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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17. 2024

위협의 그림자

나는 벨라에게서 또 연락을 받았다. 이미 라이언과의 일로 기분이 나빴지만, 벨라의 연락은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그녀는 한식당에서 만나자고 했고, 나는 조금 주저했지만 결국 나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벨라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긴장된 표정이 눈에 띄었다.


“여기 앉아,”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벨라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는 도대체 왜 내가 ‘너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유를 안 물어보는 거야? 양심이 있는 거야?”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갑자기 왜 그래? 이유가 뭐길래 그렇게 화를 내는 건데?”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내 앞에 내밀었다. 화면에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 왜 그래,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야?”


눈물이 글썽이는 벨라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너 때문이야.”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내가 도대체 뭘 했다고 그래?”


그제야 벨라는 억울한 마음을 터뜨리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이제 슬슬 날짜를 잡고 준비하던 중이었어,”


“그래, 그래서? 잘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벨라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데이트 중이었어. 나는 잠깐 화장실에 갔고, 그 남자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내 핸드폰을 열어봤어,”


벨라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핸드폰을 열어봤다고? 비번이 있었을 텐데?”


“응, 그 남자가 옆에서 비번 패턴을 기억해 뒀던 거야,”


벨라는 고개를 숙였다가 눈을 치켜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위쳇 모멘트를 봤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모멘트? 그게 뭐가 문제인데?”


벨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내가 너랑 있었던 사진들 말이야! 너랑 호텔에서 찍은 사진들, 데이트하면서 찍은 애정 표현들! 그 남자는 보수적이라 전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정말 예민했어.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보게 된 거야.”


나는 당황했다.


“아니, 그 사진들은 다른 사람에게 안 보이게 설정한 거 아니었어?”


“그래, 그 남자에게는 보이지 않게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개했던 거야. 그걸 그 남자가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거지,”


벨라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어떻게 했는데?”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 남자는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가버렸어.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 우리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에게 그 사진들을 저장해서 공개해 버렸다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뭐? 부모님들께 다 공개했다고?”

벨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일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쓰러지셨어! 머리를 부딪히고 팔까지 골절이 됐다고. 지금 병원에 계셔.”


벨라가 울음을 터뜨리자, 식당 안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은 조용히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눈길을 피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해도... 모든 시선이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물 잔을 들었다가 손이 떨려 물이 살짝 흔들렸다.

벨라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너는 몰라, 내가 얼마나 이 결혼을 위해 준비하고

 기대했는지...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던 순간에,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어! 아버지의 눈에 비친

 실망과 고통을 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넌 이해할 수나 있어?” 그녀의 눈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절망과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의 고통이

 느껴졌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그 사진을 찍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나에게 책임을 묻는 거지?


 하지만 벨라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야?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나는 한숨을 쉬며 차갑게 말했다.


나보고 어쩌라고? 네 문제는 네가 해결해야지.”


 벨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정말 양심도 없구나! 네 사진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나는 차갑게 벨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물이 더 이상 나를 흔들리게 하지 않았다.


“벨라, 나도 피해자야. 내가 너에게 그 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너의 모멘트를 관리해 준 것도 아니야.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런데 왜 그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는 거지?”


나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네 실수로 결혼이 깨졌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쓰러지신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나에게 책임지라는 건 너무 억지 아니야?”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어. 나 이제 가볼게.”


벨라는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야! 책임져!”


 나는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내가 왜? 네가 만든 문제는 네가 풀어.”


 벨라는 차갑게 웃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 그렇게 나오면 나도 생각이 있어.”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뭐...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벨라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학교에 가서 네가 나를 희롱했다고 이야기할 거야. 그리고 증거도 있어. 너의 사진과 메시지들... 그렇게 말하면 너 여기서 일 못 해.”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학교 안에 성희롱과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꽤 민감했던 시기였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그녀가 정말 학교에 가서 그렇게 말하면... 내 커리어가 끝장날 수도 있겠구나.’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이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데, 벨라의 눈빛은 차가웠다. 이제는 그녀가 내가 알던 벨라가 아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도망치듯 식당 밖으로 나서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나는 그저 평범하게 연애하고, 헤어질 때는 미안한 마음을 갖곤 했는데... 이건 너무 지나치잖아. 내가 결혼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전 남자 친구로서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닐까?’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다시 생각했다.


‘나는 왜 항상 실수만 하는 걸까... 이게 나의 운명인 걸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실수로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겠지만, 나에게 억울한 누명까지 씌우게 둘 순 없어.’


나는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는 나도 싸워봐야겠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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