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교실에는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창가 쪽에는 화분 두 개가 놓여 있어 공간에 생기를 더하고, 칠판 앞에는 내가 자주 쓰는 한국어 교재와 발음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책상을 둥글게 배치한 교실에는 학생들이 한 명씩 앉아 있었다. 모두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오늘은 발음 수업을 할 거예요. 자음, 모음, 받침, 단어, 문장 순으로 진행할 거니까 천천히 해봅시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재를 꺼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자음과 모음 연습
나는 칠판에 'ㄱ, ㄴ, ㄷ, ㄹ...'을 적으며 말했다.
"먼저 자음을 연습해 볼게요. 자음은 한국어 발음의 기본이죠. 자, 'ㄱ'부터 시작합니다. 혀를 목구멍에 가깝게 두고 부드럽게 'ㄱ' 소리를 내세요. 저를 따라 해 보세요."
"ㄱ..."
학생들이 작은 목소리로 따라 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달리 전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역'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자음기호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혀의 위치와 모양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한국어 교육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중 하오펑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ㄱ'이랑 'ㅋ'이랑 발음이 어떻게 달라요?"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에요! 'ㄱ'은 부드럽게 소리가 나고, 'ㅋ'는 공기를 강하게 내쉬며 발음하죠. 자, 한번 비교해 봅시다. '가'와 '카'를 따라 해 보세요."
학생들이 한 번씩 따라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좋아요!"라고 격려했다.
다음날에는 모음을 연습했다. 나는 'ㅏ, ㅑ, ㅓ, ㅕ...'를 적으며 말했다.
"이제 모음으로 넘어가 봅시다. 'ㅏ'와 'ㅓ'는 입 모양과 소리가 많이 다릅니다. 'ㅏ'는 입을 더 크게 벌리고, 'ㅓ'는 조금 덜 벌리며 소리를 내세요. 자, 한 번 따라 해 볼까요?"
루이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어..."
"좋아요, 루이안! 입 모양을 조금 더 벌려 보세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옆에 있던 메이리가 손을 들며 물었다.
"선생님, 'ㅓ'랑 'ㅗ'는 어떻게 달라요? 헷갈려요."
나는 입 모양을 크게 벌려 보여주며 설명했다.
"'ㅓ'는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지만, 'ㅗ'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야 해요. 자, '어'와 '오'를 비교해 봅시다."
학생들이 반복하며 연습하자 교실 안이 점점 활기를 띄었다.
셋째 날 받침 연습
"이제 받침 연습으로 넘어갑시다."
나는 칠판에 '곧, 눈, 닭'을 적었다.
"받침은 한국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곧'에서 'ㄷ' 받침은 혀끝이 윗니 뒤쪽에 닿아야 해요. 자, 하오펑, 한번 읽어볼까요?"
하오펑이
"곧..."
이라고 말했지만, 'ㄷ'이 'ㄱ'처럼 들렸다.
"하오펑, 아주 잘했어요! 하지만 'ㄷ' 발음이 조금 더 부드럽게 들려야 해요. 혀끝을 윗니 뒤쪽에 살짝 대고 다시 해봅시다."
그는 다시 시도했고, 이번에는 훨씬 자연스러웠다.
"좋아요! 완벽합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메이리가 질문했다.
"선생님, '닭'에서 'ㄹ' 발음이 안 돼요.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닭'처럼 받침이 겹치는 경우, 'ㄹ'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아요. 그냥 '닥'처럼 발음하면 돼요. 자, 따라 해 보세요."
그녀가 시도하자 교실에 웃음이 퍼졌다.
넷째 날과 마지막 다섯째 날단어와 문장 연습
"이제 단어를 연습해 봅시다."
나는 칠판에 '학교'와 '날씨'를 적었다.
"자, 루이안, '학교'를 읽어볼까요?"
루이안은 약간 긴장한 채
"학...교..."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읽는 것이 발음수업에서의 읽기예요. 우리는 단어를 읽으니까 이어서 읽어야 해요. 그래서 '교'에서 'ㄱ' 소리가 조금 더 된소리로 나와야 해요. 다시 해볼까요?"
"학꾜..."
그는 다시 시도했고, 이번에는 정확했다.
마지막 오일차에선 문장을 연습했다. 나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를 적었다.
"이 문장을 읽을 때는 억양과 리듬이 중요합니다. 자, 하오펑부터 시작할까요?"
하오펑은 약간 어색하게 읽었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조언했다.
"아주 잘했어요. 그런데 '좋네요'에서 조금 더 부드럽게 연결해 볼까요? 다시 한번 해봅시다."
학생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문장을 읽었고, 나는 각자의 발음을 교정하며 격려했다.
일주일간의 발음 수업이 끝날 무렵,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지금까지 정말 잘했어요. 발음은 꾸준히 연습하면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니만큼 끈기를 가지고 차근차근하세요. 꾸준히! 잊지 마세요."
학생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교실 안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날, 나는 발음 수업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