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무, 숯, 화석 연료 등의 화학에너지, 온도 차이로 느끼는 열에너지, 바람이나 흐르는 물의 운동에너지, 중력 아래의 위치에너지, 자기장 하의 자기 에너지, 우리에게 친숙한 전기 에너지 등이 있다.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변환하여 이용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따른다. 에너지는 우리가 이용하고자 하는 장소와 시간에 언제나 쓸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기술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에너지를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석탄 내부에 화학에너지가 존재하니까 이를 도시락에 싸서 갖고 다니며 밥처럼 먹어 우리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바보 취급을 당한다. 우리는 화학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게 된다.
요즈음 플라스틱의 역습이라고 해서 우리 몸이나 동물의 몸에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흡수되어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되어 큰 문제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그 옛날 식물이 만든 탄수화물이 변성된 석유로부터 만든 것이다. 동물은 식물이 태양의 도움으로 생성한 탄수화물은 흡수하고 소화하여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지만 2차, 3차로 변형된 탄수화물은 동물이 흡수하여 에너지를 뽑아낼 수 없다.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축적된다는 사실은 마치 우리가 석탄이나 돌을 먹고 소화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우리는 에너지를 받아 변성된 물질, 예를 들어 플라스틱, 석탄, 숯, 탄 음식 등을 섭취하면 안 된다.
지난 2013년 2월, 너비 약 20m짜리 유성이 러시아 우랄 지역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며 광범위한 피해를 일대에 입혔다. 유성은 별똥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주의 물체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들어와 공기와 부딪치면서 빛을 낸다.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고 지상에 떨어진 것을 별똥 혹은 운석(隕石)이라고 한다. 이 유성은 초속 19㎞의 속도로 날아와 지상 약 30㎞ 높이에서 폭발했다. 이 유성이 어떻게 이 정도의 속도를 갖고 지구에 접근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지구 근처에 와서는 지구의 인력에 이끌리어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다. 이 폭발로 유성 파편과 함께 뜨거운 먼지 및 가스 구름이 생성되고 엄청난 충격파가 지상을 덮쳤다. 유성 충돌로 인한 충격파로 첼랴빈스크 인근 지역의 건물 7,000여 채가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를 보았고, 천여 명이 유리 파편 등에 맞아 크고 작게 부상하였다.
여기서 필자가 운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에너지의 변환에 대해서 예를 들기 위해서이다. 이 유성이 갖고 있던 막대한 운동에너지는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기와의 마찰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연소(燃燒)되면서, 열, 빛, 소리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특히 속도의 변화 즉 운동량의 변화(Δp)가 충격량(f·t)의 변화로 바뀌면서 막대한 힘, 즉 파괴력을 내기 때문에 대기권 밑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한다.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되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에너지를 물리량으로 표시하는 식은 분야마다 다르다. 앞에서 탄성계수가 k인 용수철을 x 거리만큼 잡아당길 때 저장되는 에너지는 (1/2) kx2라고 보였다. 고전 역학 분야에서 질량 m인 물체가 속도 v로 움직일 때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1/2) mv2로 표시된다. 어떤 기준점으로부터 높이 h에 있는 질량 m인 물체의 위치에너지는 g를 중력가속도라고 하면 mgh라고 나타낸다. 축전기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는 (1/2) CV2로 표시되는데 여기서 C는 전기용량이고 V는 두 극판 사이의 전압 차이다. 흐르는 전기의 에너지는 전압(V)에 전류(I)를 곱한 값에 통전한 시간을 곱하면 된다. 전압 차이가 1V인 전기장에서 1A의 전류가 1초 동안 흘렀을 때의 에너지는 1J이다.
천둥과 벼락도 에너지의 변환을 설명하기 좋은 자연현상의 하나이다. 비 오는 날에 가끔 구름 사이로 번쩍하는 불빛을 본다. 우리는 이를 벼락 친다고 말한다. 번개라는 다른 말도 있다.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고 맑게 개어 있는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도 있다. 벼락이 친 다음 조금 뒤에 우리는 ‘우르릉 쾅쾅’ 천지를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이를 천둥이라 한다. 이는 한자어 천동(天動)에서 왔는데 옛날 사람들은 하늘이 움직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자연현상을 우레라고 한다. 우뢰(雨雷)가 원래 말이겠지만, 우레도 표준어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맞는 표기이다. 한자를 살펴보면 ‘비가 밭 위에 내릴 때’ 우레가 관찰되었나 보다. 천둥 치는 소리를 뇌성(雷聲)이라고 한다.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라는 찬송가 구절도 있다.
비 오는 날에 주로 관찰되는 자연현상을 천둥이라 하든 번개라고 부르든, 그 대기 현상은 프랭클린의 실험에 따르면 양(+)의 전기와 음(-)의 전기가 방전되는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일부가 빛 에너지로 변환된 것이 번갯불이고, 소리 에너지로 변환된 것이 천둥소리이다. 공기 중의 소리의 전파 속도는 대략 340m/s이고, 공기 중의 빛의 전파 속도는 대략 3 x 108m/s이다. 번갯불이 우리 눈에 보이고 나서 한참 뒤에 천둥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이유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울려 퍼지는 뇌성(雷聲), 즉 우레의 소리를 들으면 무섭고 하늘이 노해서 내는 천동(天動) 소리라고 인식하였다. 벼락을 맞으면 사람의 몸을 통해 고압의 전기가 통하므로 감전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크게 부상(負傷)한다. 어떤 사람이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그 지역에서 그 벼락으로 인한 상황은 끝났다는 말이니 그 사람은 죽음은 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천둥소리를 들으면 두렵고 불안하다고 느낀다.
여름날의 저
천지 밑 빠지게 우르릉 대는 천둥이 없었다면
어떻게 사람이 그 마음과 몸을
씻었겠느냐,
씻어
참 서늘하게는 씻어
문득 가볍기는 허공과 같고
움직임은 바람과 같아
왼 통 새벽빛으로 물들었겠느냐.
- 정현종(1939~ ), <천둥을 기리는 노래>
위 시는 정현종 시인의 ‘천둥을 기리는 노래’의 첫 연이다. 이 시에서는 천둥과 인간의 반응을 대비하고 있다. 초여름 무더위 뒤에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면 참 시원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천둥은 한자어 천동(天動)에서 왔을 터인데 분명 시원한 감정이 천둥소리와 함께 기억되니, 아무리 하늘과 땅이 밑이 빠질 정도로 우르릉 대서 무서움을 느끼더라도 시원하게 느낄 것이다. 우리의 몸은 납량(納凉) 특집에 나오는 무서운 드라마를 보며 피부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시원함을 느낀다고 하지 않나? 가볍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새벽녘의 빛과 벼락의 불줄기가 같다고 시인은 인식하고 있다. 벼락 치는 불빛과 우르릉 대는 천둥소리가 두렵기는 해도 자연현상에 경외를 보내며 이 시의 뒷부분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번개는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자연현상이지만 현대 과학의 해석에 의하면 자연의 순환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일본어로 번개를 ‘벼의 아내’라는 뜻인 ‘이나즈마(稻妻)’ 혹은 ‘벼의 빛’이라는 의미의 ‘이나비카리(稻光)’라고 한다. 벼가 익을 무렵에 비가 올 때 천둥이 많이 치면 벼가 번갯불에 익어 벼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경험적인 관찰의 결과이다. 옛날에 농민들은 번개가 치면 근방의 벼가 잘 여문다고 믿었다. 일견 얼토당토아니한 사실이 현대 과학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독자는 비료의 3 요소가 무엇인지 아시는가? 질소(N), 인(P), 칼륨(K)이라고 초등학교 때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이중 칼륨은 식물의 직접적인 구성성분이 아니다. 칼륨은 물에 쉽게 녹아서 세포액 속에서 칼륨 이온으로 존재하며 식물이나 동물 내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을 돕는다. 질소와 인은 탄소, 산소, 수소와 함께 동식물에서 매우 중요한 원소이다. 탄수화물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라는 뜻이다. 식물의 엽록소에서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땅속의 물(H2O)을 반응시켜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인 탄수화물을 합성한다. 이러한 탄수화물은 쌀과 같은 곡식의 주성분으로 우리는 이를 섭취하여 호흡으로 허파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광합성의 역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성시켜서 생명 활동을 한다. 그러나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하나같이 ATP(아데노신삼인산)이라는 물질을 매개로 에너지를 얻는데 ATP에는 이 세 가지 원소 이외에 질소와 인이 꼭 필요다. 우리가 밥 이외에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고기를 꼭 먹어야 하는 이유이다. 생물의 유전정보를 관장하는 DNA도 이들 5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지구 대기의 약 80%는 질소로 되어 있고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0.04%밖에 없다. 이산화탄소는 바다가 생긴 후에 그 속에 녹아서 공기 중에서 농도가 감소했고, 광합성을 하는 생물의 출현으로 더욱 감소했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질소는 대기 중에 가득하지만 생물의 광합성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어서 계속 대기 중에 농축되었다고 믿어진다. 질소 성분이 생물의 생장에 중요하지만 대기 중의 질소 분자의 삼중 결합을 직접 끊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자연현상은 번개밖에 없다. 질소 원자는 대기 중에 두 원자가 결합하여 질소 분자(N2)로 존재한다. 질소 원자는 최외각에 3개의 전자가 있는데, 두 개의 질소 원자는 세 전자가 각각 쌍을 이루어 삼중 결합이라고 불리는 강한 결합을 만든다. 이 강한 삼중 결합을 끊지 못하면 생물은 질소를 체내에 흡수할 수 없다. 오늘날의 화학산업은 공기 중의 질소 고정 기술을 개발하여 비료를 생산하여 농부를 통하여 작물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자연에서 부리는 조화에 의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었겠는가?
필자는 은퇴 후에 시골에 계신 90 노모와 주말을 이용하여 채소밭을 일구고 있다. 위와 같은 과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땅의 힘을 높인다고 지난해에 시골 주민센터에서 싸게 산 질소 인산 비료를 밭에 뿌리고 올봄에 각종 채소 씨앗을 뿌렸다. 주말마다 보니 때가 한참 지난 뒤에도 새싹이 나오지 않았다. 얼마 지난 뒤에 90 노모로부터 비료를 너무 많이 뿌려서 채소가 싹이 안 나온다고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축산 퇴비는 많이 뿌려도 식물이 나오는 데 지장이 없지만 화학 비료는 많이 뿌리면 작물이 나오다가 죽는다는 노모의 경험이 승리하였다. 아들의 핑계는 이렇다. 올해는 망했지만, 내년에는 잘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