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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May 06. 2024

E12. 비옥한 초승달 지역

 비옥한 초승달 지역(Fertile Crescent)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역사학자 브레스테드(James Henry Brestead, 1865~1935)에 의해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1906년 5권으로 구성된 ‘이집트 역사서(Ancient Records of Egypt)’를 집필하였다. 그는 페르시아만에서 시작하여 지중해의 동부 해안에 이르는 비옥한 지역이 마치 초승달 모양처럼 가늘고 길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명칭을 사용하였다. 이 지역의 동쪽 끝은 페르시아만의 충적(沖積) 평야인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 하란 등을 정점으로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지중해 해안 지역에 이른다. 브레스테드가 처음으로 명명(命名)할 때는 이 지역을 지칭하였으나, 나중에는 그 서쪽 끝인 나일강 유역의 충적 평야까지 포함하여 말하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농경문화가 일어났음은 명백하며, 아마도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그 발상지이고, 이 문화의 영향 아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및 나일강 유역에 고도의 메소포타미아 및 이집트 문명이 발생하게 되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사면이 자연적인 방벽에 둘러싸인 고대문명의 요람지이다. 북쪽에는 오늘날의 튀르키예와 이란 사이에 있는 아르메니아 산지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이란의 고원지대와 저지대를 갈라놓는 자그로스 산지가 놓여 있다. 서쪽에는 지중해, 남쪽으로는 아라비아 사막 및 시나이반도의 광활한 사막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북쪽에 있는 산간지대는 북쪽에서 침입하는 외적과 겨울에 불어오는 추운 바람을 막아 주었고, 남쪽의 사막지대는 남부지방에서 침입하는 외적을 막아 주는 방패 역할을 하였다. 근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창세기의 족장 역사를 비롯하여 성서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지역에 정착한 농경민족과 주변의 유목 민족과의 평화적인 또는 전투적인 교섭 속에서 고대사가 전개되었음을 볼 수 있다. 역사 지리적 입장에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동부와 서부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동부 지역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이라고 부르며, 서부지역은 지중해 해안 지역으로 레반트 지방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은 지형적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서부인 레반트에 속한다. 이집트는 지형적으로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 밖에 있지만, 고대 근동 역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어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포함시킨다.

     

 ‘메소포타미아’라는 명칭은 ‘두 강 사이’라는 헬라어의 음역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서 두 강이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의미한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충적토 평야 지역을 말하는데, 오늘날의 이라크 영토 대부분이 이에 속하고 있다. 충적토 평야 지역은 북동 방향으로 약간 기운 형태의 정방형 모양을 하고 있다. 동서의 길이가 960km이고, 남북 간의 폭이 320km나 되는 광활한 지역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대부분 지역은 해발 180m 이하의 낮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역사 지리적 중요성은 이 지역을 통치하면서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관계성을 가지고 있었던 바벨론과 앗수르 등과 같은 고대 제국으로 요약할 수 있다.

     

 레반트(Levant)는 일반적으로 지중해의 동부 해안 지역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오늘날에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의 네 나라가 이 지역에 속한다. 레반트라는 명칭은 ‘해가 떠오른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Levante’에서 파생된 용어로써 해가 떠오르는 지역 곧 동쪽을 의미한다. 13세기와 14세기 ‘Levante’는 그리스, 아나톨리아, 시리아-팔레스타인, 이집트를 포함한 이탈리아 상업 권역을 지칭하는 말로, 베네치아 공화국의 동쪽을 의미했다. 이후 레반트는 시리아-팔레스타인과 이집트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15세기말 프랑스어로부터 레반트라는 용어가 영어에 도입되었다.

     

 레반트(Levant)는 서아시아에서 동지중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현대 고고학과 다른 문화적 범위를 고려한 가장 좁은 의미의 레반트는 키프로스와 지중해와 접한 서아시아 지역을 가리키며, 오늘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유프라테스강 이남의 튀르키예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적 시리아와 일맥상통한다. 이 지역의 특징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육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가장 넓은 역사적 의미에서 본다면, 레반트는 동지중해 일대의 모든 국가와 섬을 포함한다. 이 경우 레반트에 포함되는 지역에는 남유럽의 그리스부터 튀르키예 및 이집트 전부와 리비아의 일부 지역을 포함한다.


 레반트는 북쪽의 타우러스 산지에서 남쪽의 사해에 이르는 지역으로 길이가 640km에 이른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해안선은 서남 방향으로 굽어져 이집트로 내려가는 국제도로를 형성하였다. 이 지역은 지형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보인다. 지형적 복잡성은 아프리카의 북쪽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협곡이 이 지역을 지나가고 있어서 형성되었다. 레반트의 복잡한 지형 구조는 남북 방향으로 형성된 네 개의 띠 모양을 한 지형 구조와 동서 방향으로 이루어진 침하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레반트에서 가장 큰 종교 집단은 이슬람교도이고 가장 큰 인종 집단은 아랍인이다. 이들은 주로 이슬람 이전 아랍어 방언과 헤자지 아랍어가 혼합된 아랍어 방언인 레반트 아랍어를 사용한다.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에 고대 근동에 거주했던 많은 고대 셈어를 사용했던 민족이 이들의 조상이다. 다른 아랍인으로는 시리아 사막 등에 거주하는 베두인 아랍인이 있으며, 이들은 아라비아반도에서 유래한 베두인 아랍어로 알려진 방언을 사용한다. 레반트의 다른 소수 민족으로는 체르케스인, 체첸인, 투르크인, 유대인, 투르크멘인, 아시리아인, 쿠르드인, 나와르인, 아르메니아인이 있다.

     

 이슬람교는 7세기에 이슬람교도가 레반트 지역을 정복한 이후 이 지역의 주요 종교가 되었다. 레반트 무슬림의 대다수는 알라위파(Alawite)와 시아(Shia) 소수파를 포함한 수니파이다. 알라위파와 이스마일리 시아파는 주로 하타이와 시리아 해안산맥에 거주하며, 12개 시아파는 레바논 일부에 집중되어 있다. 레반트 기독교 그룹은 많으며 그리스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 동방 가톨릭, 로마 가톨릭, 네스토리안, 개신교를 포함하여 다양하다. 아르메니아인은 대부분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에 속해 있다. 로마 가톨릭을 고수하는 레반트인도 있다. 동방 아시리아 교회와 칼데아 가톨릭 교회에 속한 아시리아인들도 있다.

     

 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메소포타미아의 하란에 살고 있던 아브람이 아내 사래와 그 조카 롯의 가족과 수하 사람들을 데리고 자기 살던 곳을 떠나 레반트 지역의 가나안 땅으로 이주한다. 창세기 12장의 기록에 의하면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는 약속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좇아갔다고 나온다. 본토를 떠나 가나안으로 이주한 아브람은 현지에 적응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여 성공한다. 그리고 새 언약을 받고 열국의 아비라는 뜻의 아브라함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그리고 사라로 이름이 바뀐 부인에게서 아들 이삭을 낳는다. 아들 이삭은 하란에 사는 외사촌인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 쌍둥이 아들로 에서와 야곱을 낳는다. 이들의 후손 이야기가 구약 성경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레반트 지역이 비옥한 지역이라고는 하나 비가 오지 않으면 곡식이 자랄 수 없는 지역이었다. 평소에 황량한 지역에서는 물을 구할 수 있는 우물 즉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주민이 거주하였다.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는 마른땅에 개울 즉 하천인 와디(Wadi)가 생기지만 이것이 마르면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이 지하수가 지표 가까이에서 발견되면 사람들은 우물을 파서 식수를 해결하고 농사를 짓게 된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족장들은 이러한 우물을 삶의 중심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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