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꿈의 계절이 너무 서러워
라일락꽃 속에 서 있네.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애를 태워도
하염없이 사라지는 무정한 계절.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끝나버린 꽃의 계절이 너무 아쉬워
너를 본 듯 나는 서 있네.
따사로운 햇빛 속에 눈을 감으면
잡힐 듯이 사라지는 무정한 님아.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 김영애 노래, <라일락꽃>(1977)
위 노래는 1970년대 김영애가 부른 추억의 노래로, 최근에 반가희, 강혜연 등이 다시 불렀다. 봄철에 우리에게 보라색을 선보이는 식물 중에 으뜸은 라일락이다. 라일락은 쌍떡잎식물로 리라꽃이라고도 불렸다. 멕시코의 노래를 번안한 ‘베사메 무초’의 가사 중에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가 있다. 라일락 나무는 2~3m로 꽃은 매년 4~5월에 개화하며 대롱 모양으로 피는 타원형의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고, 연한 보라색이나 자주색, 흰색 등을 띠고 있으며 꽃이 한 줄기에 여러 무더기로 피어서 나기 때문에 꽃 하나는 작아도 꽃들이 모여있으면 제법 큰 무리를 이룬다. 라일락꽃이 무성해지면 어느새 세상은 초록의 물결이 넘실대서 봄이 끝나 버린 듯해 너무 아쉽다고 느껴진다. 라일락꽃에 얽혀 있던 사연은 어느덧 추억 속으로 묻혀버린 듯하다.
라일락을 우리말로 뭉뚱그려 수수꽃다리라고도 부르는데, 정확히 이 수수꽃다리는 한국 자생종이고, 라일락이라 부르는 것은 유럽 남동부의 발칸 반도 등지가 원산지이다. 그래서 라일락을 '서양수수꽃다리'라고도 부른다. 한자어로는 자정향(紫丁香)이다. 수수꽃다리는 더위를 싫어해 남한에는 자생하지 않고, 국내에 있는 수수꽃다리는 전부 분단되기 전에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한다. 라일락 품종 중에 'Miss Kim'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개량한 것을 역수입해 왔다. ‘미스김 라일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라일락 품종 중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비가 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사람 없는 찻집에 마주 앉아
밤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 윤형주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
본 노래는 1970년대에 유행하던 포크 송으로 당시를 회상하게 만드는 추억의 노래이다. 라일락꽃이 필 때쯤이면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서 밤에 나다닐 수 있을 정도인데, 그때 교정에 펴있는 라일락꽃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특히 봄날 밤에 흩날리는 라일락꽃 향기를 잊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라일락꽃은 달콤한 계열의 강한 향이 난다. 코가 약한 사람도 라일락꽃의 향을 맡으면 강하긴 하지만 향 자체는 은은하게 달콤한 꽃향기여서 맡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많은 사람이 라일락을 향기로 기억하고 있다. 라일락꽃은 향수나 섬유 유연제 등에 넣는 향료의 원료로 쓰인다.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보통 재스민, 백합 등 여러 꽃의 향과 혼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섬유탈취제나 향수 등에 라일락 특유의 달콤한 향이 묻어나는 걸 느낄 수 있다. 벚꽃과 개화 시기가 비슷하고 꽃이 아름다우며 향이 좋아서 라일락을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 관상수로 심는다.
우리가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을 후각이라고 한다. 시각과 청각은 각각 공기 중의 전자기파와 음파를 감지하는 감각이다. 시각과 청각은 파동을 감지하는데, 후각은 대상 물체에서 나오는 물질이 우리의 코에 닿아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느낄 수 있다. 미각은 음식이 우리 입 안에서 침에 녹아야 우리 입 안의 센서가 감지할 수 있다. 라디오 연속극은 오로지 청각에 의지하여 청취자에게 사연이 전달된다. 청취자가 머릿속에서 열심히 상상력을 발휘해야 그 드라마가 이해되고 재미가 있게 된다. 텔레비전 연속극은 시각과 청각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하는데, 그만큼 이해는 빠르나 상상력의 동원은 덜 요구한다. 영상이나 음성을 전파에 실어 보내고 수신기에서 이들을 복원해 내는 기술을 우리 인간은 터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라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냄새나 음식의 맛을 전송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아직은 시청자들도 그에 대한 강한 욕구가 없으므로 후각과 미각을 전송하는 기술은 실현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