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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마음

by leolee Dec 21. 2024

늦은 오후였다. TJ가 내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 이제 시안으로 가야 할 것 같아.”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지만, TJ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있으면서 많은 걸 배웠고 즐거웠어. 하지만 월급이나 대우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제안을 받았어. 이제 내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할 때인 것 같아.”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는 충격이었다. TJ는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곁에서 든든히 지켜주던 친구였다. 반대로, 그가 슬플 때는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그의 곁을 지켰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와 나눴던 대화, 함께 웃었던 순간들, 그리고 진심으로 서로를 위했던 기억들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그 모든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지금 이 순간에 다시 펼쳐지는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척해야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그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단순히 친구도 아니고... 가족과 친구 그 중간 어딘가였지.” 잠시 멈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런 관계는 언제든지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는 걸 이제야 알겠어.”


TJ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다음 달 계약이 끝나고, 다음 주쯤 떠날 예정이야. 주변 정리도 해야 하고.”


그의 말은 너무나 차분했지만,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시간 내서 도와줄게,”


 나는 말했다. TJ는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서도, 시안에 아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TJ를 위한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그와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자주 만들었던 만두를 떠올렸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요리, 그가 좋아했던 콜라 닭날개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정성스럽게 재료를 준비했다.


다음날, 우리는 작은 작별 파티를 열었다. 라이언과 그의 아내도 초대했다. 라이언은 자신의 특기인 가정식 햄버거를 준비해 왔고, 나는 콜라 닭날개를 완성했다. TJ는 뭘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편히 있어. 너 음식 잘 못하잖아.”


 TJ는 나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웃었고, 우리는 함께 준비를 마쳤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파티는 따뜻하고도 감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TJ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각자의 기억을 나눴다. 때로는 웃음이 터졌고, 때로는 감동적인 침묵이 흘렀다. TJ가 떠나기 전, 우리는 그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응원을 전했다. 나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그가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 그의 떠남은 나를 혼자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내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한 명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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