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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Dec 16. 2024

우루무치에서 칭다오로 - 멈출 수 없는 눈물

우루무치의 공항은 새벽부터 붐볐다. 강한 겨울바람이 공항 주변을 휘감고, 경비는 삼엄했다. 총을 든 군인들과 철저히 검색하는 보안 요원들이 긴장감을 더했다. 세라와 나는 어색하게 걸음을 맞추며 공항으로 들어섰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묘한 공허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오빠, 배고프지 않아?"

세라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밝았지만, 그 속엔 알 수 없는 무거움이 느껴졌다.


"응, 그냥 간단히 죽이라도 먹자."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공항의 한 식당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마주하며 우리는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오빠, 부모님이 정말 미안하다고 하셨어."

"괜찮아. 이해해. 나도 준비가 부족했으니까."

그 말에 세라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표정은 무언가 결말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공항 대합실, 나는 검색대 앞에서 짐을 정리하며 그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 했다. 하지만 목이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오빠, 칭다오에 가서 잘 지내. 그리고 우리 계속 연락하자."


"응... 너도 상하이에서 조심하고..."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검색대에 들어서기 전, 그녀를 한 번 더 돌아봤다. 그녀는 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가슴에서 무언가 터질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검색대에 들어서자, 나는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처음엔 작은 흐느낌이었지만, 이내 목놓아 울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빠, 왜 그래?"

검색대 바깥에서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모르겠어... 멈출 수가 없어."

검색대 직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우세요?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엉엉 울기만 했다.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몸을 검색대에 넘길 때까지 지켜봤다.


비행기에 올라서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우루무치의 풍경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승무원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아니, 사실은 괜찮지 않아요."

나는 비행기에서 우루무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내 이야기를 듣던 승무원과 주변 사람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젊은이, 사람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법이오. 지금은 아프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의 말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비행기가 칭다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창문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 눈을 보며 나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세라와의 시간을 곱씹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TJ가 따뜻한 핫초코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실패했구먼."

그의 농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연애가 이렇게 힘든 거였냐?"

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야, 이젠 정착할 때도 되지 않았냐?"

"네가 할 소린 아니지. 너야말로 몇 달에 한 번씩 바꾸잖아."


우리는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세라와의 연락은 알다시피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SNS를 통해 간단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우루무치에서의 기억,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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