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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8. 전기력

by 포레스트 강

전기는 오늘날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전선(電線)으로 운반하여 우리의 주거지나 사무실, 공장으로 그 에너지를 가져와 아주 편리하게 쓰고 있다. 그 전기의 힘으로 밤에 대낮같이 환하게 불을 켜 놓고 텔레비전으로 뉴스나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더울 때는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난방기구를 작동시킨다. 때가 되어 출출하면 전자레인지를 돌려 음식을 데워 먹고,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서 커피나 차를 타 마신다. 집이나 사무실이 고층빌딩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정말 큰 일이다. 어디에 가기 위하여 전철을 탈 때 전기의 고마움을 크게 느낀다. 전철역으로 걸어가면 계단 말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플랫폼까지 가만히 서서 올라갈 수 있고, 안내 방송에 맞추어 전철이 도착한다. 안전문(screen door)이 열리면 열차 안으로 들어가고, 노약자석이 비어 있으면 자리에 앉으면 된다. 만약 정전이라도 되면 우리는 꼼짝도 못 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전기에 의존적으로 되기까지에는 인류의 과학 지식의 축적과 발전이 있었다.


전기는 보석 중의 하나인 호박(琥珀)이란 뜻의 그리스어 일렉트로누(ήλεχτρον)에 어원을 두고 있고, 영어로 electricity는 이 말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600년경에 그리스의 탈레스(Thales)에 의해 호박에서 마찰로 인한 전기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진다. 이는 오늘날에 정전기(靜電氣)라고 말하는 것으로, 두 물체를 문지르면 우지직 소리가 난다든지 물체의 종류에 따라 끌리기도 하고 서로 반발하여 밀쳐내기도 함을 알았다.


전기를 유체로 생각하고, 전기를 물과 같이 병 같은 곳에 담아 볼 수 없을까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1740년대의 레이든 항아리(Leyden jar)이다. 레이든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 1606~1669)가 태어난 곳이란다. 레이든 항아리는 유리병의 안팎을 주석 포일로 바른 것이다. 요즘의 지식으로 보면 이 항아리는 두 금속판 사이에 있는 절연체 구조의 초보적인 축전지(蓄電池)이다. 한자어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듯이 전기를 축적해 둔 연못이 바로 축전지이다. 사실 전지 안에 전기가 축적되어 있지는 않고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사용 시에 전기 형태로 에너지가 변환되는 것이다. 요즈음은 물과 같은 유체가 전지에 없다는 의미로 건전지(乾電池)라고 부른다. 또는 배터리(battery)라고 부르고 있다.

레이든 항아리는 정전기가 항아리 안으로 흘러서 전하가 저장된 것이다. 당시 그 원리는 이해되지 못하였으나 이 항아리는 마술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상업화하려는 노력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있었는데, 요즘으로 치면 쇼 무대 위에서 마술로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대 위에서 수십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몇 개의 충전된 항아리를 들게 한 후 각 사람이 찌릿찌릿한 감전 쇼크로 인하여 야릇한 몸짓과 괴성을 지르는 광경을 보고 관객들이 즐거워하였다고 한다. 이런 신기한 전기 마술은 술에 불을 붙이거나 작은 동물을 감전사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재주를 만들었다. 당시 일부 학자들은 감전사한 동물의 해부로 그 상처가 벼락 맞아 죽은 생물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관찰하였으나 그 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연관성을 제일 먼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던 사람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의 한 사람이요 과학자인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다. 천둥과 번개는 인류가 태고부터 경험해 온 자연현상으로 공포 또는 신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 뿐이고 그 본질을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프랭클린은 연의 줄에 금속 열쇠를 묶고 번개 치는 날에 연을 날려서 전기가 물 묻은 연줄을 타고 내려와 그의 주먹에서 방전되어 불꽃이 생김을 관찰하였다. 여러 의미에서 그는 행운아였다. 그 뒤 유사한 실험을 수행하다 감전사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그는 낙뢰로부터 건물의 안전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피뢰침을 발명하였고, 그동안 닦아온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 보였다.

프랭클린은 전기를 양(+)의 성질을 갖는 전하(電荷)와 음(-)의 전하(electric charge)로 나누고 벼락을 이 두 전하가 만나게 되는 방전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전기를 잘 통하는 도체로 된 선을 통하여 전하가 흐르는데 마른 연줄 자체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지만 물이 묻으면 전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하였다. 번개가 칠 동안에 무엇이 빗속에서 양의 전기를 띠고 있는지는 당시에는 밝히지 못하였지만, 음(-)을 띠고 있는 땅으로 전하가 이동된다고 설명하였다. 이 개념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고,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개념의 정립이었다. 이로써 전기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하가 흐르는 현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날 전기회로도에서 접지(earth)라는 개념으로 땅을 음(-)으로 표시한다.


최근에 기후 이상으로 세계적으로 비가 많이 오고 있고, 그런 지역에서 벼락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크게 부상(負傷)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우리말 중에 저주에 가까운 말로 ‘마른날에 벼락 맞아 죽을 놈’이란 표현이 있다. 맑은 날에 벼락이 치고 거기에 사람이 맞아 죽을 확률은 사실 적다는 말이다. 앞에서 정현종 시인의 ‘천둥을 기리는 노래’를 인용한 적이 있다. 시인이 천둥과 벼락에 대하여 느끼는 진한 감성과는 다르게 자연과학자들은 프랭클린처럼 벼락과 천둥을 양전하와 음전하가 만나는 전기적 현상으로 정말로 쿨(cool) 하게 인식하고 있다. 비 오는 날 번개는 조심해야 한다. 야외에서 작업이나 운동할 때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일단 하던 일을 중지하고 옥내로 피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우리 몸이 전하가 유도되어 흐르는 지점이 되지 않도록 몸을 낮추고 금속성 물체를 소지하지 말아야 한다.


정전기에 대비하여 일반적으로 흐르는 전기를 동전기라고 하는 표현은 없다. 전기를 짐처럼 지고 있는 전하(電荷, electric charge)의 흐름이 전기라는 개념이 자연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생겼고, 이를 물의 흐름에 비유하여 전류, 전압, 저항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여기서 잠깐 전기에 관한 기본적인 단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전하량 또는 전기량(Q)의 단위는 쿨롱(C)인데, 프랑스의 과학기술자 쿨롱(Charles Augustin de Coulomb, 1736~1806)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전류(I)는 1초(s) 동안에 흐르는 전기량인데 단위는 암페어(A)로서 프랑스의 암페어(Andre-Marie Ampere, 1775~1836)를 기념하여 붙여졌다. 전류 I를 유지하면서 t 초(s) 동안 흐른 전기량은 Q = It이다. 전압(V)의 단위 볼트(V)는 이탈리아의 기술자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에서 유래되었다. 저항(R)의 단위는 옴(Ω)으로 독일의 과학자 옴(George S. Ohm, 1787~1854)의 이름에서 나왔다. 여기서 V = IR이라는 옴의 법칙(Ohm’s law)이 나온다. 옴의 법칙에 따르면, 전기가 흐르는 두 지점 사이의 전압은 거기를 흐르는 전류(electric current)에 비례하는데, 그 비례상수가 저항(resistance)이라고 정리가 된다.


17세기에 들어와서 마찰전기로 대전(帶電)된 재료 간에 인력과 척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인력과 척력의 발생이 기본적인 전기적인 현상으로 파악되었지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이론은 18세기에 들어와서 확립되었다. 1740부터 1780년 사이에 전기학자들은 그간의 여러 이론의 혼돈을 청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더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에 정진할 수 있었다. 프랭클린은 1755년경에 절연된 금속 통 내부에는 전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관측하였다. 1767년 영국의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는 프랭클린의 관측을 점검하면서 당시에 통용되던 만유인력처럼 두 전하 간에도 거리(r)의 역제곱(1/r2)에 비례하는 힘이 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두 전하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때 작용하는 전기력은 더 작아진다. 1785년 쿨롱은 비틀림 저울을 사용한 실험 장치로 역제곱의 지수가 2에서 수백 분의 1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를 얻었다. 이로써 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두 전하의 크기에 비례하고 서로 간에 떨어져 있는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는 전기력(electric force)의 법칙을 확증하였다. 전하의 부호가 같으면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부호가 다르면 서로 잡아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 당시의 실험 여건상 이 정도로도 쿨롱의 법칙은 하나의 법칙으로 역사성을 갖는다. 그 뒤 여러 사람의 실험으로 역제곱의 지수 2에서 그 차이가 십만(10의 6승)분의 1(1873년), 10의 9승분의 1(1936년), 10의 16승분의 1(1971년)만큼 생김을 보여 괄목할 만한 정확도로 프리스틀리의 가설을 확인하게 되었다.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을 전장(戰場)이라고 하듯이 전기가 흐르는 곳을 전기장(electric field) 또는 줄여서 전장(電場)이라고 하는데 그 전기장 안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같은 전기력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전기가 흐르는 두 지점에 미치는 전기장(E)의 세기는 두 점의 전압 차이(V)를 두 점 간의 거리(d)로 나눈 값인 E = V/d라고 표시된다. 그 전기장 안에 존재하는 전기량 q를 가진 전하에 작용하는 힘(F)은 F = qE가 된다. 이 전하 입자에 뉴턴 역학의 제2 법칙을 적용하면, F = ma = qE가 되고, 전하는 전기장 내에서 a = qE/m인 가속도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전기적 현상에 대한 18세기 학자들의 활발한 연구의 결과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전기를 일상생활과 산업에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기초가 되었다. 19세기 과학, 그중에서도 열역학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우리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기술의 접근 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였다. 비록 번개가 아주 오랫동안 자연에서 관찰되어 온 전기적 현상이고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전기폭풍의 형태로 방출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한 피뢰침은 개발되었지만, 번개 칠 때 발생하는 전기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용 가능한 전기는 실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변환함으로써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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