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의 이야기가 끝난 뒤, 잠시 침묵이 흘렀다. TJ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잔을 들었다.
"TJ, 너와 함께했던 2년은 정말 특별했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TJ는 내 말을 듣고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기억나? 처음 너를 학생들에게 데려가서 음식을 먹었던 날 말이야. 그때 중국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는 법조차 몰라서 내가 옆에서 가르쳐줬잖아."
TJ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 맞아! 젓가락질이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지. 너는 내 옆에서 손가락 모양까지 교정해 줬잖아."
"그랬지.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처음으로 한국 요리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던 날도 잊을 수 없어. 불고기 양념을 이상하게 해서 고기가 거의 소금덩어리가 됐었잖아."
TJ는 얼굴을 감싸며 웃었다.
"그때 네가 진짜 실망한 얼굴로 '내가 다시 만들게'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나는 웃음을 참고 말을 이었다.
"네가 그렇게 서툴렀던 게 오히려 지금은 좋은 추억이야. 그 이후로는 너도 요리를 좀 배우려고 노력했잖아. 물론,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TJ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동안 나한테 가르쳐준 게 정말 많아.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나 문화에 대해서도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맞아,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하나같이 기억에 남아. 처음으로 네가 원어민 교사로 학생들을 집에 초대했을 때도 그랬어. 네가 음식을 못하니까 내가 한국 요리를 만들어서 학생들과 같이 나눠 먹었던 거. 학생들이 미국 선생님 집에서 한국 요리를 먹었다고 얼마나 웃었는지 알아?"
TJ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학생들 덕분에 나도 참 많이 웃었지. 너는 그때부터 이미 학생들에게 인기 많았어.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는 미국 선생님 집이라니, 독특하잖아."
나는 잠시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게임하던 시간도 기억나. 학생들이랑 게임을 하면서 서로 더 가까워졌고, 너랑 나도 그 시간에 힘든 얘기를 많이 나눴잖아.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고,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에도 네가 나를 붙잡아줬던 게 생각나."
TJ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이 조금은 촉촉해 보였다.
"맞아. 네가 없었으면 그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우리는 정말 가족 같은 사이였어. 가족이 아니었지만, 가족 이상으로 서로를 의지했지."
나는 그의 말에 찬성하며 잔을 다시 들었다.
"그렇지. 너는 나에게 정말 든든한 버팀목이었어. 그리고 이제 너는 새로운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솔직히 아쉽지만, 너의 선택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나도 무조건 찬성할게. 너는 항상 그랬잖아. 내가 뭘 하든 응원해 줬듯이."
TJ는 미소를 지으며 내 잔을 마주쳤다.
"고마워. 네가 있어줘서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 너도 이제 네 삶에 더 많은 행복이 있기를 바랄게."
그날, 나는 TJ와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을 되짚으며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우리가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그 시간들은 이제 그의 새로운 여정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