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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 전기와 자기의 통일

by 포레스트 강

19세기가 되기 전까지 전기력과 자기력은 별개의 물리적인 힘으로 여겨졌다. 1820년에 이르러 덴마크의 외르스테드(Hans C. Oersted, 1777~1851)가 도선을 흐르는 전류가 자침(磁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전기력과 자기력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1873년에 영국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이 두 개의 힘이 사실은 하나의 힘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보다 이전에 맥스웰은 1861~1862년 Philosophical Magazine에 기재된 ‘On physical lines of force’라는 논문에서 네 개의 방정식을 소개하였다. 이는 추후 맥스웰 방정식으로 이름 붙여졌는데 미분 형태와 적분 형태의 두 가지로 표시된다. 이것은 맥스웰이 프랑스의 암페어(Andre-Marie Ampere, 1775~1836), 영국의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그리고 다른 당대의 과학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연구 결과를 확장하여 얻은 결론이다. 그는 수학적인 과정을 역학의 문제로 다루었는데, 그 결과 전기와 자기의 특성을 완전히 기술할 수 있는 네 개의 방정식을 유도하였다. 전기와 자기의 성질을 깔끔하게 정리한 이 방정식은 전자기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나 공학자에게는 필수적인 지식이다. 여기서는 복잡한 수식은 생략하고 물리적인 의미만 간단히 소개한다.

(1) 도선의 전류는 주위에 원형의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2) 자기장을 끊고 지나가는 원형 고리 도선에 전류가 유도된다.

(3) 같은 전하(electric charge) 사이에는 서로 밀치는 힘, 즉 척력이 작용하고, 반대 전하 사이에는 서로 당기는 힘, 즉 인력이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자극(magnetic pole)은 서로 밀치고 반대 성질의 자극은 서로 잡아당긴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개의 전하를 양(+)과 (음(-)으로, 두 개의 자극을 북(N)과 남(S)으로 구별한다.

(4) 두 전하/자극 사이의 힘은 서로 떨어진 거리(r)의 역제곱(1/r2)에 비례하는 역제곱 법칙을 따른다.


다른 연구자들에 의한 발견들도 간략하게나마 요약할 가치가 있다. 패러데이가 몇 가지 중대한 발견을 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기유도(electric induction)인데 뒤에 가서 자기 유도(magnetic induction)로까지 확장되었다. 전기유도는 패러데이 법칙(Faraday law)으로 잘 알려져 있고, 맥스웰 방정식에 수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다른 두 개의 주목할 만한 발견으로는 패러데이 효과(Faraday effect)와 패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가 있다. 패러데이 효과는 빛의 편광이 외부에서 걸어준 자기장에 의해 회전할 수 있다는 것이고, 패러데이 케이지는 전자기 차폐(electromagnetic shielding)를 의미하는데, 외부에 있는 전하는 도체 내에 있는 물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암페어는 외르스테드가 발견한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암페어 법칙(Ampere law)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 사이에 작용하는 상호작용은 도선들의 길이와 흐르는 전류의 세기에 비례하고 역제곱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발견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깔끔하게 정리한 사람이 영국의 플레밍(John A. Fleming, 1849~1945)이다. 플레밍은 전류의 방향, 자기장의 방향, 작용하는 힘의 방향, 이 세 가지의 관계를 우리들의 손을 써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그림과 같이 왼손을 가지고, 엄지, 검지, 중지를 서로 직각으로 편 상태에서 중지 방향으로 전류(I)를 가하고 검지 방향으로 자기장(B)을 가하면, 엄지 방향으로 힘(F)이 유도된다. 이를 쉽게 암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왼손의 세 손가락을 그림과 같이 벌리고 엄지(F), 검지(B), 중지(I)를 차례로 가리키며 FBI라고 외치고, 왼쪽은 영어로 'left'라 하고 이 단어 안에 F 자가 있으므로 왼손법칙이 힘(F)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고 생각해 두면 쉽다. 이는 전기를 가지고 힘을 발생시켜 우리의 생활에 이용하는 전동기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한편 발전기의 원리를 이해할 때는 오른손의 세 손가락을 같은 식으로 벌리고 엄지(F), 검지(B), 중지(I)를 차례로 가리키며 FBI라고 외치고, 오른쪽은 영어로 'right'라 하고 이 단어 안에 I 자가 있으므로 오른손 법칙은 전류(I)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플레밍의 왼손 법칙.png 플레밍의 왼손 법칙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은 발전기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힘(F)을 받는 물체가 강한 영구자석 안에서 움직이면 자기장(B)이 N극에서 S극 방향으로 생기고 전류(I)가 유도된다. 이 원리에 따르면 자기장 안에서 물체를 움직이면 그 물체를 감싼 도선에 전류가 유도된다. 그 물체를 터빈이라고 부른다. 터빈은 원통형으로 생겨서 외부 힘으로 자기장 안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터빈을 돌리는 힘의 방향이 매 순간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서 전류의 방향과 크기가 바뀐다. 터빈이 180도 돌고 나면 전류의 방향이 양(+)이었다가 음(-)으로 변한다. 터빈이 한 바퀴 돌면 전류는 원래와 크기와 방향이 같게 된다. 터빈이 한 바퀴 돌면서 생긴 전류의 변화를 주기 혹은 사이클이라고 한다. 사이클의 단위는 헤르츠(Hertz, Hz)로서 전자기파의 주기와 같은 단위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1초에 터빈을 60번을 돌려서 60Hz의 교류전기가 생산된다. 일본의 경우 동일본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은 50Hz, 서일본 지역을 담당하는 간사이전력은 60Hz로서 발전회사에 따라 전력선의 주파수가 다르다. 한편 자기장의 세기와 터빈을 돌리는 힘의 세기를 증가시키면 더 큰 에너지를 갖는 전기 곧 더 큰 전압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바로 앞에서 교류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였는데 터빈을 돌리는 에너지가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발전소의 종류가 달라진다. 우선은 수력 발전소와 화력발전소로 나눌 수 있다. 수력 발전소에서는 물의 위치에 따른 에너지 차이, 곧 수차를 이용하여 물의 힘으로 터빈을 돌린다. 화력발전소에서는 보일러에서 연료를 태워 그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수증기의 힘으로 즉 불의 힘으로 터빈을 돌린다. 보일러의 물을 끓이는 연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석탄 발전소, 석유 발전소, 천연가스 발전소 등으로 나뉜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물질의 핵분열 시에 생기는 미소한 질량 결손이 에너지로 변화하는데 이 에너지로 보일러의 물을 데워 수증기를 발생시키고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린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디젤기관이나 자동차 등에서는 연소실에서 나오는 힘이 바로 코일 내의 전동자로 전달되어 전기가 만들어진다.

플레밍의 왼손 법칙은 전동기의 원리를 간단히 보여주고 있다. 전기를 이용하여 힘을 발생시키고 그 힘을 이용하여 필요한 일을 하게 되면 기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계를 우리는 모터(motor)라고 한다. 이때 전기적 에너지가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된다. 전기가 에너지의 한 형태이며 에너지 형태의 변환 사실을 이용하여 문명의 이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인류가 체득함으로써 우리 문명은 크나큰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에너지의 형태가 변환되고 나서 유용 가능한 에너지는 100%가 되기가 어렵고 원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새어 버린다. 이를 영어로 dissipation이란 표현으로 나타내는데, 우리말로 소실(消失) 또는 손실(損失) 정도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증기기관의 작동 원리를 이용하여 제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의 손실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발전소의 보일러는 외부와 완전히 단열시킬 수 없고, 터빈을 돌릴 때 베어링 등에서 열이 방출되는 등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은 화석 연료의 열당량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그러면 무엇하러 전기를 만들고자 하는가? 이런 질문이 전기산업 초창기에 제기되었으며 기계를 돌리기 위하여 증기기관으로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일이 바보짓같이 보였다.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한 기본적인 답은 편의성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 마음대로 전기 기계를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자기가 기관 자체를 운전하지 않고 깨끗하게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 인하여 전기산업은 소비를 촉진하며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중앙집중식으로 전기를 만들고 분배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발전소가 대형화되었다. 수력과 원자력이 동력원으로 등장하면서 발전소의 용량이 더욱 대형화되었고 발전소 건설 자체가 큰 국가적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단계에서 전기보급률의 확보가 중대한 과제였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농촌 대부분에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미군 기지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필자의 기억에는 우리 마을은 전기가 없어 밤에 석유 등잔불을 켜는데, 이웃 마을에 있는 미군 부대에는 전깃불이 들어오고 부대 울타리에는 밤에도 대낮같이 전등을 켜 놓았다. 부대 근처 마을에서 미군을 상대로 하는 영업소나 가정에도 전깃불은 들어왔다. 마을 한구석에 등유 발전기를 설치해 놓고 전기를 생산해서 수용가에 공급하고 돈을 버는 사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전소를 대거 신설하여 나라 전체의 발전용량을 늘리고 농어촌 전화(電化) 사업이라는 것을 수행하면서 1970년대 초부터 시골 마을에 전깃줄이 가설(架設)되고 농가에 전등불이 들어왔다. 서울이나 도회지에는 훨씬 전부터 전기가 들어왔지만, 대부분 조명이나 텔레비전용으로 쓰였고 전기다리미를 사용할 때는 이웃의 눈치를 봐야 했다. 전철도 하나 혹은 두 개의 차량을 붙여서 운행하는 정도였다. 도심에서는 전기로 가는 전철이 운행되었지만, 전국적인 철도 운행에는 증기 기관차나 디젤 기관차가 고작이었는데, 국가의 발전용량이 커지면서 철로 위에 전선이 가설되고 전동 기관차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전(發電) 문제는 국가적인 과제이다. 수력발전은 지역적인 특수성이 있고 발전용량이 크지 않아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결국 화력발전에 의존하게 되는데, 연료인 유연탄이나 석유 또는 천연가스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수십 년 전에 원자력발전을 국가적인 과제로 정하고 관련 기술의 개발에 경주(傾注)하여 세계적인 기술보유국이 되었다. 지구온난화가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에 기인한다는 설에 의해 화력발전을 자제하자는 바람이 불고, 미국의 쓰리마일아일런드(three mile island),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등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원자력발전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발전 단가가 기존의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높아서 그에 따른 국가적인 논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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