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行健 君子以 自彊不息 (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
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지세곤 군자이 후덕재물)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다. 군자는 스스로 강건하고 쉼 없어야 한다.)
(대지는 그 어디에나 두텁다. 군자는 덕을 깊게 쌓아 만물을 이끌어 나간다.)
- 역경(易經)
윗글은 주역(周易)에서 64괘 중 첫 번째인 乾(하늘)과 두 번째인 坤(땅)에 대한 구절이라고 한다. 이 유명한 말을 흔히 줄여서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고 한다. 이 구절은 주위에서 사업이나 학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로 주는 한자 휘호에서 자주 본다. 위 말은 중국의 명문 대학인 칭화대학(淸華大學)의 교훈(校訓)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끊임없이 강하게 만들고 덕을 쌓은 위에 물질적인 발달을 꾀하라는 뜻이리라. 유교의 경전 중 하나인 ’역경‘은 자연현상의 원리를 통해 우주철학을 논하는 동시에, 그것을 인간사에 적용하여 구체적인 유교적 규범 원리를 제시하는 책이다.
’자강불식 후덕재물‘, 이 구절이 바로 태양이 하는 일(기능)을 의미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태양은 현재 초당 약 (10의 26승) J(줄)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핵폭탄 약 천조(10의 15승)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이다. 태양은 태양계의 천체 중에서 스스로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별이다. 태양이 바로 ’자강불식‘을 실행하고 있다. 지구를 비롯한 나머지 행성들은 우리가 볼 때 빛을 내며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으나 그 빛은 태양으로부터 받아 반사하는 것으로서 본질은 태양 빛이다. 태양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서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천체들을 별, 한자어로 항성(恒星, star)이라 하고 지구처럼 그 별에 붙들려서 별 주변을 도는 천체는 행성(行星, planet)이라고 한다.
지구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물질을 만들어 쌓아 둔다.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지구는 바로 ’후덕재물‘을 실행하고 있다. 태양은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근원이다. 땅속이나 깊은 심해에 사는 소수 생명체를 제외하고 지표 근처에 사는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살아간다. 식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땅속의 물(H2O)을 다른 형태의 화합물인 탄수화물로 바꾸어 뿌리나 줄기잎, 그리고 열매 등에 저장한다. 이때 다른 원소들이 혼입 되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의 에너지가 탄수화물의 원자 간 결합을 이루어주는 화학적 에너지로 변환된다. 그런 식물을 초식동물이 먹고 육식동물은 그 초식동물을 먹이로 잡아먹고 살아가므로 결국 모든 생물은 태양에너지를 먹고사는 것이다. 태양은 쉬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지구에서는 식물이 그 에너지를 받아 탄수화물이란 물질을 계속해서 쌓아 둔다. 그 물질로 인하여 지구의 모든 생명 활동이 일어나며, 그 순환 원리를 깨우친 인간의 지혜는 그 에너지 확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인류는 열매나 잎을 먹고 양분을 취할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이 발달했는데, 이를 농업이라고 한다. 인류의 농업은 임야나 농경지에 불을 놓아 논이나 밭 만들기를 시작해 야생동물의 가축화로 이룬 축산과 다양한 작물의 개량과 재배,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시설재배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지식 즉 기술을 총망라하여 식물공장 시스템이 대두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시설 내에서 광, 온도, 수분, 양분 등의 공급을 조절하여 작물 재배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이 중 괄목할 만한 사실이 자연적인 태양 빛을 대신하여 인공 빛을 채용한 것이다. 식물의 생장과 개화, 결실에 태양의 빛은 필수적인데, 그때 필요한 빛이 사실은 빛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라고 인류가 알아차리면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여 인공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LED(light emitting diode)를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여러 가지 생육에 필요한 조건을 컴퓨터로 조절하는 기법이 적용되어 식물공장의 능률을 높이고 있다. 그리하여 스마트 팜(smart farm)이라는 용어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 놓은 탄수화물을 먹고 몸 안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 등의 형태로 혈액으로 공급한다. 그리고 이것들과 호흡을 통해 허파로 흡입한 공기 중의 산소(O2)를 반응시켜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든다.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허파로부터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물은 몸 안에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도 하고 오줌이나 땀 등으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때 탄수화물의 아류 물질에 잠재해 있던 에너지가 몸 안에서 주로 열에너지로 바뀌어 동물의 체온을 유지한다. 근육 등에서는 바로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동물의 활동에 사용된다. 동물은 이 탄수화물을 변환한 지방과 단백질을 몸에 축적해 놓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오죽하면 밥심으로 일한다는 말이 생겼겠나?
풀이나 나무를 때우면 불이 생기고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열기에 곡식을 끓이거나 고기를 구우면 음식물이 잘 소화되고 각종 양념을 넣어 조리하면 더 좋은 맛이 남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식물을 연소하는 것이 무슨 뜻인 줄 몰랐으나 결국 공기 중의 산소와 탄수화물의 화학적 반응이라고 알게 되었다. 땅속에서 캔 석탄이 나무보다 화력이 좋은 걸 알았고 이 불로 물을 데우고 적절하게 기계를 만들면 마차보다도 더 센 힘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바로 외연기관의 발명인데, 이로써 인류는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나중에 석유를 발견하게 되고 내연기관의 출현으로 인류의 생활은 큰 전환을 맞게 되었다. 사람의 머리로 생각해 보니, 그 석탄과 석유가 아주 오래전에 태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지구의 식물이 합성해 놓은 결과물이라고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전에 지구에 무슨 변고가 생겨 땅 위에 있던 식물과 동물이 땅속에 박혀서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연히 땅속에 묻혀 있던 석탄과 석유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람들이 그것들을 채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에너지란 용어로 이 변환과정을 설명하게 되었다. 화석 연료를 가지고 기차와 자동차를 만들고 발전소에서 전기 형태로 바꿔서 편리하게 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문명의 이기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결국은 태양의 에너지가 들어가 있는 식물의 수확물을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킨다는 점에서 같은 성질의 변화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타원을 그리며 공전하고 있고 일정 각도로 기울어 있으면서 자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온다. 뜨거운 여름이 극에 달하면 어느덧 서늘한 가을바람이 분다. 낙엽이 지고 찬 서리 내리면 다시 차가운 겨울로 들어선다. 이렇듯 대자연은 춘하추동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드넓은 바다는 거센 파도로 출렁이고, 조수(潮水)는 매일 빠졌다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사계절의 변화를 비롯한 지구의 기후는 태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반구에서는 겨울에 태양광선이 지표에 비스듬히 쪼이고, 여름에는 직각에 가까운 방향이 되므로 지표의 단위면적이 받는 에너지양이 겨울보다 많다. 이로써 지구에 한서(寒暑)의 차가 생긴다.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여름과 겨울이 뒤바뀌는 현상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반구에서 여름에 지역 내의 불균일한 열 분포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태풍이 분다. 어떨 때는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태풍의 피해를 본다. 해에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는 따뜻한 겨울, 서늘한 여름이 생기거나, 강설량이 많거나 적은 차이가 있다. 기상현상에는 대기의 흐름이나 지형 같은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어서 태양활동의 주기성과 관련이 있다고는 하나 일률적으로 태양 흑점의 변화만으로 일기를 예보할 수는 없다. 지구는 이처럼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정 현상을 기상의 변화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약 200여 년 동안에 우리의 자연에 대한 이해는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우리는 이를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국은 자연의 에너지 변환 현상을 이용하여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 왔다. 인류의 발전이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이 과학과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선두 그룹에 진입할 수 있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어려서 가난을 경험하였고, 그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진 과학 기술을 공부하였다. 우리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세대이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에 사람들이 기차나 전철이 도입되어 타고 다니던 세상을 보면서 정말 감탄하였겠지만, 그들이 지금 다시 태어나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호강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러한 작금의 발전을 누리면서 우리 인류가 주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과 생활의 편리에 못지않은 반대급부가 있지는 않을까? 지구는 지금 곳곳에서 기후 이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지구온난화 현상과 결부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 온도의 상승은 결국 우리 인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인류의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의 황폐화와 생명의 멸망을 재촉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교토의정서, 탄소 중립화 등 집단 지성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국가 간의 이익이 달려있어서 쉽게 해결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인류의 역사는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