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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의 이야기

by leolee

파티가 무르익고, 모두가 음식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던 중, 라이언이 TJ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떠난다고 하니까, 그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너, 시카고에서 처음 중국에 오던 날 기억나?"


TJ는 콜라 닭날개를 집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때 나한테 중국 생활을 추천한 사람이 바로 너라는 건 사실을 레오는 몰랐던 것 같더라."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 TJ를 중국에 추천한 사람이 라이언이었다고?"


라이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TJ와는 우연히 외국인 채팅방에서 알게 됐어. 그때 TJ가 영어 교사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중국에서 원어민 영어 교사를 찾는 일이 꽤 많으니까 내가 추천했어. 물론,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는 직접 만나보기 전까진 몰랐지만."


TJ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중국에 처음 왔을 때 라이언이 나를 학원에 소개해줬지. 솔직히 말하면 중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 길 찾는 법, 언어, 심지어 음식 주문하는 법까지 아무것도 몰랐지."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처음 만났을 때 TJ는 완전 초짜였어. 중국어는 한마디도 못했고, 음식 주문도 나한테 부탁했지. 그런데 그 열정은 정말 대단했어. 혼자서 중국어 책을 한 몸처럼 들고 다니면서 꾸준히 공부하더라. 내가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직접 배워야 한다'면서 고집을 부리더라고."


TJ가 웃으며 말했다.

"라이언은 중국인 아내 덕분에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잖아. 그런데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지.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니까. 그래서 밤마다 피곤해도 단어장을 붙들고 있었어."


라이언은 피아노 이야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내가 처음에 너를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건 알지? 그런데 알고 보니 감성적인 면도 꽤 있더라. 특히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칠 줄은 몰랐어."


TJ가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내가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난 피아노 전공자라고."


라이언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았다고, 알았어. 그 덕분에 여자들에게 인기도 꽤 많았잖아. 네가 학원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알아? 내가 조언했던 대로 여자친구도 몇 명 사귀었고 말이야."


TJ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인정. 그건 네가 처음에 내게 중국에서의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줬던 덕분이었어.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라고 했지."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TJ와 라이언이 얼마나 깊은 우정을 나누었는지를 새삼 느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친구를 넘어,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런데 TJ, 기억나? 네가 처음으로 중국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을 때 말이야."

라이언이 말을 꺼내자 TJ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 그 얘긴 하지 마. 그때 내가 너무 속이 안 좋아서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 있었잖아."


"아! 그래서 그때 며칠 끙끙 앓았던 거였구나.. "

듣고 있던 나는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라이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그날 내가 아내한테 부탁해서 죽을 끓여줬는데, 너 그거 먹고는 한동안 그 길거리 음식을 아예 멀리했지. 그런데도 결국 칭다오 길거리 음식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더라."

TJ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때 이후로는 조심해서 먹었지. 하지만 길거리 음식 없이는 중국에서 못 살 것 같아. 특히 그 꼬치들!"


라이언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TJ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TJ, 네가 시안으로 떠난다고 하니까 솔직히 많이 아쉽다. 처음엔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게 됐지만, 지금은 정말 소중한 친구가 됐어. 네가 없으면 허전할 거야."


TJ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래, 라이언. 너와 네 가족 덕분에 중국에서의 생활이 훨씬 따뜻했어. 너희가 없었더라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거야."


그 순간, 방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나는 이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특별한지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TJ와 라이언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며, 그들의 대화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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