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태운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은 석탄의 주성분인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일종의 산화반응이라고 이해하고 이를 연소(燃燒, combus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현대적인 연소 이론이 확립되기 전에는 플로지스톤(phlogiston) 시대라고 불리는 일종의 혼란기가 있었다. 이 이론은 ‘어떤 물체가 타는 것은 그 물체가 공기 중으로 플로지스톤을 방출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나무나 석탄이 타는 것은 그 속에 있는 플로지스톤을 방출하는 것이고, 그래서 타고 남은 잔류물은 질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였다. 즉, 석탄 → 재 + 플로지스톤 + 열. 잘 타는 물질은 플로지스톤을 많이 가지고 있고, 타지 않는 물질은 플로지스톤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 당시 과학자들이 플로지스톤설을 믿었던 것은 많은 물질의 연소에서 잔류물의 질량이 원래 물질의 질량보다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그네슘과 같은 물질이 탈 때 질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플로지스톤설은 설명할 수 없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1777년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는 ‘연소는 공기 중의 한 성분인 산소와 결합하는 변화이다.’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였는데, 이 설은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그네슘이 탈 때 질량이 느는 것은 고체인 마그네슘(Mg)과 기체인 산소(O2)가 결합하여 고체인 산화마그네슘(MgO)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석탄이 탈 때 남은 재가 원래의 석탄보다 질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석탄의 주성분인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 기체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 기체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나무나 석탄이 타면 재를 남기지만 또한 주위에 열이 발생한다. 이를 발열반응이라고 한다.
18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화학 변화에 관한 정량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화학반응에 관하여 몇 가지 기본 법칙이 수립되었다. 앞에서 새로운 연소 이론의 주창자로 소개한 라부아지에는 천칭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연소 현상을 정량적으로 조사하였다. 그 결과를 가지고 그는 ‘화학반응 전후에 물질의 총질량에는 변화가 없다’라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1772년에 발견하였다. 한편, 수소 3g과 산소 16g이 반응하면 19g의 물이 생기지 않고 18g의 물이 생기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할 때 언제나 1 : 8의 일정한 질량비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한 화합물의 성분들 사이의 질량비는 항상 일정하다’라는 것을 ‘일정 성분비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러한 화학자들의 업적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는 위에 예로 든 물의 생성과정을 상온(0℃), 상압(1 기압)의 표준상태(standard state)에서 다음과 같은 화학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2H2(g)+ O2(g)= 2H2O(l)
이 화학식은 표준상태에서 기체(gas)인 수소 분자 2개와 기체(g)인 산소 분자 1개가 반응하여 액체(l)인 2개의 물 분자가 생성된다는 의미이다. 반응에 참여하는 수소와 산소 가스의 분자량은 2x1 : 16, 곧 1 : 8이다. 분자 하나는 너무 작은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정 성분비의 법칙’을 적용하면 ‘2 몰의 수소 분자와 1 몰의 산소 분자가 반응하여 2 몰의 물 분자가 생성된다’라고 바꿔서 생각할 수 있다.
분자 1 몰(mol)은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분자의 수량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아보가드로(Amedeo Avogadro, 1776~1856)는 비 오는 날에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에 몇 개의 물 분자가 들어있을까를 당시의 과학지식을 동원하여 계산하였다고 한다. 후세의 화학자들이 0℃, 1 기압에서 기체 22.4 리터 속에 들어있는 기체 입자의 개수는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일정한 숫자임을 보이고, 이 수를 아보가드로의 수라고 불렀다. 아보가드로 수는 6.02 x (10의 23승)이다. 이만큼의 입자(원자, 분자, 전자)를 1 몰(mol)이라고 부른다. 6.02 x (10의 23승)이라는 숫자는 602,000,000,000,000,000,000,000으로 우리 수의 이름으로는 육천이십 해(垓)에 해당한다. 이는 6의 자릿수가 23인 숫자이고, 소수점 둘째짜리인 6.02까지만 표시한 것이다. 우리의 셈법 언어로는 만(萬), 억(億), 조(兆), 경(京), 다음이 해(垓)로써, 자리가 만 배씩 변화한다. 1해(垓)는 경(京)의 만 배로써, (10의 20승)을 의미한다. 우리가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백, 백하나,...., 천, 천하나,....., 만, 만하나,........'식으로 손꼽아 세워보면, 평생을 헤아려도 못 헤아리는 수이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숙제를 내거나 명령을 내린다면, 우리는 아마 이렇게 세다가 정신이 미쳐 버릴 것이다.
원자 1 몰(mol)의 무게를 원자량(atomic weight)이라고 한다. 각 원소의 원자량은 주기율표에 표시가 되어 있다. 원자량이라면 조금 생경하게 느껴지지만, 영어로 보면 원자의 무게라는 뜻이다. 원자량에 g을 붙이면 그 원자 6.02 x (10의 23승) 개의 무게가 된다. 원소 주기율표를 보면 수소(H) 원자의 원자량은 1.0079, 산소(O) 원자의 원자량은 15.9994로 나와 있다. 수소 원자 6.02 x (10의 23승) 개의 무게가 대략 1g이고, 산소 원자 6.02 x (10의 23승) 개의 무게가 대략 16g이다. 수소 분자는 H2이므로 수소 분자 6.02 x (10의 23승) 개의 무게는 2g이고, 산소(O2) 분자 6.02 x (10의 23승) 개의 무게가 약 32g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물(H2O) 1 몰(mol)의 무게는 18g이다. 물(H2O) 1 몰이 생성되는 화학반응은 위 화학식의 양변을 2로 나누면 된다. 즉,
H2(g) + (1/2) O2(g) = H2O(l) – 237 kJ/mol
물(H2O) 1 몰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수소 분자 1 몰과 산소 분자 1/2 몰이 필요하고, 각 기체의 무게로 볼 때는 수소 분자 2g과 산소 분자 16g이 반응하여 물 분자 18g이 생성된다. 물을 이루는 물질에서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의 질량비는 1 : 8이다.
바로 위 화학식에서는 1℃, 1 기압의 표준상태에서 에너지의 변화량도 표시하였다. 반응식의 왼편에 있는 물질을 반응물(reactant), 오른편에 있는 물질을 생성물(product)이라 하고, 에너지의 변화량은 보통 오른편에 쓴다. 옛날에는 열량(calorie)으로 표시하였다. 이 열량 값이 양(+)이면 흡열반응, 음(-)이면 발열반응이라고 불렀다. 요즘에는 에너지로 표현하고, 물의 표준 생성 깁스 자유 에너지(standard Gibbs free energy of formation)라고 부른다. 화학반응의 열역학 연구에 공이 큰 미국의 화학자 깁스(Josiah W. Gibbs, 1839~1903)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단위도 cal/mol 대신에 kJ/mol로 나타낸다. 여기서 자유 에너지(free energy)란 말의 의미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 이 반응 후에 생기는 에너지는 마음대로(돈 안 들이고) 여건에 따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보통은 열에너지로 변환되지만, 우리가 수소연료전지를 구성하고 위 반응을 유도하면 Gibbs 자유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바로 수소 전기차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는 수소 분자가 산소 분자를 만났을 때의 화학반응을 제시하였다. 상온, 상압에서 탄소가 수소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화학 변화가 일어난다.
C(s) + O2(g) = CO2(g)
이 화학 변화가 이른바 연소 과정이다. 초목(草木), 곡식, 석탄, 석유 속에 있는 탄소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불씨만 있으면 위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은 발열반응이다. 즉 탄소 원자들의 결합에 관여했던 화학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방출된다. 보통의 경우 열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초목이 타면 따뜻하게 열이 나는 이치이다. 석탄이나 석유를 연소시키면 열이 나오는데 이 열로 보일러를 데우면 온수 공급이 가능하고, 온도를 더 높이면 증기기관을 돌려 기차를 움직일 수 있고, 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연소 반응의 결과, 100% CO2 즉 이산화탄소로 변하면 완전연소라고 한다. 그러나 보통은 타는 물질의 상태에 따라 100% CO2로 변하지 않고 일부가 일산화탄소(CO)로 되는 불완전연소가 일어난다. 옛날에 온돌 구들에 구공탄으로 난방(暖房)하던 시절에 추운 겨울이나 눈비 오는 날에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방의 빈틈으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와 잠자는 사람이 의식불명이나 잘못되면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였다. 이것을 ’ 연탄중독 사고’라고 불렀다. 요즘도 차박 등 캠핑할 때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이 가끔 보고되고 있다. 모텔이나 펜션에서 비용 절약을 위해 연탄보일러로 난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도가 부실할 경우 방으로 일산화탄소가 유입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산화탄소가 호흡으로 폐에 들어가면 산소보다 먼저 혈액에 있는 혈색소에 강력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인체는 호흡을 통하여 흡수한 산소를 우리의 생명 현상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두통,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하여 호흡기로 흡입한 것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옛말에 연탄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때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괜찮아진다는 민간요법이 있었다. 동의보감에 ’ 숯 연기를 들이마셔 머리가 아플 때는 생무즙을 마시라‘고 한 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깨어나 머리가 아픈 것과 자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의식이 없는 경우 국물이 기도로 흘러 폐로 들어가면 흡입성 폐렴으로 진행되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바로 응급실로 가서 고압산소 요법으로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