야.”


나는 생각에 잠겼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깔끔하긴 하지만, 그 방법이 정말 최선일까?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나서 나는 벨라에게 다시 연락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후, 나는 퇴근 후 벨라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그녀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져 있었지만, 여전히 분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차분하게 커피를 시키고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말해줘. 내가 최대한 존중해서 들어볼게.”


벨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 하지만 지금 병원비가 급해. 우리 집은 체면이 많이 상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 거야?”


벨라는 인민폐 9000위안을 요구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 금액은 내 월급의 두 달치에 가까운 돈이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나는 결정해야 했다. 내 이미지와 미래를 생각하면, 돈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 내가 준비되는 대로 줄게.”


벨라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예상보다 순순히 동의하자 당황한 듯했다. 그녀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준 후, 나는 다시 라이언과 TJ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은 안심한 듯 웃으며 말했다.


“잘했어. 이제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거야.”


TJ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번 일로 많이 배웠을 거야.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해.”


나는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내가 정말 잘한 결정이었을까?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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