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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23. 2024

세라 : 완벽한 만두의 시작


수업 중, 나는 라이언과 TJ와 함께 만두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만두를 빚는 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속은 잘 나오고, 피는 찢어지고, 어찌나 웃겼는지...”

교실에 웃음이 퍼졌다. 하지만 한쪽 구석, 뒷자리에서 조용히 있던 세라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거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세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아니야?”


“중국 만두는 그렇게 만드는 거 아니에요. 아까 말씀하신 방법은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심지어 제대로 된 방법도 아니에요.”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세라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 그럼 너는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세라는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얘기해도 선생님은 안 믿을 것 같아요. 내일 제가 직접 만들어 올게요. 그러면 선생님도 인정할걸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자신 있다면 만들어와.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데 내가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잖아.”

다음날, 세라는 교실로 진짜로 만두를 만들어왔다. 상자 가득 빚어온 만두를 꺼내며 말했다.


"이게 집에서 만든 만두예요. 한 번 드셔보세요. 어제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을걸요?" 


호기심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만두는 한 입 크기로 깔끔하게 빚어져 있었고, 속도 가득 차 있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육즙이 가득 터져 나오며 깊은 맛이 입안을 감쌌다.


"와, 진짜 맛있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세라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기본이에요. 우리 중국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잘 만들어요. 선생님이랑 어제 만드신 거는... 그냥 초보자 수준이었어요."


"그래? 너 요리 꽤 잘하나 보다."


"당연하죠. 제가 못 하는 요리는 없어요."


“인정한다. 내가 어제 만든 건 정말 초보자용이었구나.”


학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나는 세라의 만두 실력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세라와의 대화는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학원에서 배우는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 요리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때로는 요리에 대한 열정적인 설명을, 때로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세라를 만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가 문득 말했다.

"선생님, 제가 술 한잔 사고 싶은데 시간 있으세요?"

"그래, 뭐 좋지. 어디서 살 건데?"

그녀 따라서 한참을 걷다 도착한 곳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였다.


"클럽?"


나는 중국에 온 지 3년이 넘었지만, 클럽에 발을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세라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집인 양 익숙한 모습으로 이끌었다. 문 앞에서 몇 마디를 주고받자, 직원이 무료로 술을 주기까지 했다.


"세라, 여긴 자주 오나 봐?"

"가끔이요. 분위기 좋잖아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분위기에 금세 적응했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즐겁게 하면서

술 한 잔, 또 한 잔 마시다 보니 정신이 희미해졌다.

그날 밤,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세라와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

우리 둘은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고, 그 뒤로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세라에게

고향을 물어봤다.

세라는 신장에서 왔다고 했다.

"우루무치"라는 생소한 도시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신기함을 느꼈다.

"한족이야? 아니면 다른 민족?"


"한족이에요."


그녀는 신분증까지 보여주며 웃었다.


세라는 굉장히 활발하고 당찬 성격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모델 일을 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해봤구나."


"그럼요. 뭐든 도전해 보는 거죠."


그녀는 일하는 금융 회사에서의 이야기도 종종 들려주었다.


"선생님, 저 같은 여자를 중국에서는 '뉘 한즈(女汉子)'라고 불러요."

"여장부라는 뜻이야? 진짜 잘 어울린다."

"그렇죠? 하하."


다음날 아침, 나는 여전히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세라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오빠, 나 같은 여자는 절대 결혼하면 안 돼.”

“왜?”

“그냥 그래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세라가 웃으며 했던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녀는 정말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와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날 이후 세라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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