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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2. 2024

만두의 나라에서 따뜻함을 느끼다

며칠 후, 라이언의 집에서 만난 자리였다.

라이언과 그의 부인은 항상 밝은 분위기로 맞아줬다.

라이언의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레오, 지난번에 비빔밥이랑 김치전 정말 맛있었어. 잘 먹었어!"


나는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걸 내가 만든 게 아니잖아. 왜 나한테 감사하는 거야?"


부인이 웃으며 대꾸했다.


"네가 라이언이 만들게 했으니까 내가 너한테 고마운 거지. 네가 없었으면 못 먹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 이번엔 반대로 나한테 중국 요리를 좀 가르쳐줘. 너희 나라 요리도 배우고 싶어."


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요리는 잘 못하지만, 만두 정도는 만들 수 있어. 만두는 어렵지 않으니까 가르쳐줄게."


라이언이 물었다.


"나도 배울 수 있어?"


TJ도 거들었다.


"우리 모두 함께 만두 만드는 법 배우자!"

만두를 만들기 위해 모두 부엌으로 모였다. 부인은 배추와 돼지고기를 준비하며 말했다.


"우리는 배추 돼지 물만두를 만들 거야. 쉽고 맛있거든."

나는 배추를 보며 놀란 듯 말했다.


"이게 뭐야? 배추가 왜 이렇게 작아?"

부인이 웃으며 답했다.


"이건 애기 배추야. 중국에서는 흔한 재료야. 한국에는 없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에도 있긴 있지. 근데 큰 배추로 주로 김치를 담가서 이런 작은 배추가 있는지 잊고 있었어. 내가 예전에 큰 배추를 다지는 데 4시간이나 걸렸거든. 괜히 고생했네."


라이언이 배추를 채 썰며 말했다.


"작은 배추가 훨씬 편하네. 다음엔 꼭 이걸 써야겠어."


TJ와 나는 돼지고기를 다지기 시작했다. TJ가 물었다.


"고기 다지는 거 진짜 힘들다. 이걸 기계로 하면 안 돼?"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안 돼. 손맛이 중요한 거야. 손으로 해야 더 맛있어져."


재료를 모두 다진 후, 부인이 만두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추와 돼지고기를 섞으며 간장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비볐다. 


나는 물었다.


"진짜 손으로 다 섞는 거야? 그냥 숟가락으로 하면 안 돼?"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맛이 중요하다니까. 이게 바로 중국 요리의 비법이야. 너네 김치도 손맛으로 만든다며?"


나는 웃으며 동의했다.


"맞아, 우리도 고무장갑 끼고 김치 담글 때 손맛 얘기하긴 하지."

이제 만두를 빚을 차례였다. 부인은 만두피를 반죽해 동그랗게 자르며 말했다.


"이렇게 그릇을 대고 눌러서 모양을 내는 거야."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아, 그래서 만두피가 다 똑같이 생긴 거구나."


라이언과 TJ는 만두를 빚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손놀림은 서툴렀다.

TJ가 소를 너무 많이 넣어 만두피가 터지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야, 만두 안에 소를 많이 넣으려고 너무 욕심부리면 터진다니까!"


라이언도 만두를 만들다가 소가 밖으로 새어 나오자 투덜댔다.


"이거 은근히 어려운데? 내가 만든 만두는 예쁘게 안 생겼어."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맛있으면 그만이지. 예쁘게 생긴 만두가 다 좋은 건 아니야."

만두를 모두 빚은 후, 부인이 끓는 물에 만두를 넣기 시작했다. 나는 물어봤다.


"이거 그냥 물에 끓이는 거야? 찌는 게 아니고?"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만두니까 끓는 물에 넣어서 삶는 거야.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줘야 해."


만두가 물 위로 떠오르자 부인은 말했다.


"이제 다 익었어. 꺼내자."


만두를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가져갔다. 부인은 간장과 식초, 다진 마늘, 참기름을 섞어 찍어 먹는 소스를 만들었다.

TJ가 신기한 듯 말했다.


"이 검은 소스는 뭐야? 간장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부인이 설명했다.


"이건 중국 식초야. 신맛이 강하지만, 고소한 맛도 있어. 한 번 먹어봐."


TJ가 한 입 먹으며 감탄했다.


"오, 맛있다. 만두랑 진짜 잘 어울리네."


라이언도 소스를 찍어 먹으며 말했다.


"이거 진짜 중독성 있는데? 만두를 20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중국 사람들은 가족끼리 모이면 만두를 만들면서 이야기하고 교류해. 그래서 다들 만두를 좋아하는 거야."


라이언의 부인이 만두를 다 먹고 나더니 뿌연 물 한 잔을 가져왔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뭐예요?”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만두 삶을 때 나온 물이야. 마셔봐.”


나는 얼떨결에 한 모금 마셨다가 입안에서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 만두 삶은 물을 왜 마셔? 한국에서는 다 버리는데…”


그녀가 태연하게 말했다.


우리 중국에서는 이걸 마셔. 그냥 만두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수 있거든. 이 물을 마시면 소화도 잘 되고 몸에도 좋아.”


나는 잔을 내려다보았다. 겉보기엔 마치 비눗물처럼 뿌옇고 꺼림칙했지만, 다시 한 모금 마셔보니 의외로 고소한 맛이 났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속이 놀라울 정도로 편안해졌다.


‘생긴 것과는 완전히 다르네.’

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감탄했다.

“음… 생각보다 괜찮네. 이거 진짜 신기한데?”


그렇게 모두 배부르게 만두를 먹고 나니,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라이언의 집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가족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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