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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0. 2024

김치전에서 시작된 인연


며칠 동안 벨라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나는 라이언과 TJ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 TJ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더니 농담처럼 말했다.


“야, 너 스트레스 너무 받았나 보다. 얼굴이 완전 안 좋아. 요리라도 해서 좀 풀어.”


라이언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네가 만든 한국 음식 한 번 맛보고 싶어. 그 김치전이라는 거 있잖아. 그거 유명하지 않아?”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치전? 별로 특별한 요리는 아니야. 그래도 만드는 건 간단하니까 해볼 수는 있지.”


TJ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네가 요리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보고, 우리도 덤으로 한국 음식 먹어볼 수 있는 거네. 완벽한 계획이다!”


그들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뭔가에 집중해서 기분 전환을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재료를 사러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TJ와 라이언에게 김치전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TJ와 라이언은 부엌에서 신기한 듯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부침가루와 김치를 꺼내며 말했다.

“자, 이게 김치전의 기본 재료야. 부침가루랑 물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고, 김치를 넣으면 끝이야.”


라이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진짜 이렇게 간단해? 다른 재료는 필요 없어?”


“뭐, 취향에 따라 해산물이나 고추 같은 걸 넣기도 하지만, 오늘은 기본으로만 할 거야. 간단한 게 최고거든.”


TJ가 웃으며 말했다.

“오, 내가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기가 전부인데, 이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치도 같이 들어있는 반죽을 젓고 있는 라이언도 거들었다.

"와, 이거 진짜 힘들긴 한데 재미있다! 근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안 뭉칠까?"

나는 라이언에게 반죽을 넘겨받아서 팬 위에 반죽을 부쳤다.

“이렇게 부치면 돼. 팬에서 노릇노릇 익히면 완성.”


김치전이 익자, 나는 한 조각을 잘라 TJ와 라이언에게 건넸다.

“자, 먹어봐. 어때?”


TJ가 한 입 먹더니 감탄하며 말했다.

“오, 이거 진짜 맛있다! 바삭한 게 딱 좋아.”


라이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맛있네. 이런 걸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다고? 와.. 내가 김치전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어. 집에서 이런 한국음식을 해주면 아내가 놀라겠는걸!"”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배우면 너희도 혼자서 만들 수 있을 거야.”


김치전을 다 먹고 나자 TJ가 물었다.

“근데, 다른 전도 있어? 김치전만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감자전 만들어볼래? 김치전이랑 만드는 방식은 똑같아.”


라이언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감자전? 감자를 어떻게 넣는 건데?”


“감자를 강판으로 갈아서 반죽에 넣으면 돼. 아주 간단하지.”


나는 감자를 강판을 갈아서 채로 만들어 내며 TJ에게 말했다.

"하지만 감자는 전분이 나와서 먼저 물에 담가야 해. 나는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그냥 빨래 빨듯이 헹궈버려. 깨끗한 물 나올 때까지."


“자, 이건 네가 섞어봐. 이렇게 전분을 씻어낸 감자를 반죽에 넣고 부치면 끝이야.”


TJ는 감자를 반죽에 섞으며 말했다.

“이거, 전분을 빼는 것이 채 써는 거보다  힘들구나. 근데 생각보다 재미있네.”


우리는 반죽을 팬 위에 부쳤다. 감자전이 노릇노릇 익어가며 고소한 냄새가 퍼지자, TJ는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팬 옆에서 냄새를 맡았다.

“이거 진짜 대박이야. 냄새가 너무 좋아! 빨리 먹고 싶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 아직 한 면 더 뒤집어야 해. 섣불리 먹다가 속이 안 익었으면 후회할걸.”


라이언은 팬을 보며 말했다.

“근데, 내가 부친 전은 왜 이렇게 찌그러졌지? 너처럼 동그랗게 안 되는데?”

“라이언, 요리도 연습이 필요해. 이건 너의 첫 전이니까 그냥 자랑스러워해.”

우리는 다 같이 웃으며 부엌 안을 바삭한 향과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나는 거기에 한마디를 더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김치전이나 감자전, 그리고 우리가 안 만들어본 파전 같은 음식은 비 오는 날에 자주 만들어 먹어. 바삭바삭한 소리랑 비 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하잖아."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말했다.

"재미있다."


며칠 뒤, TJ는 또 다른 한국 음식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가장 간단한 비빔밥을 추천했다.


“TJ, 비빔밥 만들어볼래? 이건 뭐든지 넣고 비비기만 하면 되는 거야.”


TJ가 웃으며 말했다.

“뭐든지? 진짜 그렇게 간단해?”


“응, 기본적으로 밥, 고추장, 참기름만 있으면 돼. 나머지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 아무거나 꺼내서 넣으면 돼.”


TJ는 냉장고에서 오이, 당근, 콩나물 등을 꺼내며 물었다.

“이거면 돼?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넣어도 되는 거야?”

“그럼! 비빔밥은 자유로운 음식이야. 뭐든 넣고 비비면 돼. 콩나물은 좀 삶는 게 좋겠다.”


TJ는 준비된 재료들을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열심히 비볐다. 한 입 먹어본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나중에 친구들한테도 만들어줘야겠다.”

"친구들 중에 채식주의자 있으면 추천해 봐. 건강에도 좋고 장점이 많은 게 한국음식이라고."

큰 양푼을 가져와서 수저를 나눠줬다.


"레오, 그릇 없어???"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비빔밥은 이렇게 큰 양푼에 넣고 먹어야 제 맛이야. 그리고 비빔밥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야. 이렇게 큰 그릇에 다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거지. 이게 한국의 정이야.”


처음 경험하는 거라서 어색했지만 맛있는 비빔밥을 한 수저 넣고는 아주 익숙하게 퍼 먹었다.


라이언이 물었다.


"레오, 이 비빔밥은 유래가 있어?"


사실 나는 비빔밥의 유래를 몰랐지만 그냥 둘러댔다.


"비빔밥은 원래 남은 반찬들을 다 섞어서 먹는 데서 유래된 거야. 한국 사람들, 음식 버리는 걸 싫어하거든."


"아-"


둘은 비빔밥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TJ와 라이언은 이제 한국 음식을 혼자서도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한국 음식을 가르치면서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소소한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음식이 이렇게 사람들을 이어주는구나.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요리를 가르쳐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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