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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

by leolee

늦은 오후, 라이언의 집. 창문 너머로 비치는 노을빛이 거실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살짝 오르는 머그잔과 간단한 쿠키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라이언과 그의 가족사진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래, 세라랑 그 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끝났다는 거지?"

라이언이 따뜻한 코코아가 들어있는 머그잔을 호호 불며 이야기를 꺼낸다.


"응. 사실 신용카드 얘기 나왔을 때부터 뭔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 같아. 그게 우리 관계를 흔들었을지도 모르겠어."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경청했다. 그의 얼굴은 이미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 이런 상황 처음은 아니잖아? 예전에 벨라랑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래.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어. 세라를 정말 좋아했거든. 그런데 왜 자꾸 이렇게 끝나버리는지 모르겠어."


라이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있었어. 아주 매력적이었고, 나랑 잘 맞았지.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나한테 너한테 세라가 했던 것과 비슷한 얘기를 했어. 돈 문제였지. 사실 그녀는 내가 모든 걸 책임져주길 원했던 것 같아."


"그랬구나. 그럼 어떻게 했어?"


라이언은 머그잔을 손으로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나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지.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건 결국 우리 둘 다 불행하게 만든다는 걸."


"그럼, 어떻게 결정을 내렸어?"


"결혼은 단순히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서로가 서로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자신도 준비된 상태여야 해. 나는 그 관계를 끝냈어.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지. 그녀와는 내가 준비된 상태로 시작했거든."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이 단순히 조언이 아니라, 나를 위한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너도 세라와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너 자신이 준비됐는지, 그리고 그녀가 너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생각해 봐. 때론 진짜 사랑은 지금 놓아주는 걸 수도 있어."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라이언의 조언은 단순히 세라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 자신을 먼저 준비시켜야 한다.'


그날, 라이언의 집을 나서며 나는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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