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라고 하면 박찬호(1973~ ), 류현진(1987~ )이 활약하던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인 Los Angeles Dodgers의 애칭이다. 이 팀이 원래는 1883년 뉴욕시 브루클린(Brooklyn)에서 창단되었는데, 구단주가 바뀌면서 1958년에 연고지를 로스앤젤레스로 변경했다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dodger는 몸을 홱 비키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뉴욕시에 처음으로 전차가 보급되고 나서 전차의 주행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까 전차가 움직이는 도중에 올라타거나 내리는 일이 가능했다. 당시에 젊은이들 간에 달리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차의 꽁무니로 뛰어오르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걸고 벌이는 내기가 유행했었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을 dodger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말로 날쌘돌이 정도의 의미일 것 같다. 이를 야구팀의 애칭으로 채용해서 dodgers라는 이름이 대중화되었다. 땅을 고르는 차량인 불도저(bulldozer) 하고도 어원이 같지 않나 생각해 본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을 나타낼 때 불도저란 말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 도심에 일본인이 부설한 전차가 있었는데, 그 시대에 서울의 서민용 교통수단으로 애용되었고, 소설 등 많은 문학작품에 전철이 등장하고 있다. 1960년대 말까지 서울 거리에 전차가 달렸다. 자동차 수효가 늘어나면서 도심 교통에 방해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니까 전차 궤도가 모두 철거되고, 전차는 박물관으로 갔다. 일부 구간에서는 궤도째 위에 흙과 아스팔트를 뿌려 묻어 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동차만큼 효과적으로 대중을 운송하는 방법이 없으니까 그 뒤에 도심에 지하철이 건설되고, 전철이 도심에서는 대부분 지하로 들어가 지하철이 되었고, 외곽으로 지상 노선이 확장되면서 수도권의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노선에서 한 번에 10량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지하에 굴을 뚫는 기술이 발달해서 옛날보다 훨씬 깊게 지하철을 부설하고 있다. 지금도 추억의 노래로 자주 들리는 은방울 자매의 <마포 종점>은 과거 1960년대 서울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 하나?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 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하나?
궂은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 정두수(1937~2016) 작사, 박춘석(1930~2010) 작곡, 은방울 자매 노래, <마포 종점>
이 노래는 서울 전차 종점의 하나인 마포 차고지의 비 내리는 풍경을 통해 떠나간 연인으로 인해 서글퍼진 마음을 표현한 트로트 명곡이다. 서울의 전차 노선은 지금의 지하철 노선보다는 못 하지만 당시로서는 꽤 넓게 퍼져 있었는데, 강북에서 서남쪽 끝이 바로 마포 종점이었다. 현재의 여의도공원인 여의도 비행장, 서울 남측에서 그나마 개발되어 불빛이 마포에서도 보이던 영등포, 당시 마포 지역의 랜드마크(land mark)였던 당인리발전소까지 노래 가사에 등장한다. 지금의 마포대교가 있기 전이어서 당시로서는 빌딩도 낮고 조명도 많지 않았기에 밤에는 여의도와 강 너머 영등포, 서쪽으로는 당인리 화력발전소까지 훤히 보였다.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 서울 전차의 사정 역시 매우 암울했다. 가요 <마포 종점>이 발표된 것이 1968년 7월이며, 그해 11월에 서울 전차가 폐선되었다. 당시 운행하는 전차가 끄는 차량은 하나나 둘 정도였다. 이전부터 차량과 시설의 노후화로 여러 문제가 벌어지고 있었으며 서울시에서는 결국 전차의 폐선을 실행하였다.
마포는 오래전에는 용산, 양화진과 함께 삼개 나루로 불렸다고 하는데, 삼개 나루는 3개의 나루라는 뜻이라고 한다. 강안(江岸)과 접해서, 각기 마호(麻湖), 용호(龍湖), 서호(西湖)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여기서 호(湖)는 포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중에서 마포 쪽으로 들고나는 물동량이 가장 많아서, 으뜸으로 여기는 풍조가 있었다. 마포의 마(麻)는 글자 상으로는 대마초 혹은 삼의 뜻이지만, 마포 쪽으로 들어올 때 뱃사람들이 마파람 또는 남풍이 앞에서 자주 불어, 마파람이 부는 포구란 의미로 마호(麻湖)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파람은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과거에 낙방한 척하며, 밥 얻어먹고 다닐 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이 없어지는 장면을 묘사할 때 나오는 표현이다. 오래된 지명인 삼개나루가 일본인이 삼을 삼마로 잘못 번역했다는 말도 있다.
조선의 도읍지로 정해진 후에 마포는 각종 문물이 한강을 통해 한양으로 들어온 길목이었다. 저 아래 남도에서 생산된 쌀, 보리, 콩 등 농산물과 소금, 조기, 새우젓, 조개젓 등 해산물이 서해를 통해 한양으로 들어왔고,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강원도에서 나는 장작, 숯 등 임산물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개방되어 철도가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용산역과 서울역이 등장하면서 마포 나루의 역할이 많이 축소된 듯하다. 물류의 중심이 철도역으로 바뀌면서 마포는 변두리로 변하고 전차 노선상 종점으로 전락하였다.
옛날에 마포에는 소금 배가 많이 들어와, 일대에 소금 창고와 소금 담는 옹기 등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연유로 염리동(鹽里洞)이란 동네가 생겼다고 한다. 마포 나루에서 한양도성으로 가는 길이 오늘날 서소문로, 새문안로, 만리재 길이 있는데. 만리재는 큰 고개여서 수레로 가기 힘들어, 보통 사람과 우마차가 애오개길로 다녔다 한다. 애오개가 한자명으로 아현이다. 필자는 이보다 북쪽 산속에 있는 북아현동에서 6년 동안 중고교를 다녀서 마포, 아현동 연간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이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마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마포 종점> 노래에는 전차, 전깃불, 비행장, 발전소 등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로 작사자 정두수의 관찰력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노래에서는 비 오는 날 마포 종점에서 느끼는 멜랑콜리 한 기분을 노래하고 있다. 당시에는 무엇보다 자정에 통행금지가 시작되어 자정 전에 모든 사람이 집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이 밤이 지나면 다음 날 아침엔 새 힘을 받은 마포의 주민들은 전차를 타고 생업의 현장으로 힘차게 떠나갈 것이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마포에는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마포대교가 여의도로 뚫려 영등포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고, 한강을 따라서는 강변도로가 생겼다. 전차 차고지 주변에는 높은 빌딩이 지어지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당인리 화력발전소는 이제 가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마포 지역에서 아직도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공덕역은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이 지나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선이 만나고 있으며, 향후 건설될 신안산선을 포함하면 총 5개 노선이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거대한 환승역이다. 이제 마포는 다시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갈 곳 없는 마포 종점에서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지하철 5호선을 타면 한강 바닥 밑에 뚫린 여의 터널을 통해 순식간에 여의도나 영등포에 갈 수 있다. 차량으로 마포대교를 건너면 바로 여의도요, 강변북로를 타면 한강을 따라 일산이나 교하로 갈 수 있고, 한강을 거슬러 팔당까지 갈 수 있다. 가위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전철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 충청남도, 강원도의 웬만한 곳을 모두 연결해 주는 교통수단으로 수도권의 핏줄이라 불릴만하다. 서울 지하철은 세계적인 도시철도망이다. 지금은 인구가 많고 최근 경제가 급팽창한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난징의 지하철이 유명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런던, 모스크바, 뉴욕, 파리의 지하철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하철의 역사가 오래된 구미권 나라들과 비교해 봤을 때 서울 지하철은 시설이 좋고 깔끔하며, 요금 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전철 노선망도 방대하고, 화장실을 비롯하여 에스컬레이터, 길 안내문 등 공공시설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잘 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역마다 안전문(screen door)을 설치하여 안전을 도모하고, 역 내 공기의 질이 좋고, 승차권을 별도로 쓰지 않고 전자식 카드로 교체를 해놓는 등 여러 첨단 요소들을 도입해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무상으로 승차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고, 교통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우대석이 설치되어 있고, 승객들이 공중도덕을 잘 지켜 외국인들에게 일류문명국가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노인들 사이에는 만 65세가 되어 노인용 지하철 우대카드가 나오면 ‘이제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지공거사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노인이 그 카드만 있으면 문산에서 양평까지, 동두천에서 천안까지 수도권의 어디든지 갈 수 있고, 타고 가다가 중간에 오줌이 마려우면 아무 역에서나 내려 오줌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다고 한다.
서울처럼 웬만한 나라의 대도시에서는 육상의 전철을 다 뜯어내고, 지하에 철도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지하철의 이름도 영어로 subway, metro, underground 등 다양하다. 영국 런던의 지하철은 튜브(tube)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지하철을 건설할 때 런던의 지반이 약해서 튜브 모양으로 터널을 파고 아마도 강철로 보강한 데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대도시에서는 자동차의 보급으로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도심의 전철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고 대부분 철거되고 지하로 들어갔지만, 일부 국가의 도시에는 아직도 지상에 궤도 위를 달리는 전철이나 궤도가 없는 트롤리(trolley) 버스가 다니고 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램(tram)이라 불리는 전철이 특히 인상적이다. 여기서는 전철이 다니는 길 위 공중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없다. 대신에 지하에 굵은 강철 로프(rope)가 쉴 새 없이 노선 전체를 돌고 있다. 전철이 다니는 선로 가운데에 가느다란 틈새가 있고 자세히 밑을 들여다보면 강선(鋼線)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지상의 전철 밑에 있는 판이 이 쇠줄에 붙으면 전철이 앞으로 가고, 판이 쇠줄에서 떨어지게 하고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으면 역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전철이 운행된다. 전철이 움직이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데, 강선이 돌아가는 속도라고 보면 된다. 언덕이 가파르게 나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대로 운전하려면 정교한 운전기술이 필요할 듯하다. 이런 방식의 전철은 100여 년 전에 이 tram이 건설될 때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관광 명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에는 미국의 철강산업이 융성할 때라 강선의 쓰임새를 선전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인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도 철강으로 된 판재와 선재를 사용하여 건설된 것이다. 제철소가 있는 미국 중부로부터 필요한 철강 자재를 기차와 배로 샌프란시스코까지 운반해 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