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더운 오후, 교실 안에는 에어컨 바람에 땀이 식어가며 학생들은 다소 나른한 모습으로 책상에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윷놀이 세트를 꺼내는 순간, 모두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 오늘은 한국 전통놀이인 윷놀이를 해볼 겁니다. 사실 윷놀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에요. 한국에서는 설날에 가족들이 모여 협력하며 즐기는 놀이로,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죠. 여러분도 오늘 이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요.”
학생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이걸로 어떻게 게임을 해요?”
나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윷놀이의 규칙을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보이는 네 개의 막대가 윷입니다. 던졌을 때 나오는 모양에 따라 도, 개, 걸, 윷, 모로 이동할 거리를 결정하죠. 그리고 빽도라는 게 있어요. 뒤로 한 칸 가는 건데, 이게 게임의 변수입니다.”
학생들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물었다.
“선생님, 왜 이름이 도, 개, 걸이에요?”
학생들이 윷놀이 세트를 보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화이트보드 옆에 서서 말했다.
“좋아, 그러면 먼저 도, 개, 걸, 윷, 모가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줄게요.”
도(돼지)
“‘도’는 돼지를 의미합니다. 가장 작은 단위로, 한 칸만 앞으로 가요. 하지만 작은 숫자라고 실망하지 마세요. 꾸준히 쌓이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답니다.”
개(개)
“‘개’는 개를 뜻해요. 두 칸 앞으로 가게 됩니다. 돼지보다는 조금 더 빠르죠. 개는 속도 면에서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걸(양)
“‘걸’은 양을 뜻해요. 세 칸 앞으로 가는 건데, 여기서부터 점점 승부가 결정되기 시작합니다. 양은 한국 전통에서 풍요로움과 다산을 상징하죠.”
윷(소)
“‘윷’은 소를 뜻합니다. 네 칸을 앞으로 갑니다. 소는 옛날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동물이었잖아요? 그래서 윷놀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어요.”
모(말)
“‘모’는 말이에요. 다섯 칸을 앞으로 갑니다. 모가 나오면 게임의 흐름이 확 바뀌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던질 기회가 주어집니다.”
'??'
‘모는 말이에요’라는 설명에 학생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럼 우리가 말을 타고 가는 건가요?'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상상하면 더 재밌겠네요!'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필기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선생님, 빽도라는 건 뭐예요?”
“아, 빽도! 중요한 질문이에요. 빽도는 도와 비슷한데,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뒤로 한 칸 가는 거예요. 말 그대로 후진이죠. 빽도가 나오면 상황이 한순간에 꼬일 수도 있어요.빽도 인지 아는 방법은 여기 윷에 검은 점을 선생님이 그렸어요. 이것만 보이면 빽도예요. 그런데 이게 옛날에도 있었는지는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빽도의 빽은 외래어 back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화이트보드에 윷놀이 판을 간단히 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러분, 이게 윷놀이의 기본 규칙이에요. 말이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한 마리가 완주를 한 거예요. 이렇게 네 마리가 모두 완주하면 그 팀이 승리합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했다.
“근데 선생님, 다른 말을 잡으면 어떻게 돼요?”
“좋은 질문이에요!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 상대는 그 말을 다시 출발점으로 돌려야 해요. 그리고 잡은 팀은 윷을 한 번 더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대의 말을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한 전략이에요.”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럼 같은 팀 말은 어떻게 돼요?”
“같은 팀 말끼리는 합쳐질 수 있어요. 두 마리가 합쳐지면 함께 움직이는데, 잡히면 둘 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조심해야 해요.”
나는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누며 말했다.
“좋아, 이제 여러분이 직접 해볼 차례예요. 각 팀에서 돌아가면서 윷을 던지고, 서로의 말을 잡거나 피해 가며 완주를 목표로 하세요.”
학생들은 팀을 나눠 게임을 시작했다.
린이 처음으로 윷을 던졌다.
“도! 한 칸만 가네요!”
옆에 있던 학생들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꾸준히 하면 돼!”
다음 차례인 나는 윷을 던지며 말했다.
“모 나와라! 모!”
결과는 빽도였다.
학생들이 크게 웃으며 놀렸다.
“선생님, 너무 무리하셨어요!”
게임은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린이 윷을 힘차게 던지며 외쳤다. '모 나와라!' 윷은 몇 번 뒤집히더니 딱 멈췄다. 결과는 윷이었다.
"와! 우리가 이겼다!!"
린은 환호하며 말 두 마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이겼어요!' 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하며 윷을 만지작 거렸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한 차례의 승부가 끝난 후 나는 린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린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이길 거예요. 꼭 지지 않겠어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한 번 해보자고! 린이 이기면 내가 모두에게 밥을 살 게. 하지만 이기면 모두가 한국어로 편지 써야 하는 거 잊지 마!”
첫 번째 순서에서 나는 빽도를 연속으로 맞아 초반부터 뒤쳐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나만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어?”
학생들은 박장대소하며 린을 응원했다.
“린, 파이팅! 선생님을 이겨버려!”
린은 웃으며 윷을 던졌고, 결과는 모였다.
“모예요! 제가 또 한 번 던져요!”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마지막까지 봐야 한다고.”
린이 차곡차곡 말을 진격시키는 동안 나는 겨우 한 마리를 한 바퀴 돌릴 수 있었다.
“선생님, 이러다 저 이겨요!”
린이 장난스럽게 도발하자 나는 윷을 힘껏 던지며 말했다.
“지금부터 보여주지. 역전의 맛이 뭔지!”
이때 윷과 모가 연속으로 나오면서 나의 말이 린의 말을 잡아냈다.
“잡았다! 이제 너는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린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선생님,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이게 게임의 묘미라고!”
게임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긴장감이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나는 윷을 던졌고, 도가 나왔다. 이제 한 칸만 더 가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린이 마지막 윷을 던지기 전, 교실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린의 손끝을 바라봤다. 린은 윷을 던지며 외쳤다.
'제발 모!'
윷이 천천히 굴러가며 뒤집히더니, 결과는 빽도였다.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린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내 차례가 오자 나는 아주 여유 있게 윷을 던졌고
결과는 개가 나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이겼다! 내가 이겼어!”
학생들은 환호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린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기뻐하실 일이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린, 이게 게임이야. 이겼으면 기뻐해야지! 이제 약속대로 편지 써야지?”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린은 펜을 쥐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선생님께 뭐라고 써야 복수한 기분이 들지?’
샤오리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선생님이 윷놀이 마스터라고 쓰면 되잖아.’
린은
‘그래, 좋아. 제목은 윷놀이 패배자로 해야겠다.’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나는 학생들이 준 편지를 한 장씩 읽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라는 글을 읽을 때는 첫 수업 날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린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제가 많이 틀렸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할게요.”
“선생님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에요. 그리고 윷놀이도 잊지 않을 거예요.”
라는 문장을 읽으며, 윷놀이를 하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그들의 진심 어린 글을 읽으며 나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몰려왔다.
‘내가 가르친 이 시간이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문화 수업은 이렇게 끝났다. 학생들의 웃음과 진심이 어우러진 시간은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 각자의 길로 떠날 학생들을 보며 나는 다음 수업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고민하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