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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 자기력

by 포레스트 강

자석 간의 끌림 현상은 인류가 훨씬 오래전부터 경험해 왔다. 자성을 띤 물질을 자석(磁石, Magnet) 혹은 지남철(指南鐵)이라고 불렀다. 자석은 주로 자철광(磁鐵鑛)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데 이 자철광의 화학식은 Fe3O4(사산화삼철)이다. 지남철은 말 그대로 남쪽을 가리키는 쇳조각이라는 뜻으로 고대 중국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믿어지며, 지상에서의 여행이나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지남철 관련 기술이 서양으로 건너간 뒤 방위를 알아내는 나침반(羅針盤) 혹은 컴퍼스(compass) 제조기술로 변모되어 유럽국가들이 참여한 대항해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지구 역시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라고 볼 수 있으며, 나침반은 이러한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자기(磁氣)를 띠는 물체 즉 자석은 북(N) 극과 남(S) 극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석을 자르면 또 2개의 극(N극과 S극)으로 나뉜다. 이렇듯 자석은 자르면 N/S극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잘린 두 자석의 단면을 마주 대어 보면 서로 붙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래서 이론상 자석의 두 극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석은 매우 작은 자석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자르기 이전에 이미 N극과 S극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걸 자르는 걸로 N/S극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다시 말하자면 N극만 있거나 S극만이 있는 자석, 즉 자기 홀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자기 홀극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자석은 자기 쌍극(double pole)을 가진다. 지금도 자기 홀극(single pole)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혹은 실존할 수 없음을 증명하거나, 직접 자기 홀극을 발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고 한다.

자기가 존재하는 N/S 자극 사이의 영역을 자기장 혹은 자장(磁場, magnetic field)이라고 부른다. 전기가 미치는 영역을 전기장 혹은 전장(電場, electric field)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기장 안에는 자기력선이 존재하여 N극에서 S극으로 향한다고 정하였는데, 자석 내부에서는 S극에서 N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석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서 볼 때 끊어지지 않는 형태의 자기력선이 자기장 내에 등고선처럼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떠한 공간이던 나가는 자기력선의 수와 들어오는 자기력선의 수가 같다고 설명할 수 있다. 두 자석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력(magnetic force)은 전기력과 마찬가지로 두 자극 사이의 거리(r)의 역제곱(1/r2)에 비례하는 역제곱 법칙을 따른다. 이러한 유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학과 자기학은 별도의 학문으로 생각되어 발전되어 왔다.

모든 물질은 외부의 자기장에 반응한다.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재료를 분류하는 방법이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고, 그중에서 강자성체(ferromagnetic material)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강자성체는 전통적으로 지남철을 만들었던 철로써 영구자석이라고도 부른다. 새로운 강자성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다 보니 희토류 금속 원소인 네오디뮴(Nd), 사마륨(Sm) 등이 발견되었고, 이들 원소의 합금도 개발되었다. 네오디뮴 자석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자석을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정도냐면, 대형 네오디뮴 자석 2개 사이에 손가락이 끼이면 손가락뼈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린다. 이러다 보니 미국의 경우는 일정 크기 이상의 네오디뮴 자석을 다루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병원에 있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e) 장비의 내부에도 강자성의 영구자석이 채워져 있다.

자석은 보통 금속 혹은 금속 산화물 형태지만 자성을 띠는 분말을 고무와 혼합한 형태의 자석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냉장고 문에 붙여놓는 물렁물렁한 자석이 바로 이것이다. 고무 형태의 자석은 주로 관광지의 기념품이나 상품 전단지 광고에 사용되며 철로 만든 냉장고 외벽이나 대문에 붙이기 쉽게 만들어졌다. 자력은 일반 금속 자석보다 훨씬 떨어진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석의 자력, 즉 외부자기장에 반응하여 자기장과 자석 간의 척력을 유발하는 자력은 자석의 부피에 비례하는데, 고무 형태의 자석의 경우 고무가 혼합된 만큼 자성을 띠는 자성체의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자기기 가까이에 자석을 가져가면 고장이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자기기의 종류에 따라 자기력에 민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석은 전자기기와는 상극이라서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서 하드 디스크 같은 자기 기록 매체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저장된 데이터가 순식간에 손상되어 버리고, 기기 자체도 망가져 버릴 수 있다. 반면 같은 저장 기기라 하더라도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기장을 잘 버티는 편이다. 막대자석의 경우 낱개로 보관하게 되면 제조된 이후 시간이 지나 자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 개를 서로 붙여놓아야만 한다. 현대에는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센서 부품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핸드폰을 누워서 사용하면 화면의 위아래가 자동으로 조정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기기 내부에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검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에서 자동 화면 전환 스위치를 끄면 이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뒤에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설명하겠지만, 전기를 이용하면 전자석은 영구자석보다 아주 강한 자기장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자석은 45.5T(테슬라)라는 엄청나게 큰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항만 부두에 가 보면 컨테이너를 통째로 들어 올려 배에 싣는 대형 크레인을 볼 수 있다. 강한 자기장으로 크레인의 판이 무거운 컨테이너 짐을 꽉 붙잡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는 데에 드는 힘은 전기력을 이용하지만, 컨테이너를 꽉 붙잡는 데는 자기력을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 인간이 다루는 자석에 한정하지 않고 생각해 볼 때,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석은 중성자별(neutron star)의 한 종류인 '마그네타'라고 보아야 한다. 이 별은 무려 10GT(기가 테슬라)라는 엄청난 수준의 자기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주 강력한 자기력으로 원자가 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지면서 원자 내 구조가 모조리 깨져버린다고 보고 있다. 중성자별은 대략 반지름이 10~15km이고 질량은 태양의 1.4~3배 정도라고 생각된다. 만약 지구가 이렇게 큰 밀도를 가지려면 지구의 크기는 큰 아파트 크기와 비슷하게 된다. 별들은 대부분 자기장을 갖고 있는데, 별이 중성자별로 수축해 감에 따라 별 표면의 자기장은 거대하게 증가한다. 이 거대한 자기장은 별의 내부에 남아 있는 전자의 운동으로 생성되며 전자들은 에너지를 잃을 수 없으므로, 이 자기장은 우주의 나이와 비교될 만큼 긴 시간 동안 남아 있게 된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지자기(地磁氣)를 이용한 나침반을 소지하고 있는 일반인으로 지관(地官)이라고 있었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에 따라 묘소(墓所) 자리 혹은 집 자리를 잡아주는 사람이다. 요즘에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고 납골당 등에 유골을 안치하는 게 일반화되었지만, 매장이 원칙이었던 옛날에는 묘를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권세나 재력이 있는 사람은 좋다는 명당자리를 미리 봐 놓았다가 묘지로 썼다. 명당자리는 분지 지형을 한눈에 조망(眺望)할 수 있는 자리를 말하며, 산에서 분지 지형으로 내려가는 요충지에 위치한다. 풍수지리 사상에 따른 명당은 남향을 지향하고 멀리 정면으로 조산(朝山)이 보이고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로 개념 지워진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사이로 하천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여건을 갖추고 뒤에 주산(主山)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였다. 좌청룡은 나무로 된 산, 우백호는 바위로 된 산을 뜻하며 분지 좌우에 나무와 돌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배산임수는 뒤에 있는 주산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앞에 있는 물(강)은 사람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당은 원래 군사적 목적에서 생긴 개념이지만 생활적 측면으로 전승되었으며 음양이론의 도입과 함께 신비주의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

근대에서 대표적인 명당 묘소 자리로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들 수 있다. 남연군묘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8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주소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산 5-29이다. 예산에서 덕산온천 방향으로 서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우뚝 서 있는 해발 677m의 가야산 자락에 통일신라 시대에 가야사가 세워졌다고 한다. 가야사 터가 풍수지리설에서 두 명의 왕을 배출한다는 명당자리라고 하여 대원군이 야인이었던 1884년(헌종 10년)에 가야사에 불을 지르고 탑을 부순 후에 탑이 있던 자리에 경기도 연천에 있던 부친의 묘를 이장하였다. 이로부터 7년 후에 이하응은 차남 재황(載晃)을 얻었는데 이가 철종의 뒤를 이어 12세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다. 고종이 등극하면서 안동김 씨 일문을 몰아내고 승승장구하던 살아있는 대원군이었지만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1866년(고종 3년)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다가 실패하자 조상의 묘를 중히 여기는 조선의 풍습을 알고 화풀이 겸 보물을 노리고 남연군의 무덤을 도굴하려고 하였다. 아산만에 큰 배를 정박시키고 작은 배로 내포에 들어와서 오페르트와 하수인들은 도굴을 시도하였으나 회를 두껍게 쓴 묘라 파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물(조수 간만) 때를 고려하여 도중에 도굴을 포기하고 철수하였다. 이를 계기로 대원군은 자신의 대외 고립정책인 쇄국(鎖國)을 더욱 강화하는 비석을 전국에 세우게 되었다. 최근에 남연군묘를 제외한 예산 가야사지 발굴조사 결과,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가야사 터의 건물배치 및 절 이름이 확인되고 남연군묘가 가야사 터를 일부 파괴하고 조성되었다고 확인되었다. 이러한 풍수지리설 때문인지 최근에도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조상 묘를 속칭 명당자리로 이장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명당자리에 조상의 묘를 써도 결국에는 소용없는 짓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아들을 국왕으로 만들고 대리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큰 권세를 누렸지만, 곧 아들과 며느리의 견제를 받고, 권력투쟁을 벌여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쇄국이라는 대외정책을 썼지만, 말년에는 외세를 끌어들여 권력을 찾으려다 이국으로 호송되어 갇히는 고초를 겪었다. 풍수지리설의 예언대로 그 후손이 고종과 순종을 잇는 2대에 걸쳐서 왕이 되었지만, 세계정세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어 5백여 년이나 유지되어 온 왕조의 문을 닫고 결국 멸망하였다. 풍수지리에 얽힌 묫자리 이야기도 한낱 후세에 재미있는 얘기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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