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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Jan 26. 2023

A5. 빛과 그리고 그림자

빛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그대 눈동자 태양처럼 빛날 때

나는 그대의 어두운 그림자.

사랑은 나의 천국, 사랑은 나의 지옥.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하략)

길옥윤(1927~1995) 작사, 작곡, 패티김(1938~ ) 노래, <빛과 그림자>

    

위 노래는 우리 세대 대중음악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길옥윤이 작사, 작곡하고 패티김이 부른 <빛과 그림자>의 일절이다. 사랑은 나의 행복(천국)이자 불행(지옥)이고, 빛일 수도 있고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같은 노래의 최희준 버전에는 ‘그대는 나의 천국 그대는 나의 지옥,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라고 노래했다. 천국(행복)과 지옥(불행)의 상반된 세계를 빛과 그림자로 비유한 형이상학적 내용이다.

      

빛이 있으면 빛을 받는 물체의 뒤편에는 반드시 그림자 혹은 그늘이 생긴다. 빛은 한자로 光, 영어로 light요, 그림자는 한자로 影, 영어로 shadow, 혹은 그늘은 shade라고 한다. 그림자는 빛이 직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빛이 공기 중에서 곧게 뻗어나가다가 물체를 만나면 빛의 일부 또는 전부가 막혀 물체의 뒤쪽에 그림자가 생긴다. 물체의 종류에 따라 선명한 그림자가 생기기도 하고 희미한 그림자가 생기기도 한다. 투명한 물체는 빛을 거의 모두 통과시켜서 그림자의 윤곽이 선명하지 않고 그림자의 색깔이 연하지만, 불투명한 물체는 빛을 거의 통과시키지 못해 그림자가 선명하고 진하다. 이 지구상에서는 종일 계속하여 움직이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그림자의 방향과 크기가 달라진다. 그림자는 아침에 서쪽으로 길게, 점심때는 북쪽으로 아주 짧게, 오후에는 동쪽으로 길어진다.

 

빛이 직진한다는 생각은 우리 인류의 오랜 관찰의 소산이다. 깜깜한 밤에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위치 정보를 주는 등대의 빛이나 구름 사이로 나오는 햇빛이나 공연무대 위에서 벌이는 불이나 레이저 쇼 등에서 빛이 곧게 나아감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빛이 직진하는 성질 때문에 물체와 내 눈 사이에 불투명한 물체가 있으면 불투명한 물체의 뒤쪽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직진하는 빛이 중력의 영향으로 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인슈타인(1879~1955)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주장했는데, 1919년에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다른 천체의 별에서 온 빛이 태양 주위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휘어짐이 관찰되어 그의 이론의 정당성을 증명하였다.

      

위 사진은 가을철 저녁녘에 국화의 일종인 메리골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림자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노란색 꽃의 색깔이 조금 다르게 나온다.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지역의 꽃 색깔이 더 주황색에 가깝고 햇빛이 비취는 지역의 꽃은 노란색에 더 가깝다. 현장에서 맨눈으로 봐도 두 지역의 꽃 색깔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낮처럼 태양이 떠 있으면 우리는 광명(光明)이라고 하고, 밤처럼 태양이 비추지 않게 되면 어두움 혹은 암흑(暗黑)이라고 한다. 밤에 달빛이나 별빛이 있으므로 완전한 암흑은 아니지만, 모든 빛을 차단한 암실에서는 정말 캄캄하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찬란한 빛을 일광(日光), 달로부터 오는 은은한 빛을 월광(月光), 별로부터 오는 반짝이는 빛을 성광(星光)이라 한다. 요즘 한자어로 일광, 월광, 성광이라고 말하면 옛날 사람 취급받기에 딱 맞고, 각각 햇빛, 달빛, 별빛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단어는 통용되는 듯싶다. 반딧불이 발하는 빛을 형광(螢光), 사진기 플래시처럼 순간적으로 빛나는 빛을 섬광(閃光), 번개와 같이 빠르면서 부싯돌에서 나오는 빛처럼 순간적으로 번쩍이면 전광석화(電光石火) 같다고 표현한다. 요즘에는 전기를 사용하여 빛을 내는 장치로 전광판(電光板)이라는 말이 통용하고 있다.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

(The light shines in the darkness, but the darkness has not understood it.)

- 요한복음 1:5

      

우리는 빛이 비취면 당연히 밤이라도 물건을 볼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낮에는 태양으로부터 빛이 비취고 있어서 우리가 사물을 보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빛이란 무엇인가? 앞 절에서 논의한 대로 빛은 공간을 전파할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내어놓을 때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빛이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사고는 20세기에 인간이 발견한 자연현상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발산하는 현상을 복사 혹은 라디에이션(radiation)이라고 부른다. 빛은 3x(10의 8승) m/s의 속력으로 공간에서 전파(傳播)된다. 어릴 때 빛은 지구를 1초 동안에 일곱 바퀴 반을 돌 수 있다고 배웠는데, 빛은 직진하므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나중에 들은 기억이 있다. 파동의 파장을 λ[람다], 주파수를 υ[누]라고 표시하면, 파동이 전파되는 속도는 v = λυ가 된다. 맥스웰(1831~1879)의 업적에 의하면 광속(c)은 빛이 통과하는 매질 어디서나 일정하다. 즉 c = λυ. 광속은 항상 일정하다고 했으니까 빛의 주파수와 파장은 반비례한다.

     

한편 빛이 전달하는 에너지(E)는 빛의 주파수(ν)에 비례하는데, 그 비례상수를 플랑크 상수(h)라고 부른다. 즉 E = hν. 여기서 플랑크 상수 h = 6.626x(10의 –34승) J∙s. 즉 빛은 주파수에 따라 고유한 에너지값을 가지고 있다. 위 두 식을 결합하면 E = hc/λ가 되는데, 플랑크 상수(h)와 광속(c)은 상수이므로 hc = 2x(10의 –25승) J∙m여서 E = 2x(10의 –25승)/λ J이 된다. 에너지의 단위를 eV로 표시하면 E = 1,25x(10의 –6승)/λ eV이다.


어떤 물리적인 양을 주파수, 에너지, 파장의 크기 순서로 늘어놓은 것을 스펙트럼(spectrum)이라고 한다. 빛의 스펙트럼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잘 보여주는 것이 프리즘이다. 프리즘(prism)은 유리와 같은 투명한 투과성 물질을 정밀한 각도와 평면으로 절단하여 만든 투영체이다. 프리즘은 대부분 삼각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프리즘으로 빛을 투과하여 흰 종이 등에 비추면 파장이 짧은 쪽부터 보라,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의 차례로 배열되어 우리 눈에는 무지개색으로 보인다. 우리는 빛의 성질을 논의할 때 굴절률의 개념을 쓴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에너지(주파수)에 따라서 굴절률이 다르다. 단파장인 보라색이 제일 크게 굴절하며 장파장인 빨간색이 제일 적게 굴절한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여러 가지 주파수를 가진 파동 혹은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빛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파동들을 우리는 단색광(monochromatic light)이라고 부른다. 여러 개의 단색광이 모여 있는 빛을 백색광이라고 부른다. 백색광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단색광들의 속도는 일정하므로 주파수가 서로 다른 단색광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른 각도로 굴절된다.

           

굴절률에 따라 빛의 경로가 바뀌기 때문에 프리즘을 가지고 백색광으로 무지개를 만들거나 무지개를 백색광으로 합치는 일이 가능하다. '분산 프리즘'을 사용하면 파장(주파수)에 따른 빛의 굴절률 차이를 통해 빛을 파장대에 따라서 여러 광선으로 분리할 수가 있다. 햇빛이나 백열등에서 나오는 백색광을 프리즘에 넣었을 때 무지개처럼 빛(가시광선)이 여러 가지 색으로 나뉘게 된다. 이렇게 빛(백색광)이 여러 가지 단색광의 파동 혹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에서 선(線), 영어로 ray라고 부른다. 광선(光線), 적외선(赤外線), 자외선(紫外線), X-ray라는 말에서 그 예를 들 수 있다.


이렇게 희다고 느껴지는 빛이 오색찬란(五色燦爛)하게 여러 가지 무지개 색깔의 빛으로 나눠지는 현상을 분광(分光)이라고 부른다. 빛 넓게는 전자기파의 주파수(파장, 에너지) 의존성을 연구하는 학문을 전통적으로 분광학(spectrometry)이라고 하고, 이때 사용되는 기구를 분광기(spectrometer)라고 부른다. 가시광선의 파장 영역은 380~750nm이다. 1nm(나노미터)는 (10의 –9승) m로서 1m의 10억 분의 1이다. 어떤 경우는 μm(마이크로미터)를 단위로 써서 가시광선의 파장 영역을 0.38~0.75μm라고 나타내기도 한다. 1000nm가 1μm이기 때문이다. 빨간색일수록 파장이 길고(750nm), 보라색일수록 파장이 짧다(380nm). 위에 언급한 식을 활용하면, 가시광선의 주파수 영역은 (10의 15승) Hz 근처이고, 에너지로 보면 수 eV의 영역이다. 한편 가시광선 스펙트럼 영역은 전체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가시광선 밖의 복사선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보를 갖고 있고 생활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빨간색보다 긴 파장의 빛을 빨강(赤) 바깥(外) 쪽의 빛이라는 뜻으로 적외선(赤外線)이라고 하며, 보라색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보라(紫) 바깥(外) 쪽의 빛이라는 뜻의 자외선(紫外線)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들은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나는 주파수를 지니므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다. 야간에 활동하는 동물들은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적외선 카메라로 영상을 만들어 볼 뿐이다. 일부 벌레는 자외선을 감지한다. 자외선 영역의 빛은 인간의 눈에 있는 각막에서 차단되어 직접적으로는 볼 수 없으나, 각막을 제거하면 자외선이 청백색으로 보이는데 이는 자외선 영역의 빛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3가지 원추세포가 거의 같은 감도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우리 인간은 빛을 인지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보통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인간의 오감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알기에 우리는 시각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우리 눈은 빛을 이용하여 사물의 윤곽과 원근을 파악하고 있고, 눈의 사물에 대한 해상도도 좋은 편이다. 눈으로 주위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누구인지 알 수가 있다. 눈으로 획득한 정보를 스캔하여 뇌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새로운 정보와 비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우리 눈은 색감도 갖고 있어서 사물의 인지 능력을 훨씬 높이고 있다. 우리는 어릴 때 학습을 통하여 색감(시각) 인지 능력을 획득한다. 영유아 시절에는 흑백으로 세상을 인식하나 성장하면서 색감을 익힌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의 빛을 대신할 수 있는 빛을 우리 인류가 획득하고 나서 우리 인류의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빛이 에너지의 전달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횃불, 등잔불, 촛불, 백열전등, 형광등, LED 등으로 조명의 수단이 변천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그 일례로 요즘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범죄심리학 용어로 가스등 효과(gas lighting effect)라고 있다. 이 말의 유래는 1938년 처음 연출된 연극 ‘가스등(Gaslight)’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주인공 남성이 자기 아내를 교묘하게 심리적으로 억압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윗집의 부인을 살해하고 보석을 훔치려고 한다.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밤에 불을 켜야 했는데, 그 건물은 가스등을 쓰기 때문에 불을 켜면 가스를 나눠 쓰는 다른 집 등이 어두워지거나 깜빡여서 들킬 위험이 있었다. 이에 남성은 자기 부인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준비작업으로 집안의 물건을 숨기고 그녀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몰아가며 타박한다. 남성이 위층에서 불을 켜고 집안을 뒤질 때마다 여성이 있는 아래층은 등불이 어두워지고 인기척이 났는데, 그럴 때마다 남성은 그것도 아내가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몰아간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여성도 이것이 지속되자 점점 무기력과 공허에 빠지게 되어서 남편만을 의지하게 된다. 결국은 경찰의 등장으로 남성의 범죄가 발각된다. 여기서 남성이 아내의 판단력을 비정상적이라고 몰아가고, 이에 여성이 수긍하는 행태를 본떠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는 일종의 유행어로 자기의 판단력을 의심하도록 만들어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과학의 발달로 빛을 임의로 만들고 조절할 수 있는 레이저, LED 등이 발명되었다. 일반인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나 본 글에서는 뒤에 그 원리에 대해서 다뤄볼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로 빛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가 발명되었다. 전기라는 에너지를 변환하면 빛이 나온다는 개념을 구현하여 미소한 LED(light emitting diode) 소자가 발명됨으로써 다양한 영상디스플레이 기기가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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