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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4. 해

by 포레스트 강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박두진(1916~1998), <해>(일부)


해(太陽, sun)는 태양계의 중심에 자리하여 지구를 비롯한 8개 행성(行星), 위성(衛星), 혜성(彗星), 유성물질(流星物質) 등의 운동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배하고 있는 항성(恒星)이다. 해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으로, 표면의 모양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항성이다. 태양은 주요 에너지공급원으로, 인류가 이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태양에 의존한다. 수력, 풍력도 따지고 보면 모두 태양에서 유래하고, 나무, 석유, 석탄도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것이며, 조석력(潮汐力), 화산, 온천, 원자력 등이 직접 태양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원일 뿐이다.


해는 지구로부터 평균적으로 1억 4,960만 km 떨어져 있으나, 타원궤도를 돌고 있어서 지구가 근일점(近日點)을 지나는 1월 초에는 이보다 1.7%인 250만 km 가까워지고 원일점(遠日點)을 지나는 7월 초에는 250만 km 더 멀어진다. 태양의 지름은 약 139만 km로 지구 지름의 (10의 9승) 배, 따라서 부피는 지구의 130만 배, 질량은 약 2 ×(10의 30승) kg으로 지구의 33만 배, 평균 밀도는 지구의 5.52 g/cm3에 대해서 약 1/4인 1.41 g/cm3이다. 이처럼 태양의 밀도가 지구보다 작은 까닭은, 태양이 지구처럼 고체의 껍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전체가 고온의 기체의 공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기체를 이루는 원소는 그 스펙트럼을 분석할 때, 대부분이 수소(H), 다음이 헬륨(He)이고, 이 밖에 극히 적은 양의 나트륨(Na), 마그네슘(Mg), 철(Fe) 등 지구상에서 알려진 원소 약 70종이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육안(肉眼)으로 봐서 둥글고 빛나는 부분을 광구(光球)라고 하는데, 이는 물론 기하학적인 면이 아니고, 표면에서 깊이 약 400 km까지의 층으로 그 온도는 약 6,000K이다. 이보다 더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빛은 도중에 있는 물질에 흡수되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따라서 태양의 내부는 직접 관측할 수 없고, 표면의 상태로부터 이론적으로 추정한다. 태양의 중심부는 온도 1.57 x (10의 7승) K, 압력은 약 30억 atm(기압)인 초고온·초고압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의 온도는 광구의 아래쪽에서 상층으로 가면서 내려갔다가 채층(彩層)에 들어가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채층은 광구 밖으로 이어지는 극히 얇은, 두께 약 1만 km의 층으로, 개기일식에서 광구가 달에 가려질 때 붉은색으로 빛나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또, 바깥쪽에는 역시 개기일식 때 태양의 반지름 또는 그 2배 정도까지 희게 빛나는 코로나(corona)가 있다. 태양의 활동은 주기적으로 변화하는데, 이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흑점 수의 변동이다. 극소기에는 10일쯤 태양 표면에 흑점이 하나도 없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극대기에는 100개 이상의 흑점이 나타나는 일이 흔히 있다. 흑점 수의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서 예전부터 흑점상대수(黑點相對數)가 정해져 있다. 이에 따르면 그 값의 변동 주기는 약 11년으로, 흑점 수에 따라 채층이나 코로나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의 강도가 변동한다.


태양에 가장 많이 있는 수소의 원자핵(양성자)이 충돌해서 열핵융합반응(熱核融合反應)을 일으켜, 양성자 4개가 헬륨의 원자핵(α입자)으로 뭉치고, 이때 질량의 0.7 %가 소실하여 에너지로 바뀌는 원리로, 태양이 매초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초 동안에 태양이 우주 공간에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약 (10의 26승) J(줄)이고, 지구 표면에서 태양광선에 수직으로 놓은 1 cm2의 넓이에 1분 동안에 들어오는 태양복사 에너지는 약 8.4J이다.

수소 핵융합반응은 1개의 양성자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핵(1H) 2개가 연쇄반응을 거쳐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헬륨 원자핵(4He) 1개가 되는 과정이다. 세부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H+1H → 2H+e++ν : 2개의 수소 핵이 결합해 1개의 중수소 핵이 되며 양전자와 뉴트리노를 방출한다. 2H+1H → 3He+γ : 중수소 핵과 수소 핵이 결합하여 질량수 3인 헬륨 핵이 되면서 감마선을 방출한다. 3He+3He → 4He+1H+1H : 2개의 질량수 3인 헬륨 핵이 결합하여 질량수 4인 헬륨 핵과 수소 핵 2개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e+는 양전자, ν는 중성미자(뉴트리노), γ는 감마선 광자이다. 2H는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수소 핵인 1H보다 중성자를 하나 더 포함하고 있어 무거운 수소라는 뜻으로 중수소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반응은 각각 두 번씩 일어난다.


핵융합반응이란 가벼운 원소의 핵이 합쳐져 무거운 원소의 핵을 만드는 반응이다. 수소 핵융합반응은 2개의 수소가 모여 하나의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인데 2개의 수소의 원자량은 4.0312인데 반해 생성된 헬륨 1개의 원자량은 4.0026이다. 즉 2개의 수소의 원자량에 비해 1개의 헬륨의 원자량이 0.0286만큼 적어진 것인데 질량으로 바꾸어보면 5.02 × (10의 -29승) kg이 줄어든 것이다. 줄어든 이 질량의 물질은 어디로 갔을까? 줄어든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인 E = mc2에 의해 에너지로 전환된다. 즉 줄어든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 값을 곱한 만큼의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 결과 태양을 비롯한 별들이 엄청난 열과 빛을 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된다.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이 이룬 업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특수상대성 이론의 가설을 이용하여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밝힌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물체는 정지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E = mc2로 표시된다. 여기서 E는 정지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하면, 질량과 에너지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각각의 보존 원리는 당연히 하나의 보존 원리, 즉 질량∙에너지 보존 원리로 통합되어야만 한다. 질량은 생성될 수 있고, 소멸될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등가의 에너지가 사라지거나 생성된다. 그 역의 과정도 성립한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은 실체의 서로 다른 형태이다. 1 kg의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는 E = mc2 = (1 kg)(3 x 10의 8승 m/s) 2 = 9 x (10의 16승) J이다. 이 값은 약 100만 톤의 화물을 지구에서 달까지 보내는 데 충분한 에너지이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작은 물체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들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정지 에너지가 방출되는 과정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으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들을 상대성이론의 용어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화학반응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kg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할 때 6 x (10의 -11승) kg의 질량이 사라지지만, 그 값이 너무 작아서 직접 측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 방출되는 5백만 J의 에너지는 아주 큰 양이다.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든 화학반응에서는 얼마간의 물체가 없어지지만, 그 양이 반응에 참여하는 물체의 질량 전체에 비하면 너무 작은 양이기 때문에 감지가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반응 전후에 질량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세웠다.

지구상의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다. 태양은 1초 동안 대략 (10의 26승) J의 정지 에너지를 잃는다. 이는 태양의 정지 질량이 1초 동안 대략 (10의 9승) kg만큼 감소함을 의미한다. 태양의 질량이 대략 (10의 30승) kg인 만큼 태양 질량이 모두 소진되는 것을 우리가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태양의 주된 에너지 생성 과정은 내부에서의 수소가 헬륨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헬륨 핵 하나가 생성될 때 (10의 -11승) J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태양에서는 초당 (10의 37승) 개의 헬륨이 만들어진다.


태양에너지는 주로 전자기파(電磁氣波)로서 지구에 오지만, 그 밖에 미립자의 흐름이 있다. 평상시에는 태양풍(太陽風)으로 불리는 약한 미립자의 흐름이 불어 나오고 있지만, 플레어(flare)가 나타날 때는 현저하게 증가한다. 이들 미립자가 지구 외부의 밴앨런대(帶)나, 오로라, 자기 폭풍(磁氣暴風) 등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태양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는 파장이 긴 쪽부터 차례로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γ선 등 모든 파장의 복사선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파장이 짧은 자외선, X선 등은 지구 대기에 의하여 흡수되기 때문에 로켓이나 인공위성 등을 쏘아 올려서 대기권 밖에서 관측한다. 플레어에 뒤따라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무선 통신의 이상 현상인 이른바 델린저현상(Dellinger phenomenon)은 플레어 때 태양에서 발생하는 X선에 의한 것이다. 전파에 의한 태양 관측은 빛(가시광선)에 의한 관측과 아울러 태양의 연구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지금 태양의 나이가 대략 50억 년 정도인데 총수명이 100억 년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므로, 태양은 사람과 비교하면 인생의 반 정도를 산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별이다.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100억 년이란 긴 세월 동안 뜨거운 열과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물리학자들의 추론에 의하면, 약 50억 년 전 우리 은하의 귀퉁이 한구석에 그전에 살았던 어떤 별이 폭발한 잔해이자 가스 덩어리로 이루어진 성운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성운은 중력에 의해 서서히 서로 뭉쳐지고 커졌으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성운이 수축하면서 낮아진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 내부의 온도는 점점 상승하여 수소가스 덩어리는 희미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의 별을 원시성이라고 하는데 이 원시성의 온도가 약 1억(10의 8승) 도(K) 가까이 되면 내부에서 수소 핵융합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태양은 그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히 팽창하여 금성 궤도 크기까지 커져 거대한 적색거성이 되며 별로서는 짧은 시간인 약 1천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바깥 부분의 물질을 모두 별 밖으로 뿜어내고 작아진다. 중심에 남은 태양은 지구 정도 크기의 탄소가 빽빽하게 들어찬 다이아몬드로 된 중심을 가진 백색왜성이 되어 점차 식어간다. 백색왜성은 계속 식어서 밀도는 엄청나게 크지만, 빛을 내지 못하는 흑색왜성이 되어 별로서의 일생을 마치게 된다. 태양의 마지막 단계에서 밖으로 분출한 물질은 새로운 성운이 되어 마치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의 탄생처럼 또 다른 별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태양이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태양이 핵융합반응을 거치며 점점 뜨거워지고 그 결과 팽창하여 적색거성이 되면 행성들은 강한 태양열과 태양풍 때문에 표면의 많은 물질을 잃게 된다. 지구는 태양으로 끌려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남더라도 바닷물을 비롯한 모든 물이 끓어서 우주 공간으로 달아나 버릴 것이며 뜨거운 열에 의해 지구 표면도 매우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과정 동안, 설령 그때까지 지구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시기를 멸종하지 않고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살아남더라도 더 이상의 에너지원이 없으므로 결국은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득하게 먼 훗날의 이야기이므로 우리는 다행으로 여기고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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